[중도칼럼]"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다”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다”

  • 승인 2017-05-10 09:08
  • 신문게재 2017-05-11 22면
  • 김상인 (대덕대 총장)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부처님 오신 날과 어린이날을 아우르는 황금연휴를 맞아 독실한 불자인 친구부부와 천주교 신자인 친구부부, 그리고 우리부부 이렇게 함께 곡성 성륜사에 다녀왔다. 존경하는 청화스님이 생존해 계실 때 직접 뵈올 인연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차에, 스님 마지막 주석처에 들러 그 향기라도 느껴보자는 생각에서 잡은 여정이다. 절 뒤켠에 자리 잡은 청화스님 부도탑에 참배하고 느긋한 걸음으로 절 구경을 했다. 1990년에 현재 모습을 갖추었다고 하는데, 풍수나 건축에 문외한인 필자가 보기에도 참 좋은 자리에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동행한 친구가 “절 참 좋네. 100년쯤 후에는 귀한 보물이 되겠구먼!”이라고 중얼거리니, 일행 모두가 말없이 그 친구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절집은 지은 지 최소 100년은 지나야 가치 있는 물건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나는 얼마나 더 살아야 현명하고 쓸모있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신체도 정신도 쇠약해지니, 누구나 젊게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내면의 정신적 건강과 활력이 없으면 사람들의 눈만 속이는 허울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에 깊은 주름이 있어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97세이신 김형석 교수님께 한 기자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세대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당신의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 사이였다고 답변하셨다. 청년기는 젊어서 좋기는 하지만 생각이 얕았고, 정신적으로 빈약했으며 행복이 뭔지 몰랐다는 것이다. 60살이 넘어서야 인생의 매운맛, 쓴맛 다 보고, 무엇이 참으로 좋고 소중한지를 음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님은 “사람은 60~75세에도 정신적으로 성장하지만, 그 이후에는 노력하지 않으면 내려오게 되고, 내려오는 사람은 사회에서 버림을 받게 된다”며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하셨다.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니, 사회에서 필요로 하여 강연도 하고 책도 쓰게 된다는 김 교수님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3월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 하원의원이자 외무부 정무차관인 토비아스 엘우드는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흉기를 휘두르며 의사당으로 달려가던 용의자를 제지하던 한 경찰관이 칼에 찔려 쓰러지는 것을 보고 그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경찰의 손도 뿌리치고 쓰러진 경찰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지혈을 위해 응급조치를 하고 심장마사지와 함께 인공호흡을 했다. 심한 부상으로 쓰러진 경찰관 키스 팔머는 끝내 숨졌지만 BBC 등 현지 언론은 “끔찍한 공격 앞에서도 용기를 보여줬다”며 엘우드에게 찬사를 보냈다. 엘우드는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로 동생 존이 사망했을 때에도 현지로 날아가 동생의 시신을 직접 수습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어른이신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과, 영국의 지도자인 엘우드의 용기 있는 행동에서 공통점은 ‘쓸모 있는 역할’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지도자라고 해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고집하고 앞세운다면 ‘꼰대’라는 이름으로 지탄받는다. 무엇인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어른으로서, 지도자로서 권위가 세워지고 찬사를 받는 것이다. 단지 나이가 든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세월의 두께를 온몸에 새기며 곱게 늙어가는 절집처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젊은 시절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사람, 나이 먹었다고 윗자리를 탐하기보다는 먼저 아랫자리에 앉을 줄 아는 지혜로운 노인이 되고 싶다. 변화해가는 세상도 열심히 배우지만, 삶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노인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다”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금언을 확인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담양군,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우수상 석권
  2. 전쟁 끝났는데 홀짝제 풀리나…차량 2부제 완화 여부 관심
  3. 성남 원도심, 대규모 정비사업 본격화…도시 균형발전 시험대 오른다
  4.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5.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1.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2.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3.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4.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5.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앵커 평가부터 특성화 경쟁까지… 대전 고등교육 새 시험대

앵커 평가부터 특성화 경쟁까지… 대전 고등교육 새 시험대

대전의 고등교육 혁신 체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앵커)로 개편해 첫 성과평가에 나선 가운데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양성과 국가대표 거점국립대 육성, 사립대 특성화 사업도 본격 추진하면서 지역 대학들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들어섰다. 17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두 기관은 전날 국가철도공단 대강당에서 '2026년 앵커 연차점검 및 초광역 인재양성 기본계획 설명회'를 열고 연차점검 추진 방향과 신규 사업 계획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라이즈를 앵..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 월드컵 선수들 중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매드 풋볼(MAD FOOTBALL)'은 월드컵 조별리그 A~H조 1차전 중간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황인범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정된 베스트일레븐에서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선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미드필더 두 자리는 자말 무시알라(독일), 페드리(스페인) 등이다. 황인범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날 기회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일상 속에서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비대면 문화와 개인화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접점이 감소한 데다, 학업과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만남이 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대전시가 마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