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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나이가 들면 신체도 정신도 쇠약해지니, 누구나 젊게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내면의 정신적 건강과 활력이 없으면 사람들의 눈만 속이는 허울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에 깊은 주름이 있어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97세이신 김형석 교수님께 한 기자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세대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당신의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 사이였다고 답변하셨다. 청년기는 젊어서 좋기는 하지만 생각이 얕았고, 정신적으로 빈약했으며 행복이 뭔지 몰랐다는 것이다. 60살이 넘어서야 인생의 매운맛, 쓴맛 다 보고, 무엇이 참으로 좋고 소중한지를 음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님은 “사람은 60~75세에도 정신적으로 성장하지만, 그 이후에는 노력하지 않으면 내려오게 되고, 내려오는 사람은 사회에서 버림을 받게 된다”며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하셨다.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니, 사회에서 필요로 하여 강연도 하고 책도 쓰게 된다는 김 교수님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3월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 하원의원이자 외무부 정무차관인 토비아스 엘우드는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흉기를 휘두르며 의사당으로 달려가던 용의자를 제지하던 한 경찰관이 칼에 찔려 쓰러지는 것을 보고 그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경찰의 손도 뿌리치고 쓰러진 경찰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지혈을 위해 응급조치를 하고 심장마사지와 함께 인공호흡을 했다. 심한 부상으로 쓰러진 경찰관 키스 팔머는 끝내 숨졌지만 BBC 등 현지 언론은 “끔찍한 공격 앞에서도 용기를 보여줬다”며 엘우드에게 찬사를 보냈다. 엘우드는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로 동생 존이 사망했을 때에도 현지로 날아가 동생의 시신을 직접 수습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어른이신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과, 영국의 지도자인 엘우드의 용기 있는 행동에서 공통점은 ‘쓸모 있는 역할’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지도자라고 해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고집하고 앞세운다면 ‘꼰대’라는 이름으로 지탄받는다. 무엇인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어른으로서, 지도자로서 권위가 세워지고 찬사를 받는 것이다. 단지 나이가 든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세월의 두께를 온몸에 새기며 곱게 늙어가는 절집처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젊은 시절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사람, 나이 먹었다고 윗자리를 탐하기보다는 먼저 아랫자리에 앉을 줄 아는 지혜로운 노인이 되고 싶다. 변화해가는 세상도 열심히 배우지만, 삶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노인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다”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금언을 확인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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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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