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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
2년 전 중동 4개국 순방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해법으로 고급 청년의 중동 진출을 들었다.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해결하려고 하니 한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에 가보라”며 경직됐던 희의장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으니 그 후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그 무지개빛 희망을 쫓아 중동으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아예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일자리 현황판을 집무실에 걸어놓고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으니 온 우주가 도와도 청년일자리 만큼은 해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그 박근혜 정부가 챙기다 실패한 것이 비단 청년 일자리 뿐은 아니겠지만 가장 대표적이고도 가장 타격이 큰 분야가 바로 문화분야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로 추진했던 문화융성사업 사업이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들어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을 것이 아니냐는 것이 문화계의 우려였다.
그같은 우려없이도 사실 그동안 대전과 ‘문화’는 오랫동안 거리가 멀었다.
크게 감정표현이 없는 충청도만의 지역색 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대전하면 오랫동안 문화의 불모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서울 중심의 문화집중 현상이 자치단체의 문화정책으로 조금씩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치단체마다 문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스토리텔링 개발에 나서고 있으니, 언젠가는 우리도 그 누군가가 부르짖다 미완에 그치고만 문화융성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대전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나란히 개막했다.
한 전시는 지역의 4개 대학을 대표하는 10명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였고, 또한 전시는 APCS(아시아태평양도시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9개국 27개팀이 참여한 나름 규모 있는 국제전시다.
어떤 전시가 어디에서 열렸어야 했는지를 지적하기에 앞서 문득 ‘왜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공공미술관이 유독 지역청년작가에게만은 문턱이 높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대전시립미술관에서만 열린 13개의 전시 가운데 순수하게 지역작가만를 위한 초대전이나 기획전은 ‘임동식초대전’과 ‘2016넥스트코드전’ 단 2개에 불과했다. 여기에 전년도부터 이어진 ‘대전미술아카이브 2015임봉재 기증자료전’의 학술적 의미까지 포함해도 3개에 불과하다.
대구시립미술관과 광주 시립미술관이 각각 15개의 기획전 가운데 신진작가 발굴전시를 비롯해 지역출신 작가 전시가 6개인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단순 수치비교로는 한계가 있지만 지난해 대전시립미술관이 단 2점의 지역작가의 작품을 구입한 반면 광주시립미술관은 한해에만 13점의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해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에 개막하는 기획전에 참여할 만한 지역의 작가들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전시립미술관이 17년간의 역사성을 자랑한 젊은작가 기획전의 그 작가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문득 ‘실력을 검증하지 않은 작가들을 전시에 참여시킨 것인지, 아니면 일회성 전시에만 그치고 어쩌다 보니 17년이 된 역사를 내세운 것은 아닌지’ 그런 수준 낮은 물음까지 들 정도였다.
최근 들어 대전시가 청년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청년예술인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권선택 시장이 이번 보다아트센터의 ‘이 작가를 주목하라-헤드라이트’ 전시 개막전에 직접 참석해 청년예술지원정책에 대해 다시한번 의지를 표명했을 정도니 여느때와는 다른 기대감도 든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 표명이 일회성이거나 보여주기식이 아니려면 당장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뒷따라야 한다.
‘청년이 희망이다’를 외치고 정작 뒤돌아서서 나몰라라 한다면 중동 가라고 얘기하고 혼자 만족하며 웃는 그 전 대통령과 다를바가 없지 않을까.
아, 우리의 청년 예술가들도 혹시 중동에 있는 것은 아닐까.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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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룡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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