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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서 대전대 총장 |
“취미가 직업이 되는 세상이 온다.” 소질적성을 강조하는 교육개혁이 추진되면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요즘 신조어인 ‘덕업일치’에서 따온 말도 아니다. 1950년대 말 대전의 D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훈시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은사로 잘 알려진 박관수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실제 학생지도를 그렇게 하셨기에 그 감동적인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시대에 이런 교육관을 가졌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선각자였고 진정한 교육자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950년대 학교가 그렇듯 이 학교에도 미술전공의 교사는 없었지만 열정적인 미술지도교사가 있어 미술반이 운영되고 있었다. 미술반원이었던 당시 이종상 학생은 학과공부도 잘 하면서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그림도 열심히 그렸다. 대학지원서를 쓰면서 미대진학을 희망했지만 담임선생님께서 “홀어머니께서 어렵게 뒷바라지 하셔서 공부시켰는데 빨리 돈 벌어서 효도해야지 무슨 미대를 가느냐?”며 공대 진학을 종용했다. 이종상 학생은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었기에 미대 진학을 고집했으나 담임선생님은 원서마감 전날까지도 허락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교장선생님께서 취미가 직업이 되는 세상이 온다고 말씀하시어 미대를 가고 싶은데 담임선생님이 원서를 써주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담임에게 학생 희망대로 해주도록 지시했고 담임은 화가 나서 “그래 미대나 가라”하면서 미대 진학원서를 써주었다. 담임선생님은 진정 학생의 경제사정을 걱정해서 그럴 수도 있었겠고 진학 실적을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었으리라. 사실 당시에는 화가는 생계대책이 없는 직업이었고 환쟁이라고도 불리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었기에 예술원회장을 지내셨던 고 이대원 화백 등 많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술가들도 부모님의 강권에 따라 다른 전공을 택한 후에 먼 길을 돌아 훗날에야 예술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종상 학생의 어머니는 달랐다. 6ㆍ25 피난 중에 어렵게 집안 살림을 꾸리면서도 아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림공부’는 잘 되느냐고 격려하셨으니 말이다.
이종상 학생은 미대에 진학해 “미대나 가라”던 선생님의 얘기가 가슴에 맺혀 더욱 열심히 그림공부를 했고, 미대 재학 중에 국전에서 최고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갔다. 서울대 명예교수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프랑스 루브르미술관 까르젤홀에서 초대개인전을 했고, 대전시립미술관 전관 초대로 ‘한국현대미술의 거장’전을 갖기도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예견하고 1960년대 최초로 고구려문화지키기운동 본부장, 1970년대 독도문화심기운동 본부장으로 민족문화의 자생성을 주창하며 애국적인 미술활동을 이끌어 왔다. 또한 5000원 권의 이율곡 선생에 이어 5만원 권의 신사임당까지 모자분의 화폐 영정화를 그리는 세계 초유의 사례를 만들었다. 화폐그림은 그림 그리는 능력은 물론이고 돈 문제 등 사생활까지도 전혀 하자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그런 분 만이 그릴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이 모두가 훌륭한 어머니와 교장선생님의 교육 덕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희망을 갖자. 성공의 길이 좁아지고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이제야말로 정말 취미가 직업이 되는 세상이 됐고 길이 다양화 됐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며 생활을 이어가고, 만화 덕후가 웹툰회사 사장이 되고, 곤충을 좋아하는 젊은이가 곤충농사를 하면서 큰 수입을 올리는 등 새로운 발상을 하고 노력하면 길이 열리게 됐다. 오직 학교공부 그리고 돈과 권력의 잣대로만 성공을 평가하던 시대가 끝났다. 그러나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눈을 부릅뜨고 길을 찾고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 덧붙여 박관수 교장선생님과 같은 교육자 그리고 학부모들의 인식전환은 이러한 세상이 꽃피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종서 대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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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대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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