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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며칠 전, 지난 2월 우리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떠난다면서 인사차 들렀다. 작년 여름 대학에서 주관하는 말레이시아 어학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귀국 인사하러 왔을 때 만난 학생이라서 더욱 반가웠다. 커피한 잔 하면서 오래 전이긴 하지만 내가 영국에 유학하던 시절 이야기도 하고, 학업을 마치고 나서 살아갈 장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제적인 문제도 궁금해서 물었더니 씩씩하게 답변한다. 초기에는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유학생활에 자신감이 붙으면 장학금도 받고, 자기가 열심히 벌어서 공부하겠단다. 취업 때문에, 또 불안한 미래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다가 이렇게 용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젊은이를 보니 참으로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분노라고 단언하고 있다. 민주화 이전 세대가 헝그리(hungry) 세대라면 그 이후는 앵그리(angry) 세대라는 것이다. 6ㆍ25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선두세대인 필자로서는 초등학교시절 몇 해 연이어서 흉년이 들자 점심, 저녁도 굶어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비가 없어 친구들보다 2년이나 늦게 중학교에 들어갔다. 비행기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유학가면서 처음 타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더 배우고 싶다는 꿈,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의지가 나를 끝까지 버텨주는 지주가 되었다. 오늘의 ‘김상인’이라는 존재는, 개인의 꿈과 의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만나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요사이 회자되는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참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변영로 시인이 ‘거룩한 분노’를 종교보다 더 깊은 것이라고 노래했듯이, 제대로 된 분노는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걸핏하면 남을 탓하고 구(신)세대를 탓하며, 자기연민(self-pity)에 빠지는 분노는 개인 간 다툼은 물론, 사회의 갈등을 초래하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가 되고 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윤홍균에 따르면, 자기연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자신을 존중하지는 못한단다. 오히려 자신을 불쌍한 사람, 뭔가 결핍되고 상처받았기에 돌봐줘야 하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남의 감정이나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화 안 나게 생겼냐?”며 고함을 질러대거나 술과 함께 신세한탄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면에는 자기연민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너만 힘들어? 나는 더 힘들어”라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크리스토퍼 K. 거머는 저서 『셀프 컴패션』에서 명상과 심리학의 조화를 통한 ‘자기연민(self-compassion)’으로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연민을, 자신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하라는 것이다. 자기 혼자만의 연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이웃들, 더불어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과의 공감과 이해, 존중과 배려가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라고 강조한다. 자신만을 향한 자기연민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자기성찰로 연민의 에너지가 전환될 때, 개인의 행복지수와 사회적 건강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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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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