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분노와 자기연민의 두 얼굴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 분노와 자기연민의 두 얼굴

  • 승인 2017-09-06 15:56
  • 신문게재 2017-09-07 22면
  • 김상인 대덕대 총장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여름방학 후 개강을 하여 학생들이 돌아오니, 고요하던 캠퍼스에 활기가 넘친다. 방학 중 각종 프로젝트나 취업교육 등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캠퍼스 분위기는 조용했던 것과 비교된다. 교직원들은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해 여러 고등학교의 입학설명회에 참가하는 등 분주한 여름을 보냈다. 필자도 몇 군데 학교를 방문해서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3학년 선생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학교 안내도 했다. 선생님들 말씀은 전문대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주관심사는 대학졸업 후 어느 분야에 연봉 얼마 정도의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지 라고 한다. 취업이 학교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란다.

며칠 전, 지난 2월 우리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떠난다면서 인사차 들렀다. 작년 여름 대학에서 주관하는 말레이시아 어학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귀국 인사하러 왔을 때 만난 학생이라서 더욱 반가웠다. 커피한 잔 하면서 오래 전이긴 하지만 내가 영국에 유학하던 시절 이야기도 하고, 학업을 마치고 나서 살아갈 장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제적인 문제도 궁금해서 물었더니 씩씩하게 답변한다. 초기에는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유학생활에 자신감이 붙으면 장학금도 받고, 자기가 열심히 벌어서 공부하겠단다. 취업 때문에, 또 불안한 미래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다가 이렇게 용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젊은이를 보니 참으로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분노라고 단언하고 있다. 민주화 이전 세대가 헝그리(hungry) 세대라면 그 이후는 앵그리(angry) 세대라는 것이다. 6ㆍ25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선두세대인 필자로서는 초등학교시절 몇 해 연이어서 흉년이 들자 점심, 저녁도 굶어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비가 없어 친구들보다 2년이나 늦게 중학교에 들어갔다. 비행기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유학가면서 처음 타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더 배우고 싶다는 꿈,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의지가 나를 끝까지 버텨주는 지주가 되었다. 오늘의 ‘김상인’이라는 존재는, 개인의 꿈과 의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만나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요사이 회자되는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참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변영로 시인이 ‘거룩한 분노’를 종교보다 더 깊은 것이라고 노래했듯이, 제대로 된 분노는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걸핏하면 남을 탓하고 구(신)세대를 탓하며, 자기연민(self-pity)에 빠지는 분노는 개인 간 다툼은 물론, 사회의 갈등을 초래하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가 되고 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윤홍균에 따르면, 자기연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자신을 존중하지는 못한단다. 오히려 자신을 불쌍한 사람, 뭔가 결핍되고 상처받았기에 돌봐줘야 하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남의 감정이나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화 안 나게 생겼냐?”며 고함을 질러대거나 술과 함께 신세한탄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면에는 자기연민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너만 힘들어? 나는 더 힘들어”라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크리스토퍼 K. 거머는 저서 『셀프 컴패션』에서 명상과 심리학의 조화를 통한 ‘자기연민(self-compassion)’으로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연민을, 자신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하라는 것이다. 자기 혼자만의 연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이웃들, 더불어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과의 공감과 이해, 존중과 배려가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라고 강조한다. 자신만을 향한 자기연민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자기성찰로 연민의 에너지가 전환될 때, 개인의 행복지수와 사회적 건강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계양구, 작전동 일대 1168억 투입해 '대형 하수도 수술'
  2. 세종 아파트값 상승폭 확대… 대전·충북은 둔화, 충남은 하락폭 축소
  3. 아산시, " 10cm의 기적, 모두가 누리는 1층" 사업 마무리
  4. 천안시, 8일 '천안삼거리 떡 페스티벌' 개최
  5. 충남콘진원, 당진시민 초청 영화 '군체' 앵콜 특별상영회
  1. 천안동남소방서, 어린이 눈높이 맞춘 소방안전 체험교육 실시
  2. 한기대, 연구실 안전관리 노하우 공유
  3. 천안시복지재단, 한창이지엠 창립 20주년 기념 김장 나눔 행사
  4. 충남혁신센터, '창업 BuS-100번가의 톡' 10월 IR서 8개사 투자 무대 올라
  5. 상명대 국어문화원, 충남 국어책임관·국어문화원 공동 연수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 통합 재추진 시동…이번엔 학내 반대 여론 넘을까

충남대 통합 재추진 시동…이번엔 학내 반대 여론 넘을까

충남대학교가 국립공주대학교와의 통합을 재추진하기로 했지만, 짧은 시간 내에 학내 반대 여론을 돌릴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통합안 제출 시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존 통합안을 수정하기보다는 구성원들에게 통합의 필요성과 세부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학본부의 설득 전략이 실질적인 동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충남대는 지난달 29일 학무회의를 열고 국립공주대와의 통합 재추진을 의결했다. 당초 이날 오전 통합 재추진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를 약 2시간 앞두고 일정을 돌연 연기하는..

충청권 광역 BRT 운영체계 새판…4개 시·도 협력 시험대
충청권 광역 BRT 운영체계 새판…4개 시·도 협력 시험대

충청권을 잇는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운영과 재원 마련 기준이 새롭게 세워지면서 4개 시·도 협력체계 구축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중앙정부가 BRT 사무를 처음으로 지방에 위임한 데 이어 지역 차원의 운영 기반이 갖춰지며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충청광역연합의회 초광역건설환경위원회는 30일 제12회 정례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충청광역연합 광역간선급행버스체계(BRT) 운영 조례안과 특별회계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각각 원안 의결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의 BRT..

은행서 정기예금 연 4% 이상 금리 비중 2년 9개월만에 두 자릿수로 `껑충`
은행서 정기예금 연 4% 이상 금리 비중 2년 9개월만에 두 자릿수로 '껑충'

국내 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정기예금 중 연 4% 이상 금리가 적용된 예금 비중이 2년 9개월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시장금리 상승 속에서 각 은행이 특판 상품을 선보이며 금리 경쟁을 벌인 결과다. 1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예금은행이 신규 취급한 정기예금 중 금리가 연 4% 이상인 비중은 10.6%로 집계됐다. 8월 0.5%에서 한 달 만에 10.1%포인트 치솟았다. 비중이 10%를 넘은 것은 2023년 12월(42.6%)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2024년 1월 6.7%로 떨어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