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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서(대전대 총장) |
물질적 풍요를 넘어 세상 살기가 너무 편리해졌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버스 정류장에 가면 타려는 버스가 몇 분 뒤에 오고 버스 안의 혼잡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준다. 집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그 날의 날씨, 일정, 출근길 교통 등 말을 건네면 답을 해준다. 이제 기억하거나 찾아보지 않아도 내가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가 제공되니 세상을 거저 사는 느낌마저 든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가속도가 붙어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어디가 끝이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어 달려가고 있다. 자율자동차, 드론,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인공장기, 로봇 등 지금 시도되고 있는 것만 일상화되어도 우리 삶은 천지개벽이 될 터인데 불과 20여 년 전의 지식정보화혁명, 문명사적 변혁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이 온다고 온 세계가 난리다.
그러면 과학기술의 발전만큼 우리의 삶은 행복해졌는가? 경제, 정보화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위계층 일부 사람들은 편리해지고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정보화사회가 되면서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걱정했던 것처럼 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은 불편하고 더 힘들어졌을 가능성이 많다. 소득이 낮고 정보화에 덜 노출된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높고 부탄이 국민 행복지수 1위로 나왔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결과라 볼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 응답하는 사람들도 높은 자살률, 환경오염, 이상기후, 게임중독, 몰래카메라 및 도청 등 사생활 노출, 경쟁 스트레스의 심화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건강문제, 북한의 핵 문제까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크고 작은 폐해에 시달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우리는 한없는 과학기술경쟁만 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간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우선 그 끝을 예측해보는 것이 경각심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예측처럼 인공장기의 개발로 노후 된 장기를 기계부품처럼 교체해 인간이 반 영구불멸의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면 지금도 고령사회가 되어 걱정이 태산인데 이 지구는 어떻게 존재가 가능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나무』에서 노인들 때문에 삶의 수준이 퇴락했다며 노인들을 수용소에 잡아 가두고 상점에 출입도 못하게 하며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의사들에게 "생명을 존중할 것이 아니라 생명의 한계를 존중하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소설로 끝날 일이었으면 좋겠다.
둘째, 로봇이 공장과 군대, 사회에서의 역할을 넘어 가정에서 아버지, 어머니 역할까지 더 훌륭하게 대신하면서 가정이 파괴되고 결국은 로봇과 결혼을 하게 되는 날을 보게 될지 모른다. 동성 간의 결혼이 금기시되다 점차 인권문제로 대두되어 온 것처럼 로봇사회가 되면서 인간과 로봇간의 결혼도 상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셋째, 인간의 생명도 공장(병원)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동물복제나 인공수정은 벌써 보편화되었고 농산물도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라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대가 곧 실현될 것이다. 인간들의 금도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인류사회로 표현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에 의해 인간을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새로운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3가지 국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다행히도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성과 절제로 위기의 일보직전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 끊임없는 전쟁을 하면서도 종전을 했고 핵확산금지협약을 만들었으며 기후변화를 멈추게 하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생명복제 연구에도 제한을 가하고 속도(speed)를 추구할 때 슬로시티(slow city)를 만들고 디지털(digital)이 만연할 때 LP판을 만들며 아날로그(analog)도 찾는 중용의 덕을 갖는다. 이제 과학기술 발전을 즐기기만 하기엔 너무 위험한 요소들이 눈앞에 와 있다. 끝없는 진전보다는 그 혜택의 보편적 확산과 과학 하는 마음, 자세를 가다듬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 했듯이 인류를 지키며 평화롭게 살아갈 미래를 그려가며 과학기술의 발전을 꾀해 나가길 기대한다.
이종서 대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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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대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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