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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인(대덕대 총장) |
파리인근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에 가면 마차 박물관이 있다. 그 규모나 호화로움이 유럽에서 첫째라는 찬사를 듣지만, 베르사유를 여러 번 방문한 한국인들도 베르사유 궁전에 마차 박물관이 있는지 잘 모른다. 이 박물관은 궁전정문 맞은편에 있는 말발굽 형태의 쌍둥이 건물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왕정시대에는 마구간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절대왕정시대와 나폴레옹시대에 권력자들과 가족들의 결혼식, 대관식 그리고 장례식에 사용된 이 마차들은 호화로운 실내장식이 눈부시다. 탑승자의 승차감을 높이기 위하여 현대의 중요한 자동차기술인 현가장치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마차들은 두 마리나 그 이상 짝수의 말들이 끌도록 제작되었다. 마차 제작자는 달랐어도 두 바퀴를 이어주는 축간 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바로 이 축간 거리가 오늘 우리가 보는 철도 궤도의 폭이다.
그렇다면, 마차의 시원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역사가들이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유적지 그림을 연구한 결과, 마차가 사용된 시점은 선사시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초기에는 주로 소가 끌었고 통나무로 만든 바퀴를 사용했다. 청동기시대에 바퀴살이 발명되어 가벼운 대형 마차가 만들어지고, 소가 아니라 말, 그것도 주로 두 마리가 끌었다. 약 5,000년 전 이집트 피라미드의 공사현장에서 짐승의 힘을 이용한 수레들이 사용된 흔적을 발견했다. 1000년쯤 뒤에 건설된 아메넴헤트 3세 신전이 있는 다흐슈르 피라미드 건설 현장인근에서 채석장 유적이 발견되었다. 채석장부터 피라미드까지는 1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로 3개의 이동로가 발견되었는데 그 폭이 15미터 내외라고 하니 오늘날 복선철도의 폭과 비슷하다. 고대문명의 주인공인 로마는 2,300여 년 전에 세계최초의 고속도로인 아피아가도를 건설했는데, 4미터 내외의 폭을 갖는 마차도로와 인도를 구분했고, 전체 도로폭은 10미터 내외가 되었다. 인류역사가 발전하면서 마차의 동력이 가축에서 기계로 대체되었지만, 최첨단 고속열차에도 네 발 달린 짐승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서 시작된 문명의 유전자가 이어지고 있다.
성경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인류의 탈 것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서 이 금언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마차를 만들고 기차와 초고속열차로 진화해온 인류문명의 발전에서 보듯이 과거 프레임에 갇혀서는 진보는 없다. 개인도, 조직도, 그리고 국가도 주변 환경에 대응해서 매일 매일 변신하고 적응해야 생존하고 발전한다. 최근에 한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정태규 작가는 루게릭 병을 앓고 있어서 두 눈을 깜박이는 것만 할 수 있고, 오직 '안구 마우스'라는 기계에 의지해서 글을 쓴다. 글 쓰는 속도가 정상인의 1/10에 불과하다. 이 병 환자들은 5년 정도의 여생을 누린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해, 육체의 감옥에 갇혀 눈만 깜박일 수밖에 없는 이 불행에 대해, 나 자신이 분노나 공포의 감정에 사로잡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나는 이 감옥에서 자유롭다. 나는 이 자유를 누리겠다."?우리가 매일을 새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웅변으로 대변하는 글이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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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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