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변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변해야 한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 승인 2017-11-08 11:09
  • 수정 2017-11-08 15:54
  • 김상인 대덕대 총장김상인 대덕대 총장
201610160715_01
김상인(대덕대 총장)
대전에 숙소가 마련되면서 서울에 오가는 일정이 늘었다. 승용차나 고속버스도 이용하지만 기차여행이 가장 쾌적하다. 시간도 적게 걸리지만 몸도 편안하고 피로감이 훨씬 덜하다. 창밖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려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여유는 기차여행에서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어느 날 상경길 객실에서 기차에 관련된 상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차가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언제였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맨체스터와 리버풀에 철도가 부설되고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차가 만들어 졌다지. 그러면, 철로의 폭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그리고 내가 타고 있는 KTX와 일반열차의 궤도 폭은 같은지 등등의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이어졌다. 리버풀에서 2년을 유학하며 기차 역사를 의식하면서 살았기에 당시 품었던 이런 질문들이 현재 상황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파리인근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에 가면 마차 박물관이 있다. 그 규모나 호화로움이 유럽에서 첫째라는 찬사를 듣지만, 베르사유를 여러 번 방문한 한국인들도 베르사유 궁전에 마차 박물관이 있는지 잘 모른다. 이 박물관은 궁전정문 맞은편에 있는 말발굽 형태의 쌍둥이 건물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왕정시대에는 마구간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절대왕정시대와 나폴레옹시대에 권력자들과 가족들의 결혼식, 대관식 그리고 장례식에 사용된 이 마차들은 호화로운 실내장식이 눈부시다. 탑승자의 승차감을 높이기 위하여 현대의 중요한 자동차기술인 현가장치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마차들은 두 마리나 그 이상 짝수의 말들이 끌도록 제작되었다. 마차 제작자는 달랐어도 두 바퀴를 이어주는 축간 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바로 이 축간 거리가 오늘 우리가 보는 철도 궤도의 폭이다.



그렇다면, 마차의 시원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역사가들이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유적지 그림을 연구한 결과, 마차가 사용된 시점은 선사시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초기에는 주로 소가 끌었고 통나무로 만든 바퀴를 사용했다. 청동기시대에 바퀴살이 발명되어 가벼운 대형 마차가 만들어지고, 소가 아니라 말, 그것도 주로 두 마리가 끌었다. 약 5,000년 전 이집트 피라미드의 공사현장에서 짐승의 힘을 이용한 수레들이 사용된 흔적을 발견했다. 1000년쯤 뒤에 건설된 아메넴헤트 3세 신전이 있는 다흐슈르 피라미드 건설 현장인근에서 채석장 유적이 발견되었다. 채석장부터 피라미드까지는 1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로 3개의 이동로가 발견되었는데 그 폭이 15미터 내외라고 하니 오늘날 복선철도의 폭과 비슷하다. 고대문명의 주인공인 로마는 2,300여 년 전에 세계최초의 고속도로인 아피아가도를 건설했는데, 4미터 내외의 폭을 갖는 마차도로와 인도를 구분했고, 전체 도로폭은 10미터 내외가 되었다. 인류역사가 발전하면서 마차의 동력이 가축에서 기계로 대체되었지만, 최첨단 고속열차에도 네 발 달린 짐승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서 시작된 문명의 유전자가 이어지고 있다.

성경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인류의 탈 것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서 이 금언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마차를 만들고 기차와 초고속열차로 진화해온 인류문명의 발전에서 보듯이 과거 프레임에 갇혀서는 진보는 없다. 개인도, 조직도, 그리고 국가도 주변 환경에 대응해서 매일 매일 변신하고 적응해야 생존하고 발전한다. 최근에 한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정태규 작가는 루게릭 병을 앓고 있어서 두 눈을 깜박이는 것만 할 수 있고, 오직 '안구 마우스'라는 기계에 의지해서 글을 쓴다. 글 쓰는 속도가 정상인의 1/10에 불과하다. 이 병 환자들은 5년 정도의 여생을 누린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해, 육체의 감옥에 갇혀 눈만 깜박일 수밖에 없는 이 불행에 대해, 나 자신이 분노나 공포의 감정에 사로잡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나는 이 감옥에서 자유롭다. 나는 이 자유를 누리겠다."?우리가 매일을 새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웅변으로 대변하는 글이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