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나도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나도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

  • 승인 2017-11-24 08:05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부자
그림=우난순 기자
"여러분~ 부~자 되세요." IMF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인 2001년 말, 카드광고의 이 카피가 큰 화제였다.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 인생사에서 돈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언론에 도통 행보를 드러내지 않지만, 주식 투자 전문가이자 '시골의사'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박경철씨가 한 말이 있다. "돈에 관심 없다는 말은 위선이다." 맞는 말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은 돈을 좇는다. 돈벼락이라도 맞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할 지경이다. 그만큼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돈 앞에서 다른 무엇과 가치를 저울질 하는 건 부질없는 노릇이다.

청운의 꿈을 꿔야 할 청소년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되기를 꿈꾼다. 이 사회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소위 톱스타들은 재벌 못지 않은 부를 누린다. 매스컴에 비쳐지는 상위 1%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은 몇 십억 짜리 호화 저택에서 럭셔리 카를 몇 대씩 굴리고 빌딩 몇채를 보유하는 그야말로 상류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전지현이나 김태희, 지드레곤, 호날두를 마냥 부러워하는 아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 자본주의는 돈을 숭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마르크스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본은 더욱 활개 친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트럼프란 위인이 누군가.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천박한 부동산업자였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미국 버블경제 붕괴로 뿔난 민심의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이지만 억세게 운 좋은 이 불한당 같은 사내가 지금 세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늘 그렇지만 한국은 동북아의 신 '그레이트 게임'의 한복판에서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전긍긍하는 신세다. 트럼프의 셈법은 돈이다. 과연 한반도에서 자신이 취할 이득이 얼마나 될까 머리를 굴리는 참이다.

예술가도 예외는 아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노골적으로 돈을 밝혔다. 속물 근성이 투철한 발자크는 사치를 즐겨 평생 빚에 허덕였다. 그가 빚에서 헤어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부유한 귀족 여성과 결혼하는 거였다. 돈만 많다면 나이 많은 연상도 미망인도 가리지 않았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닌지라 발자크는 빚을 갚기 위해 커피를 마셔가며 밤새도록 글을 썼다. 돈을 위해 미친 듯이 쓴 글이 훗날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는 게 아이러니다.



예술과 돈만큼 긴밀한 연결고리도 없다. 예술가한테 예술은 지고의 선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대중에게 인정받는 척도는 작품에 매겨지는 가격이다. 영민한 피카소는 대중의 심리를 읽는 기술이 뛰어나 평생을 풍족하게 살았지만 죽어서야 비로소 빛을 본 고흐는 살아 생전엔 가난에 시달렸다. 둘 다 화가로서의 재능은 뛰어났지만 피카소는 돈의 흐름을 천부적으로 읽을 줄 아는 돈의 귀재였다. 얼마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우리 돈으로 5000억원에 낙찰됐다. 그림 한 점이 천문학적으로 팔리는 세상이다. 2007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삼성의 비자금 조성에 이용돼 물의를 빚은 것도 예술작품이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부자들의 재산축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지금, 인간은 돈을 좇는데 혈안이 됐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최순실 딸 정유라 말마따나 돈이 실력이고 능력의 잣대가 된다. 돈이 없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세상의 갑과 을의 기준점은 돈의 유무다. 하버드· 옥스퍼드 박사학위든, SKY를 나왔든 망나니 김동선 앞에선 비굴한 개가 되어야 한다. 부와 권력은 일맥 상통한다. 부자는 다른 사람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다. 또 승진시키거나 좌천시킬 수도 있다. 부자는 인적·물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다. 반면 가난은 재앙에 버금간다. 가난한 자는 춥고 배고프고 아파도 보살핌을 받을 수 없다. 가난은 사회적 낙인과 같아서 멸시와 억압, 치욕, 굴욕을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갖지 못한 자의 운명이다.

돈이면 다 되는 더러운 세상, 오늘도 로또를 산다. 숫자를 사인펜으로 표시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1등 당첨을 염원하며 단 며칠 간 행복감에 젖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10억일까, 15억일까? 한 50억쯤 되면 더 좋겠는데.이 돈으로 무얼 할까?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은 "희망을 이루어도 만족은 없다"고 통탄했다. 이건 가져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하나를 얻으면 두 개를 갖고 싶고 열 개를 얻으면 백 개를 갖고 싶은 게 인간의 사특한 생각이다. 욕망은 끝이 없다는 걸 셰익스피어만 아는 게 아니다. 수단을 목적으로 삼는 건 위험하지만 한번 원없이 만져보고 싶은 게 돈이다. 우스운가?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민주평통 대전 동구협, 한반도 평화공존 대내외 정책 모색
  2. 세종시 '상권' 고립무원…새로운 미래 없나
  3. 대전 진보교육감 단일화 미참여 맹수석·정상신 후보 "단일화 멈춰야"
  4. 석유 사재기·암표상 집중 단속… 민생물가 교란 범죄 뿌리 뽑힐까
  5. [사설] '차기 총선 통합론' 더 현실적 대안인가
  1.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2. 345㎸ 입지선정위 논의 3개월 남아… 지역사회 우려 해소는 '제자리'
  3. [세상읽기]'대전 3·8민주의거' 그 날의 외침
  4. [내방] 김도완 대전지검장
  5. 대전사람 10명 중 8명 "지역치안 안전해"… 대전경찰청 안전 설문조사 진행

헤드라인 뉴스


무산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방선거 화약고 불보듯

무산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방선거 화약고 불보듯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 사안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행정통합 성공에 따른 논공행상이 아닌 실패로 인한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커 휘발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통상 공직선거 한 달 또는 늦어도 공식선거운동 기간을 전후해 각 당은 시도별 공약을 발표하기 마련이다. 올 지방선거가 6월 3일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초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21일께에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진다. 충청권의 경우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미 지역..

20년 숙원 해결 기대감 높였던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아직 첫 삽 못떠
20년 숙원 해결 기대감 높였던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아직 첫 삽 못떠

시행사가 사업설명회까지 열면서 착공의 기대감을 높였던 대전 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 사업이 첫 삽을 뜨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동분쟁으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착공이 계속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대전시와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예정이었던 대전 역세권 복합2구역의 착공이 연기됐다. 대전역세권개발의 핵심 사업인 복합2구역 사업은 대전역 동광장 주변 2만8391㎡ 부지에 1184가구 공동주택과 호텔·컨벤션·업무·판매시설을 집약하는 초고층 복..

`정부세종청사` 이전 흔들기 시도… 지역 정치권 규탄
'정부세종청사' 이전 흔들기 시도… 지역 정치권 규탄

인구 39만 명 벽에 갇힌 세종시. 2020년 중앙행정기관 이전기(1단계)도 미완으로 남아 표류하고 있는 현실. 행정 기능만 덩그러니 놓인 세종시의 정상 건설을 뒤흔드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의 이전을 공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김민석 총리와 행정안전부까지 나서 "추가 이전 계획은 없다"는 사실을 못 박았으나 선심성 약속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세종시 여·야 정치권에 이어 세종특별자치시의회(의장 임채성)가 12일 이에 대한 규탄의 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 개학기 등하굣길 ‘안전하게’ 개학기 등하굣길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