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의 휴머니즘이 남북 첩보물과 만날 때

  • 핫클릭
  • 방송/연예

양우석 감독의 휴머니즘이 남북 첩보물과 만날 때

  • 승인 2017-12-12 09:27
20171211190200355631
영화 '강철비' 스틸컷. (사진=NEW 제공)
흔하디 흔한 남북 첩보영화 공식은 더 이상 없다. '변호인'부터 매력적인 캐릭터와 공감성 넘치는 드라마로 관객을 사로잡은 양우석 감독은 전혀 다른 장르인 '강철비'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십분 발휘했다.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선택지를 막기 위해 북한 정예요원 엄철우와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피가 낭자하는 화려한 액션을 넘어,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캐릭터들과 사건들이 영화를 짜임새있게 만든다.



양우석 감독은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 핵에 대한 인식이 회피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북한과 북한핵, 북한 동포들, 남북의 정치구조들, 남북을 바라보는 중미일의 다양한 시각들을 부드럽게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영화 제작 의도를 밝혔다.

'북한 쿠데타로 인한 남북 핵전쟁 위기'라는 영화적 배경은 철저히 가상이다. 그러나 양 감독은 북측 정예요원 엄철우와 남측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를 두고 엇갈린 각국 이해관계를 통해 다소 허황될 수 있는 드라마의 설득력을 높인다. 양 감독이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을 기울인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제2차 한국전쟁에 대한 외국의 시각을 가급적 정확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힘을 움직이는 국제 외교에 있어 각국의 입장은 경중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폐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실적으로 다루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20171211190250304759
영화 '강철비'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속에는 남북의 '철우들' 외에 현직 대통령(김의성 분)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경영 분)이 등장한다. 남한의 운명을 결정할 그들은 남북 핵전쟁 위기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이들 캐릭터는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내의 두 가지 시선을 지도자의 입장에서 보다 생생하게 보여준다.

양우석 감독은 "우리가 북을 바라보는 명백한 시각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포라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주적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시각이다. 우리가 북에 가진 이중적 시선을 두 분의 대통령 캐릭터를 통해 곱씹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첩보영화인만큼 영화는 내내 긴박감 넘치게 흘러가지만 엄철우와 곽철우가 보여주는 관계만큼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흔히 이런 영화에서 접했던 능력치 좋고 잘생긴 북한 최정예요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남북관계마저도 이용하는 고위 공직자의 모습 또한 없다. 양우석 감독은 비인간성으로 대표되는 첩보영화 속 중심 캐릭터들에 인간적인 색채를 입히면서 차별화에 성공한다.

국가들 간의 관계는 얼마든지 냉혹하게 흘러갈 수 있지만 인간 대 인간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는 '희망'을 남겨둔다. 이 희망 역시 허황된 '뜬구름 잡기'가 아닌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핵전쟁'을 막고자하는 노력 속에서 이뤄지기에 적절한 개연성을 가진다.

20171211190355309659
영화 '강철비' 스틸컷. (사진=NEW 제공)
양우석 감독은 "두 주인공 모두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뛰는 보편타당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우리가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 배경이 있으니 자신의 가정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다는 캐릭터의 성격이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강철비'가 지독히 현실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영화인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 체제로 바뀐 북한과의 관계에서 언제든 핵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핵탄도미사일이 현실화된 순간 북한의 '핵개발'과 '전쟁 위협'은 눈 감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양우석 감독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절의 북한과 달리 김정은의 북한은 시장경제체제로 들어갔다. 철저하게 통제됐던 과거 사회와 지금 시스템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영화를 보면 강력한 외부압력 못지 않게 북한 내부에서는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우리에게도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의미를 말했다.

배우 정우성, 곽도원, 김의성, 이경영 등이 출연하는 영화 '강철비'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노컷뉴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3.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4.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5.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1.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2. 29일부터 대입 정시 모집…응시생 늘고 불수능에 경쟁 치열 예상
  3. '티라노사우루스 발견 120주년'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특별전
  4.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5. KAIST 비싼 데이터센터 GPU 대신 내 PC·모바일 GPU로 AI 서비스 '스펙엣지' 기술 개발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은 2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형식이 아닌 실질적 특별시 완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날 주재한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시) 관련 핵심 특례 확보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권·예산권·세수권 등 실질적 특례가 반드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법안이 가장 중요하다"며"형식적 특별시로는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충청권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방정부 모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 통합 흐름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준현 세종시당위원장(을구 국회의원)이 29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세종이 충청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호재"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상징성 약화'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새해 경영환경에 대한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본부장 박상언)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2%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3%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8.5%)보다 두 배가량 많아 내년 경영 여건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