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평화에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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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평화에 이르는 길'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 승인 2017-12-27 08:05
  • 수정 2017-12-27 17:39
  •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전용란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은 자비와 긍휼을 경험하는 달이다. 세밑의 허전함과 함께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춥고 허허로운 마음도 있지만, 12월 25일의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이 사랑과 평화를 선물해준다. 동짓날의 뜨거운 팥죽 한 그릇처럼 삭풍 한가운데 서있는 인생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소망을 건네주는 신의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다. 종교지도자들은 이 시기에 세상을 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과 극심한 빈곤과 전쟁과 재난으로 고통을 겪는 영혼들을 향한 마음을 촉구한다. 모두가 평화와 사랑을 깊이 염원한다. 그것은 역으로 얼마나 우리가 평화롭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깊이 깨닫게 해준다.

이 세상은 평화롭지 못하다. 세계 곳곳의 끊이지 않는 내전과 테러, 내몰려지는 난민들의 처절한 삶, 전쟁의 위협과 삶의 곳곳에 폭력과 차별이 가득하다. 누구나 평화를 원하지만 어디에도 평화를 이루지 못한다. 전쟁이 그친 곳에는 평화가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전쟁이 없는 것은 단순히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라 간신히 유지시킨 힘의 균형일 뿐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와 전쟁을 억제하는 힘 속에서 유지되는 평화는 참 평화가 아니다. 폭력을 유발하는 힘과 그 힘을 제어하는 세력 간의 균형을 지탱함으로 이 사회는 간신히 '평화로움'을 유지 시키고 있다. 그 힘의 균형이 살짝 미끄러지기만 해도 평화의 상태는 곧장 깨져버린다. 힘 조절로 이루어지는 아슬아슬한 평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변화에서 오는 평화적 삶이 필요하다. 평화는 단순하지 않다. 평화는 한 가지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중첩된 의미들을 지니고서야 비로소 평화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평화에는 연민, 용납, 이해 겸손, 비움, 용서, 정의, 진리 등의 결들을 담고 있다. 폭력적 사건들과 암울한 소식들 속에 묻혀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극한 고통과 억울함, 깊은 슬픔으로 마음이 아파지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삶의 본질적 성찰로 인한 겸손과 용납과 이해의 단계를 거쳐 헌신적인 정의를 실천하기까지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비로소 평화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폭력적 사고, 폭력의 뿌리, 폭력의 이유들을 뽑아버려야만 평화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자신 안에 평화의 힘을 길러내야 다른 사람과 평화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세상과 평화를 말할 수 있게 된다. 평화 만들기는 자신의 욕구를 비우고 이기적 권리들을 내려놓음이다.

2000년 전, 예수는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냄새나는 초라한 마구간을 통해 인간 역사 속으로 찾아 오셨다. 힘 센 권세자의 모습이 아닌 힘없는 가난한 모습으로 오셨다. 이러한 탄생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식의 틀을 깬다. 가난하고 연약한 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하나님! 여기서부터 평화의 길이 시작된다.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 중에 평화로다"라고 노래했다. 예수는 평화를 위해 오셨다.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화해를 이루며 용서와 사랑을 경험한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라고 고백했다. 아기로 오신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기꺼이 죽음까지도 내 놓으며 평화를 이루셨다. 십자가 위에서 모든 미움과 증오와 죄의 세력이 무력화되어진다. 그리고 용서와 사랑만이 남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모두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성탄절은 바로 구원의 메시지가 선포되어지는 절기이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누가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가? 종교적 질문은 결국 삶의 막다른 지점에서 튀어져 나온다. 가장 깊은 시련과 절망 가운데 인간의 한계가 절정에 이른 지점에서 우리의 능력을 넘어선 어떤 섭리를 발견하며 신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신의 자비의 손길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용서, 자비, 긍휼은 상황을 스스로를 극복할 능력이 없는 모든 인생들에게 필요하다. 평화에는 신비로운 측면이 반드시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소들이 저절로 한 개인의 지적 능력이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기 예수처럼 가장 비천한 곳을 향해 내려갈 때 이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이 다가와 삶을 변화시킨다. 그러한 성탄절의 메시지가 있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새 소망을 발견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을 갖추게 된다. 새해에는 평화의 신비한 능력을 경험하며 평화의 길을 걷고 싶다.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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