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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갑을 열어 지폐 몇 장을 그 안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추운데 수고 많으십니다." 빨간색 롱패딩으로 중무장한 아주머니 두 분 중 한 분은 종을 흔들며 "불우이읏을 도웁시다"라고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앞과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날씨도 추운데 십시일반의 인정마저 부화뇌동하여 함께 얼어버린 걸까...... '구세군 자선냄비'는 연말에 실시되는 자선모금운동이다. 여기서 모금된 성금은 영세민 구호와 사회사업시설에 대한 원조, 각종 이재민의 구호와 신체장애자 구호 등에 쓰인다고 한다.
구세군은 선교와 사회봉사 활동을 주로 하는 기독교의 한 교파다. 특히 연말에 실시하는 불우이웃돕기 모금운동인 '자선냄비'로 유명하다. 자선냄비는 지난 1891년 12월 24일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되어 생긴 1,000여명의 난민과 도시 빈민을 위한 모금활동 중 한 구세군 여사관이 쇠솥을 다리에 놓아 거리에 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로 기금을 모은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전 세계로 퍼져 붉은 세 다리 냄비걸이와 냄비 모양의 모금통, 제복을 입은 구세군 사관의 손 종소리로 상징되는 자선냄비는 매년 성탄이 가까워지면 실시하는 이웃사랑을 위한 모금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100여 개국에서 매년 성탄이 가까워지면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조셉 바아) 사관이 서울의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 이웃돕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천정부지로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즈음이다. 그래서 말인데 천 원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편의점에 가도 빵 하나를 사자면 천 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역전시장 내 '대전 원조선짓국'에 가면 그 천 원만으로도 배가 든든해진다. 이 '천 원의 감사함'에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서 천 원 백반집을 운영하는 <해 뜨는 식당> 역시 흐뭇함과 존경의 옥답(沃畓)으로 우뚝하다.
언론에서도 앞 다투어 소개했듯 '해 뜨는 식당' 역시 주인장인 김윤경 님은 모친 김선자 님의 천사에 다름 아닌 선행을 보고 배운 고인의 막내딸이다. '해 뜨는 식당'은 김선자 님이 지난 2010년부터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단돈 1,000원에 백반을 팔아온 곳이라고 한다.
매월 수십 만 원씩의 적자를 떠안고도 이를 감당한 건, 삶이 허기진 사람들도 언제든 와서 당당하게 한 끼의 식사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끔 배려한 고인의 숭고한 철학이 그 태동의 원천이었다.
나는 구세대답게 지금도 종이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자 D일보 A16면엔 [저소득 아이들 '영웅'을 찾아] 시리즈 '고봉민 김밥人' 고봉민 씨의 "기부할수록 좋은 일 생겨… 행운의 부적" 기사가 게재되었다.
그 기사에 그만 흐뭇함이 분수처럼 성큼 솟아올랐다. '제6회 대전.충청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가 지난 11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를 취재하고자 현장을 찾았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행렬이 가속화되면서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는 즈음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트렌드 분석 부재와 가성비 저하의 메뉴, 확실한 콘셉트의 오리무중이라고 한다면 이는 곧 *'레몬마켓'과 같은 안 좋은 상황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있어선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이라 하더라도 결코 탄탄대로를 열어주지 않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 소위 '오너리스크'까지 가세한다면 이는 필시 백전백패다.
이에 반해 우연한 기회에 소액 기부를 시작해 7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고봉민 김밥人(인)'의 고봉민 ㈜케이비엠 감사님과 같은 기부천사 오너의 선행은 마치 불길처럼 그 감동의 입소문이 결국엔 사업의 성공으로까지 가는 전기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적은 금액으로 기부를 시작했지만 그 반향은 더 크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부를 하면 할수록 장사도 잘되고 일이 잘 풀리더라는 고 씨의 "기부는 다다익선"이라는 말은 어떤 경구(警句)의 메아리로 포물선을 그리며 돌아오기까지 했다.
이른바 '최순실 한파'로 말미암아 10대그룹의 지난해 기부금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순수한 목적의 기부는 앞으로도 불변하게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 터다.
요즘 소비자들은 매우 현명하다. 따라서 기부를 잘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아니 하는 기업까지 선별하는 혜안의 눈을 지니고 있다. 날씨가 더욱 추운 협곡으로 들어서고 있다. 엄동설한에 없이 사는 사람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부를 시작함으로 해서 성공의 디딤돌을 만든 고봉민 씨와 같이 비단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기업 전체가 '기부'라는 아름다운 전염병을 앓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선행을 언론에서 거푸 접하면서 나 역시 기부의 다짐을 마음에 각인했다.
구세군 자선냄비 말고도 기부를 받아 각종의 도움을 도모하는 단체는 많다. 한데 그 많고 많은 기부단체 중 과연 어디를 선택할까가 화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금세 해결되었다. 굳이 옥석을 가릴 것도 없이 기부자와 후원자가 가장 많은 단체로 정하면 될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차별 없는 구호의 정신까지 자랑하는 유니세프가 그 모범답안이지 싶었다. 유니세프의 설립 정신은 국적과 인종, 이념, 종교, 성별 등과 상관없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차별 없는 구호'를 자랑한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2차 대전의 패전국들과 중동, 중국의 어린이, 극동의 한국 어린이들까지 모두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유니세프는 또한 개발도상국에서 그 나라 정부 및 유엔기구, 인도주의적인 비정부기구들과 협력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든든했다.
각 분야의 사업동반자와 공동으로 일함으로써 긴급한 구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와 여성에게 더 빠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다니 이 또한 내 맘을 급속도로 쏠리게 하는 단초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유니세프의 궁극적 지향점은 무엇일까?
유니세프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어린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각 가정과 지역사회가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보호자와 지역사회 주민들을 훈련시켜 식수 제공을 위한 펌프나 우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한편, 어린이의 영양과 질병관리를 가정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홈페이지에서의 소개가 그 방증이다.
아울러 유니세프는 인류의 발전이 어린이가 어떻게 보호받고 자라나는가에 달려있다고 믿는다는 대목 역시 굳건한 믿음의 단초로 부상했다. 사실 '지구촌'이라는 세계의 공동체는 어린이의 건강과 교육, 평등, 보호를 위해 인도주의를 실천해야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고로 유니세프는 국제사회와 각 나라가 정책을 세우고 재원을 사용함에 있어 어린이를 가장먼저 고려하도록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리라. 급기야(?) 나는 오늘 드디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전화를 걸었다.
02- 737-1004로 전화를 하니 나도 좋아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친선대사인 국민배우 안성기 님처럼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안내의 담당 아가씨가 상냥한 목소리로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회사 건물의 1층 로비에 신한은행 ATM 기기가 있다. 따라서 무시로 신한은행 ATM을 이용하여 송금할 작정이다. 140- 007- 215267 번호를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에 저장했다. 나는 사실 박봉의 경비원이기에 매달 적자다.
따라서 경비원 생활 6년에 증가한 거라곤 이마의 주름살과 빚뿐이다. 하지만 이런 지엽적 문제를 기부와 연관해선 평생토록 기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야 할 터다.
기부자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우선 '닥치고' 기부부터 하고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관건일 테니까. 말이 난 김에 첨언하는데 아들과 딸 모두 대학 재학 시 장학금을 받았다. 덕분에 당시엔 딱히 빚을 지지 않았는데 장학금 역시 그 본질은 누군가의 기부가 그 토대를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
비록 기부하는 시기는 너무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때론 가장 빠른 때일 수도 있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고봉민 님의 고백처럼 기부할수록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은 나에게도 적용이 될 것이란 희망의 싹이 벌써부터 꿈틀댄다.
나는 이미 두 권의 책자를 발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많은 글을 저장해 두고 있다. 야근을 하면서 2년 여 가까이 써온 것인데 부디 출간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그렇게 되어 인세까지 받는다면 나의 유니세프를 통한 기부 액수는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내일은 또 꼭두새벽부터 출근하는 날이다. 내일부턴 나도 유니세프에 기부할 것이다. 시작은 비록 늦었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은 밤새는 줄도 모른다고 했지 않았던가.
그 말에 걸맞게 틈만 나면 기부하는 좋은 버릇을 들이리라 거듭 다짐해 본다. 끝으로 만약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없었더라면 불우한 이웃은 과연 누가 도왔을까? 불우한 이웃들은 이 겨울이 악마보다 더 무섭고, 춥고, 서럽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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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레몬마켓'은 판매자보다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적은 소비자(정보의 비대칭성)들이 속아서 살 가능성을 우려해 싼값만 지불하려 하고, 이로 인해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
이처럼 불량품이 넘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도 외면하게 되는 시장이 된다는 것이다. 레몬은 미국 속어로 불량품을 뜻하는데, '시큼하고 맛없는 과일'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레몬이 서양에 처음 들어왔을 때 오렌지보다 쓰고 신맛이 강해 맛없는 과일로 알려졌다.
이를 빗대 경제 분야에서는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레몬마켓'이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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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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