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소중한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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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소중한 인연들

김상인 대덕대 총장

  • 승인 2018-01-03 09:05
  • 정성직 기자정성직 기자
김상인 총장님 칼럼 사진
김상인(대덕대 총장)
별 연고 없는 대전에 와서 벌써 여러 크고 작은 인연들을 만들었다. 교직원들과의 인연은 물론이고, 학교일로 혹은 사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분들과 만남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귀한 인연은 유성테니스클럽회원이 된 것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테니스클럽답게 연로하신 회원들과 부부회원들이 많다. 다른 클럽에서는 우리 부부도 제법 나이든 축에 속하는데 이 클럽에서는 거의 막내 뻘이다. 새해가 되어 85세가 되는 고문님과 78세가 되는 총무님은 모범적인 부부회원이다. 두 분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주중이나 주말 관계없이 새벽부터 테니스코트로 출근한다. 테니스장 솔질과 라인 긋기는 고문님 담당이고, 쉼터 먼지 털기와 청소는 총무님 몫이다.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 회원들이 나오지 않으면 총무님은 고어체의 문자를 날린다. 회원님들 어서 나오시라고. 고문님 테니스 실력도 만만치 않지만 쉬는 틈틈이 들려주시는 총무님 살아온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테니스장에 나가서 이 두 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내와 나는 행복해진다.

대전 관사엔 우리 부부 외에 두 식구가 더 있다. 길양이인 '광복이'하고 '아리'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둘째에게 아파트생활 졸업하면 예쁜 개를 키우자고 약속했는데 이 녀석 결혼 때까지 지키지 못한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강아지 대신 길고양이들이 식구가 되었나 보다. 광복이는 이태 전 광복절 날 우리 집에 왔기에 광복이로 부른다. 어느 비 오는 날 둘째 친구가 외출하던 중 아파트 모퉁이에서 비에 젖어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내버려둘 수가 없어 집으로 데려 갔단다. 그러다 갑자기 싱가포르로 발령 나는 바람에 맡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둘째가 동물보호소에 가서 상의했더니 코언저리와 꼬리에 피부병이 있어 입양되기 어려우니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다고 해서 떠맡았다. 아리는 둘째가 근무하는 사무실 건물 옆에서 살던 어미와 세 마리 새끼 중 못난이다. 시간 날 때마다 들러 먹이도 주곤 했는데 어느 날 안 보이기에 누가 데려갔나 했더니 다음날 아침에는 부실한 이 녀석 혼자 울고 있더란다. 퇴근할 때도 여전히 그러고 있어 내버려 둘 수가 없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도 받고 집에 들어와 광복이 여동생이 되었다. 참, 이름이 아리인 것은, 울음소리가 병아리소리 같아 아리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그렇게 작은아들 집에서 살다가 며느리가 아기를 갖게 되자 지난 5월에 우리 집으로 이사와 식구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인연으로 우리 가족이 된 두 녀석들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 처음에 먹여주고 돌봐주는 주인도 몰라보고 외면하고 말썽피울 땐 얄밉다가도, 차츰차츰 곁을 주거나 품에 안기면 우리 부부는 애기들같이 기뻐한다. 새삼스럽게 인연이란 가꾸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배운다.

작년에 공직을 퇴임하면서 아내와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일 년에 한번은 해외여행을 같이 하고,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말자고. 그러다 이 곳 대덕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학교일 자체는 낯설지만 재미도 있는데 교직원들과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다. 마음이 불편해지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 자유의지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지 자꾸 뒤를 보게 된다. 얼마 전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패밀리 맨'을 보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포기했던 잭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타인이 부러워할 완벽한 인생을 추구하는 성공한 독신 사업가와, 네 가족의 가장이며 자동차타이어 대리점 직원 수입으로 꾸려가는 빠듯한 삶.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어떤 삶을 택할까? 그러다, 자기정체성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눈앞에 있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망치지 말라는 당부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임제선사의 할(喝)이었다.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우리'를 선택한다는 여주인공 케이트의 선언은 인연을 어떻게 가꾸어 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시원한 감로수였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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