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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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주는 행복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2-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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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지난 화요일 부산에 있는 모 대학교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 회의라서 점심을 먹고 대전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중요한 사안을 심의하는 회의라서 사실 약간의 부담이 되었지만,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차창에 펼쳐지는 겨울풍경에 회의의 부담을 잊고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동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기차를 오랜만에 탔기 때문은 아닙니다. 대전에 살면서 많은 외부 활동을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서울에서 있기 때문에 서울을 가는 기차를 타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더구나 수년전 아내가 직장을 옮겨 소위 주말부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을 가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대전과 서울로 가는 구간은 거의 외우고 있습니다. 혹시 기차에서 잠시 졸다가 눈을 떠도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내게 대전을 떠나 서울을 가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연장으로 새로운 감흥이나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내게 대전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곳, 특히 대구 남쪽으로 가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서울에서 사시다가 수년전 대구로 이사하셔서 대구를 가는 경우가 있지만, 기차를 타지 않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기 때문에 이 또한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부산 출장과 같이 서울이나 대구가 아닌 조금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게 한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매년 몇 번씩 부산이나 광주 등으로 출장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급히 다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여행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부산 출장은 좀 느낌이 달랐습니다. 방학 중에 가는 출장이라서 그런지 기차를 타고 나서 불현 듯 든 생각이지만, 일 때문에 가는 출장이라기보다는 하루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2018년이 되고 나서 늘 마음 한구석에 단 하루만이라도 훌훌 털고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지난 학기 내내 무엇인가 쫒기는 것 같은 생활이 이어졌고, 또 한편으로 어떤 일로 마음을 졸이기도 했고, 그 당시 추진했던 일의 결과가 더디게 나와서 답답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가고 방학이 되었음에도 내 일상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방학이 아니라 마치 답답하고 불투명했던 지난 학기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돌파구의 하나로 단 하루가 되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짧은 여행이라도 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여행은 분명히 일상의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들은 일상의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을 다녀온 후 남는 기억과 추억은 또 다시 일상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여행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하고 설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은 내게도 늘 새로운 행복을 선사합니다. 그 여행이 일을 하려고 떠나는 출장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막상 출장을 갈 때는 그런 감흥을 느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떠난다는 것은 늘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어떤 것으로부터의 탈출이나 변화는 여행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행은 공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리고 시각이나 감정에서도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이나 행복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여행이 아니라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때로는 일과 관련되지 않은 책을 볼 수도 있고, 영화나 연극, 음악 같은 것도 일상으로부터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점심식사 후 가벼운 산책도 일상의 변화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생각에서 이번 방학을 계기로 내 일상에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 동안 수십 년 동안 해 오던 생활패턴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습성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일찍 출근해서 오전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고 일찍 퇴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후 시간이 다소 무료하기도 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가끔은 산책도 하고 또 좋아하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전공분야 이외의 관심사에 대해 집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활패턴을 바꾸려고 노력하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년퇴직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기만 했던 퇴직 후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고민할 수도 있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한 실질적인 실행계획을 검토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변화는 마음의 여유도 가져다주었습니다. 답답하기만 했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은 관조하고 관망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어떤 거시적인 것이나 인생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같이 큰 계획이나 생각이나 사고 같은 것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 동안 주방 구석에 있던 분리수거 통이 어느 순간 눈에 띄게 되었고, 그 통을 베란다로 옮겨 놓으니 집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감지하기도 했습니다. 거실 바닥에 생긴 얼룩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 얼룩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리수거 통을 치우고, 얼룩을 지우고 나서 묘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참 사소한 것인데도 말입니다.

인간의 삶은 어찌 보면 다분히 주관적인 합리화를 겪어가는 과정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판단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자신이기 때문에 이렇고 저렇고 한다는 그런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라진 생활패턴 속에서 지난 시간들을 다시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합리화라는 것이 자신에게는 타당한 것이고 이해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 가서는 그것으로 인해서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고 섭섭해 하기도 하고 또 좌절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은 자신의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변화를 무의식적으로 거부한 것의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늘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작은 변화부터 큰 변화까지 그 변화를 인정하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변화를 추구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물론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변화는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매일 벗어 두는 시계나 안경을 다른 곳에 두었을 때, 그것을 찾으려면 참 황당하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히 그럴 것이니 하고 행한 행동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변화는 때로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 조차 큰 충격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평가에서 당연한 비판이나 지적이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것으로 인지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크고 작은 그리고 중요하던 중요하지 않던, 어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스스로 끊임없이 추구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왜 여행을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참 다양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는 누구나가 동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사소한 일상에서 아주 작은 변화를 주었을 때도 그 파장이 나중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일상의 사소한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일상의 사소한 변화가 주는 행복이 이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 내 일상에서 사소한 변화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도 내 일상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를 통해 좀 더 행복한 주말을 찾고 싶습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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