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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인 대덕대 총장 |
필자의 먼 친척 중에 연배가 비슷한 이모뻘 되는 이가 있다. 예쁘장한 외모에 노래도 잘해서 명절 때 동네노래자랑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하는 실력이라 인기가 많았다. 일찍 결혼해 20대 중반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50세도 안 되어 손자와 손녀를 보았다. 부지런하고 싹싹한 부부는 알콩달콩 살아가던 중 아들과 며느리를 사고로 잃고 말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부모를 잃고 이 세상에 남겨진 어린 손주들을 조부모가 키우게 되었다. 고아가 된 슬픔을 채 알지도 못하고 엄마 보고 싶다고 보채는 녀석들 달래느라 때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저 울기도 했단다. 할머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 도회지에 집을 얻어서 장사를 하며 애들 뒷바라지를 했다. 명절 때 시골 가서 가끔씩 만나기도 했는데 손자들 떠맡고 나서는 명절조차도 쉬지 않고 일하는 억순이가 되었다. 그렇게 슬픔을 삭이며 아들대신 두 손주를 키우면서 한 번도 먼저 간 자식 탓하거나 남 탓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시름 달래느라 어쩌다 술 한 잔 하면 자식들에게 못다 한 사랑빚 갚으라고 기회를 주신 거지 하고는 눈물을 삼키고 만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나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모님을 비롯한 조부모 보호자들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최근 정부 취업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말 현재, 60세 이상 취업자가 413만 명으로 청년(15-29세) 취업자 수 397만 명을 넘어섰다. 일부 언론에서는 청년실업과 노인 빈곤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책의 실패라고 평가하지만, 필자는 이 결과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고 싶다. 물론, 국내 고령층의 절반에 가까운 46.5%가 같은 연령대 소득의 절반도 벌지 못하는 현실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에서 이분들의 빈곤문제와 생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 아니 이 분들은 국가의 몫만 제대로 해주길 기대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부모부양의 책임을 실천해온 마지막 세대로서 또, 자식들에게 다 주었지만 내 노후는 자식들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첫 세대의 선두주자의 의지를 그렇게 폄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는데 자식들 짐이 되기 싫다며 오늘도 일자리로 나서는 인생의 선배님들께 동정의 눈길보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언론에서는 먹방이나 예능에만 귀한 시간 배정하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에도 관심을 갖자. 이분들이 조금은 어렵게 살고 있지만 무슨 일이라도 떳떳하게 일하면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 캠페인이라도 벌이면 좋겠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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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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