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사랑꾼인 당신, 굴 한번 잡숴봐!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사랑꾼인 당신, 굴 한번 잡숴봐!

  • 승인 2018-02-09 09:00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KakaoTalk_20180208_184012338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여자 못지 않게 먹는 걸 좋아했다. 먹는 것과 키스는 입과 관련돼 있으니 식욕과 성욕은 통한다는 얘기가 괜한 말은 아닌 듯 싶다. 입술과 혀와 목젖을 건드리며 그 무엇이 넘어가는 통로인 목구멍은 음식을 먹고 삼키고 혹은 빨고 핥는 행위를 목적으로 한다. 카사노바는 음식을 통해 여자를 유혹하는 데 능수능란했다. 자신 또한 맛있고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먹는 미식가였다.

굴은 오래 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식탁에 올랐다. 고대 로마 황제를 비롯 클레오파트라, 한국의 고대 조개무지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카사노바도 굴을 꽤 즐겨 먹었다. 천하의 사랑꾼 카사노바는 하루에 생굴을 50알씩 먹었다고 한다. 여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굴이 정력에 좋다는 건 꽤 일리가 있다. 굴에는 철분, 칼슘, 아연이 풍부하다. 그래서 굴을 바다의 우유 내지는 바다의 소고기라고 한다. 그 중 아연은 정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영양소다.

굴은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부터 2월까지 먹어야 제대로 맛을 볼 수 있다. 5월부터 8월까지는 독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 설 무렵인 이맘 때가 딱 제철이다. 시베리아를 방불케 하는 매서운 추위로 꼼짝 못하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이거야말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춥다는 핑계로 운동을 안 한지 달포가 넘어가는데 이 놈의 식욕은 365일 왕성하다. 늦은 밤 라면에 찬밥 말아먹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새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몸 여기저기서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매일 먹는 밤참이 꿀맛이긴 한데 뭔지 모를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중무장을 하고 우리 식구는 보령 천북으로 갔다. 청양고추처럼 매서운 바람에 코끝이 알싸하다. 그래, 이런 때 굴을 먹어줘야 해! 굴 마을은 패딩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한 솥 가득 굴찜이 나왔다. 껍데기를 벌려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굴 껍데기 까는 솜씨가 서툰 날 보던 언니가 혀를 차더니 접시에 굴 알맹이를 연신 던져줬다. 졸깃한 굴을 조심스럽게 씹었다. 혹시라도 흑진주가 나올 지 누가 아나? 역시나 흑진주는 없었다.

굴은 역시 생굴이 최고다. 굴구이, 굴 밥, 굴국, 굴 전, 굴 떡국, 굴 생채 등 굴을 이용한 음식은 많다. 그렇지만 굴은 날 것 그대로 다른 것과 섞이지 않은 굴 자체로만 먹어야 맛있다. 한 접시에 1만원하는 생굴을 두 접시 시켰다. 비릿한 향과 함께 미끈덩한 덩어리가 씹을 새도 없이 목젖을 건드리고 쑥 넘어갔다. 굴은 특유의 느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입안 가득 차는 물컹한 촉감과 비릿한 바다내음이 어떤 사람에겐 생소하다. 음식도 자꾸 먹어봐야 세련된 감각이 생긴다.

천생 촌사람인 아버지는 굴을 좋아하신다. 예전에 엄마는 겨울이 오면 종종 생굴을 사오시곤 했다. 어린 나는 그 낯선 향과 혀에 닿는 야릇한 부드러움이 영 어색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나마 양념 맛으로 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식성이 좋으시지만 취향은 정반대다. 아버지는 된밥과 국물 없는 반찬, 쇠고기를 좋아하신다. 엄마는 반대로 진밥과 국 종류, 돼지고기를 잘 드신다. 요즘 옆에 사는 언니가 피곤하다며 하소연을 자주 한다. 아버지 성품에 밥상머리에서 뭐라뭐라 하시진 않는다. 좋아하는 건 더 잘 드시고 안 좋아하는 건 덜 드시기 때문에 식구들이 눈치가 보이는 것 뿐이다. 입맛이 다른 아버지 때문에 조금은 성가셨을 엄마가 굴만은 정성스럽게 챙긴 연유로 6남매를 둔 건 아닐까.

오래 전 친구와 선유도를 간 적이 있다. 8월 말이었다. 바캉스 시즌이 끝나갈 무렵이어서 섬은 쓸쓸했다. 물 밀 듯이 밀려와 한꺼번에 떠난 피서객들의 잔상이 곳곳에 배어 있어 더더욱 적막감이 묻어났다. 우리는 바닷가 자그마한 슈퍼 옆 평상에 누워 쏟아지는 졸음에 꾸벅거리고 동네 개인 듯한 백구도 졸린 건 마찬가지였다. 늦은 오후 예쁘장한 학교에서 철봉에 매달려 운동하는 햇병아리 남자 선생님을 봐도 설레지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섬 둘레를 한바퀴 돌았지만 친구와 난 영 기운이 안 났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자고 배가 고파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변변한 식당도 없어 주린 배를 잡고 바닷가 바위에 붙은 굴을 깨뜨려 콩알만한 알맹이를 정신없이 먹었다. 어찌나 짠 지 나중엔 속이 울렁거렸다. 급기야 친구가 뻘에 들어갔다가 발이 안 빠져 동네 총각이 달려와서 도와줬다. 그 총각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연신 싱글벙글 했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짭쪼롬한 굴 한번 더 먹어야겠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3.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4.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5.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1.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2.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3.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4. 충청권 7월 본격 장마 예상…올해 평년보다 강수량 많아 '주의'
  5.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보건의료 '빨간불'

헤드라인 뉴스


대형 참사 잇따른 대전서 `119 정밀위치추적` 전국최초 실증 나선다

대형 참사 잇따른 대전서 '119 정밀위치추적' 전국최초 실증 나선다

대전에서 대형 참사가 잇따르며 구조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구조대상자가 있는 층수와 함께 15m 오차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 대전 소방 현장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된다. 대전 안전공업 화재 당시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이후에도 일부 요구조자가 유가족과 통화를 이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난 현장에서 요구조자의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정밀위치측정 기술의 구조 현장 적용 여부에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방청,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긴급구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이 2030년 하반기로 지연된다고 대전시가 공식 인정했다. 당초 2028년 개통보다 2년여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주요 공정 리스크와 차량 시운전 계획 반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3일 대전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관련 브리핑을 갖고 "향후 통합공정 계획 수립을 통해 개통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면서 개통 지연을 공식화 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총연장 38.8㎞, 정거장 45곳, 차량기지 1곳 규모로, 2024년 12월 착공해 현재 본선 14개 전..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