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19.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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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19.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만약에 노태우 대통령이 전술핵 포기를 안 했더라면

  • 승인 2018-02-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현송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1월22일 공연시설 점검을 위해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들어서며 밝은 표정으로 손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DB
북한에서 현송월이란 여성이 왔을 때 가관도 그런 가관이 따로 없었다. 마치 인기 걸 그룹, 그것도 그 그룹 중에서 톱(Top)의 자리에 군림하는 여성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녀가 방남했을 당시를 회상해본다.

현송월이 황영조체육관을 7분 남짓 둘러보는 사이 북한 점검단이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우리 측 관계자는 "미리 연락 주셨으면 여기에 5만 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주시는 바람에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머리까지 조아리며 아부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통일부 관계자는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현송월이 말하거나 웃는 장면을 보도하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 국정원 직원은 "(현송월이) 불편해 하시니까 질문을 자꾸 하지 말라"는 따위의 실로 어처구니없는 비굴한 모습까지 보여 많은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러한 모습에서 국민들은 대체 현 정부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따위의 의문의 먹구름에 휩싸여 있는 모양새다. 일개 악단의 대표에게 하룻밤에 65만 원이라는 VIP룸을 주어 잠을 재우는가 하면, 한 끼에 15만 원짜리 호텔 식사와 고급 와인까지 마구 퍼줬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KTX 특별 열차를 특별 편성하여 현송월 일행만을 위해 임시로 운행했다는 부분 역시 비굴의 정점을 이뤘다는 느낌이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북한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우리 남한당국을 과연 어떤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조소했을까?

아마도 "역시 우리가 가진 핵에 주눅이 든 나머지 꼼짝을 못 하잖습네까?" "맞습네다, 그러니 이 기조를 더욱 확실히 밀고나가야 합네다!" 이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남북대화도 좋고 평화도 좋다지만 이처럼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저자세의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향후 남북대화에 있어서도 자충수의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2월 4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행사를 엿새 앞두고 1월 29일 밤 이를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한은 금강산 합동공연을 취소하면서 다시금 남측 언론 탓을 했다.

예상된 것이긴 했지만 그들의 안하무인 민날(밖으로 날카롭게 드러난 칼이나 창 따위의 날)이 더욱 도를 넘고 있음을 보자면 분통이 터져 견딜 재간이 얼추 전무하다.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된 것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부터였다.

전술핵이란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략핵무기와는 달리 주로 국지전에서 사용되는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폭파 위력이 수 kt(킬로톤) 이내로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다.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이 전술핵에 속한다. 그러다가 이후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과 소련은 1991년 각각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의 본국 철수를 선언했다.

한국에서도 1991년 12월 18일 노태우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종료를 선언한다. 이어 남북은 같은 달 마지막 날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물론 당시의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 전술핵의 철수가 북한의 핵개발을 예방하고 소련의 민주화를 도울 것으로 오판했다.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 역시 미국의 의지를 '좇아' 비핵화선언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교활한 북한은 여기서도 거짓으로 위장하였는데 이를 살피지 못한 우리와 미국 등의 혜안 부재가 오늘날 북한을 국제적 골칫거리로 만든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어렵던 시기엔 늘 그렇게 대화와 협상을 미끼로 상대방을 속이면서 시간을 벌어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뒤로는 핵개발 등의 폭력에 의한 적화통일의 야욕을 거침없이 키워왔다. 한 술 더 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였다.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연일 반미 군중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내부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북한이 만약에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을 듯하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지위가 인정된다면 동북아시아의 핵 균형 또는 평화가 깨지게 된다.

현재 동북아시아에는 한국과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가 있다. 여기서 한국은 미국을 빼면 사실상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다. 이 중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핵보유국이다. 한데 불행하게도 두 국가 모두 우리와는 우호관계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까지 핵보유국으로 인정이 된다면 공산 진영 3국이 모두 핵보유국이 되므로 한국과 일본은 자연히 핵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한국이 핵무장을 마친다면 일본마저 덩달아 핵무장을 하게 되는 건 기본상식이다.

그러면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평화는 크게 휘청일 것이며 대만과 필리핀 등의 동남아 국가들까지도 핵무장을 하는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 그 누구도 결코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나 중국은 한국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압박인데 일본에 이어 자신들의 턱 밑인 대만까지도 핵을 가지게 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핵으로 포위되는 셈인 까닭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그들 국가들은 지금도 북의 핵을 승인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충분히 우리를 괴롭혔다! 그러했거늘 우리가 핵보유국가가 된다손 치면 그들의 아예 노골적 침략 야욕은 북한과 합작형태까지 띠어 결코 한소끔(한 번 끓어오르는 모양)의 소동만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마저 농후하다.

결론적으로 핵보유는 군사강국의 반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이 핵무장을 꿈꾸는 저의는 핵을 가짐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의 체제 안정 보장과 더불어 국제무대에 있어서도 북한의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함이다.

북한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도 마치 자기들이 선심을 쓴 덕분에 성사가 된 듯 안하무인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판국이거늘 설상가상 핵보유국까지 된다손 치면 모든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는 북한에 끌려 다니는 노예와 포로의 형국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북한보다 월등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가진 한국이 왜 지금껏 비핵화공동선언을 지키면서 농축과 재처리를 자제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준수하느냐는 국민적 의문과 성토가 날이 갈수록 비등하고 있는 즈음이다.

툭하면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위협을 우린 언제까지 수수방관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도 어서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여 북한과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미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결정한 바는 없다.

왜냐면 전술핵의 재배치는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자칫 아시아 전체에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는 때문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파스칼이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적이다"고 말했듯 힘없는 자주국방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다름 아니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는 모 신문에 ['물태우' 놀림 받으면서도, 그는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될 수 없었다]는 글을 기고했다.

여기서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일컬어 '그는 누구와도 싸우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육사를 지망한 것은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중략) 그는 군인도, 정치를 할 사람도 아니었다. (따라서) 육군 대장이 안 되고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녹초가 될 때까지 권력에 의해 그렇게 두들겨 맞아야 할 까닭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의 이어지는 글 '전직 대통령인 그가 퇴임하고 받은 충격이 하도 엄청나기 때문에 그는 오늘도 병상에 누워 있다'는 부분에 이르면 새삼 그렇게 '만약에 노태우 대통령이 전술핵 포기를 안 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끝갈망(일의 뒤끝을 수습하는 일) 부재(不在)의 하늘에 걸린 그믐달처럼 스산하다.

물론 당시 미국과 소련이 주도한 전술핵 철수였기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역할과 발언에도 한계가 분명했으리라. 그렇긴 하더라도 최소한 "전술핵 포기 조치를 내린다면 북한은 차제에 반드시 핵개발까지 하고선 안하무인의 위협으로 나올 겁니다!"라는 경고의 예견을 하였더라면 어땠을까.

이에 미국 역시 선견지명(先見之明)의 수순으로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더라면 전전긍긍의 현재는 강 건너 불구경이 되었을 것이거늘. 그랬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우리 국방의 풍전등화(風前燈火) 역시 없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진득하다. 오늘(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화가 마냥 밝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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