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24. 동계올림픽 없었음 추위 어찌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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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24. 동계올림픽 없었음 추위 어찌 견뎠을까

  • 승인 2018-02-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더욱 후끈한 즈음이다. 폐막이 가깝다 보니 참가국의 메달레이스 또한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2월 20일자 A26면 '노선영 처졌는데 씽씽 달린 김보름-박지우…무슨 일?' 기사는 평소 불협화음의 심각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경기 뒤 김보름 선수는 "노선영 언니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도록 경기를 했었는데 마지막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박지우 선수 역시 작전의 실패임을 인정하면서 "(경기 결과가) 이 정도까지 벌어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경기라는 건 승자가 있는 반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중차대함과 그 규모와 권위의 당위성 등만을 따지더라도 출전선수들의 탄탄한 팀워크 구축은 당연한 기본이자 상식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날 치러진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단합이 가장 중요한 팀 추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은커녕 경기 뒤 서로에게 핑계를 전가하는 모양새의 인터뷰와 노선영 선수만 함구한 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국민들은 여전히 불쾌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인터뷰는 논외로 치더라도 노선영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4차 월드컵 이후 팀 추월 대표팀이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며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는 부분에 이르면 우리 대표팀의 평소 의사소통에 심각한 누수현상까지 있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

가족 간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오해와 때론 반목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 노선영 선수에 대한 왕따설 진위여부를 떠나 4년엔 한번뿐인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무대에서까지 우리 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세계만방에까지 보인 듯 싶어 심히 부끄러웠다.



#2

2월 20일자 A2면 [이상화 "하루 7번씩 울리던 알람 모두 껐어요"]를 보면서 참았던 감격의 눈물이 다시 솟구쳤다. 이어지는 기사 "이제 다 내려놓고 쉬고 싶어, 은메달도 예뻐… 칭찬해줬으면... 김연아와 곧 만나자고 문자 나눠"에도 나오지만 4년마다 펼쳐지는 동계올림픽에서의 출전 선수의 부담과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출전과 잇따른 메달의 수확을 일궈낸 '빙속 여제' 이상화를 끊임없이 단련시킨 건 하루에 7번씩 울려대는 알람이었다는 대목에서 철저한 프로와 승부근성 이상화 선수의 눈물은 찬란히 빛나는 보석임을 거듭 천착할 수 있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스포츠에의 출전은 피까지 말리는 자기와의 싸움이 관건이자 난관이다. 마지막 질주에서의 코너 실수가 아쉬워 아직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지 않았다는 이상화 선수의 토로에서 새삼 그녀는 이제 여제(女帝)를 넘어 진정한 레전드(legend)라는 느낌으로 우뚝했다.

더욱이 그녀와 우승을 두고 각축을 벌였던 일본의 일본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이상화에게 다가와 건넨 첫마디 "잘했어!" 라는 한국말 격려 또한 스포츠만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외교력의 압권이란 생각에 흐뭇했다. 주지하듯 금메달은 따는 것도 어렵지만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건 상식이다.

이는 올림픽과 같은 국가적 대사에 있어 노메달은 그야말로 결주(缺柱)의 무용지물(無用之物)인 까닭이다. 이상화 선수는 평창에서의 금메달 수확을 위해 지난 4년간 모든 걸 쏟아 부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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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서로를 응원하며 우정을 쌓아온 '피겨 여신' 김연아<사진 왼쪽>와 '빙속 여제' 이상화/연합 DB
하지만 이상화와 김연아의 '우정'이 돈독하듯 이상화와 고다이 선수와의 국적을 초월한 우정의 견지 역시 계속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담이지만 차가운 한일관계 역시 두 선수의 그것처럼 해빙의 무드로 치환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이상은 지난 2월 20일 필자가 독자모니터로 활동하고 있는 모 언론에 송고한 글 두 편이다(#1이 기사화되었다). #1은 불협화음의 부끄러움을 나타낸 반면 #2는 흐뭇함을 드러냈다.

어쨌거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었기에 우리 국민들은 지난 2월의 강추위를 슬기롭게(?) 지탱할 수 있었다. 또한 비록 설왕설래는 많았지만 북한에서도 호의적으로 보낸 선수단과 응원단 등의 분투와 화려한 공연까지 펼치고 돌아가는 고무적 성과가 있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요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가져다 준 수확은 풍성했다. 남북 화해모드로의 치환 외에도 평창이라는 대한민국의 변방 또한 국제적 도시로의 도약을 이뤄냈다. 한데 평창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기간 중 사회적으로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3

1989년에 방송된 드라마에 '완장'이란 것이 있었다. 윤흥길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조형기는 발군의 활약을 보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시골마을에 지역 유지가 낚시터를 하기 위해 저수지를 매입한다.

그 저수지에서 도둑낚시를 관리하기 위해 임종술(조형기)을 고용한다. 임종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완장의 기고만장 '매력'에 빠진다. 그 완장은 그야말로 허가받은 '갑질의 면허증'인 때문이었다. 그 완장으로 말미암아 종술은 친구마저 죄 잃는 자가당착의 부메랑 늪에 함몰된다.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이 모 씨와 영화와 드라마에서까지 오랫동안 사랑받은 배우 조 모 씨가 극단 소속 배우나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완장을 차고'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미투(me too =나도 말한다)'가 이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연극계보다 대중과의 만남이 더욱 잦을 수밖에 없는 영화.드라마의 빈도가 높았던 조 모 씨가 더욱 격랑의 충격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또 다른 영화배우이자 대학교수이기까지 한, 그래서 전자(前者)의 조 모 씨와 얼추 동일한 조건(?)의 조 모 씨 역시 비슷한 추문으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동갑이며 같은 대학의 석사 출신이라는 점 역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또한 언젠가 모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여 자칭 딸바보라며 '너스레'까지 떤 바 있다.

때문에 이들은 비단 자신 뿐 아니라 애먼 딸과 가족들까지를 지탄의 대상으로 몰아간 장본인으로 손가락질 받게 되었다. 상식이겠지만 대학교수는 아무나 될 수 없다. 교수는 명칭만으로 이미 존경의 반열인 까닭이다.

고로 교수라는 직분은 항상 익은 벼처럼 겸손해야 함은 물론이요,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마저 고쳐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잇따른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교수라는 직분을 무기로 마치 왕처럼 군림하려 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여 이들 두 배우를 보자면 '연예인이 권력인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그렇다면 그들은 애청자까지 배신한 배우인 셈이다. 유명 배우들의 추문은 그가 몸담았던 대학 측에도 소위 '민폐'를 끼친 측면이 농후하다.

자신이 가르치던 여대생을 성추행한 의혹과 관련해 사과가 없는 당사자와는 달리 그가 속한 모 대학은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보도가 이 같은 주장의 방증이다.

성희롱에 비해 성폭력이 더 중하게 처벌받는 것을 감안했던지 아무튼 사소한 성희롱이었다며 서둘러 사표를 냈다는 전자의 조 모 씨 경우를 보면서 이는 양두구육의 꼼수이자, 이제야 비로소 그 위선의 완장까지 버렸다는 생각이 든 건 비단 필자만의 졸견(拙見)일까?

이러한 권력적 '갑질'은 사회갈등의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사회갈등은 불확실성을 높여 생산적인 경제행위를 억제라는 데다, 경제행위에 써야 할 자원을 분산시킨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프린스턴 대 교수인 대니 로드릭의 말이다.

권력(權力)이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허나 그 권력은 완장을 차고 강압적으로 휘둘러서는 필연코 반발과 저항까지를 자초한다. 두 배우 겸 교수의 어떤 권력남용이 바로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하겠다.

반면 정상적 부여(附與), 예컨대 이상화의 보석보다 빛났던 눈물과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로 구성된 컬링 여자 대표팀의 빛나는 투혼이야말로 국민들이 선사한 진정한 '권력'이었다.

국민 응원의 용광로였던 평창올림픽이 잘 끝났다. 만약에 흥미진진 화수분의 평창올림픽이 없었음 올 겨울 추위는 과연 어찌 견뎠을까 싶다. 말미에 '미투 운동'이 가세하는 바람에 옥의 티가 되긴 했지만.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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