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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득한 인파들로 중앙데파트 인근은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다. 이윽고 오후 5시 20분쯤 한 때 대전의 상징물이었던 중앙데파트가 대전천 생태복원사업으로 말미암아 폭파되어 해체되었다.
'원도심 재창조 카운트다운, 아듀! 중앙데파트'라는 현수막이 걸렸던 중앙데파트가 눈앞에서 해체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와, 정말 빠르다!" "근디 저 건물은 누가 폭파하였길래 저처럼 그 속도가 빠른 겨?"
"한화그룹의 전문 발파단이라지 아마……"
중앙데파트 건물이 마치 전광석화처럼 붕괴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산업용 다이나마이트 덕분이었을 것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알프레드 베르나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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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0월 8일 중앙데파트 폭파 순간/중도일보 DB |
스웨덴에 돌아와서는 폭발성이 강한 위험 물질인 니트로 글리세린에 관한 수차례 실험 끝에 1867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였다. 다이너마이트는 영국(1867), 미국(1868) 등지에서도 특허를 받았고 노벨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뿐만 아니라 굴착공사와 수로 발파, 철도 및 도로 건설에도 곧바로 사용되었다. 이후에도 노벨은 계속해서 다른 폭탄들을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하여 막대한 재산을 모으게 되었다. 노벨은 1833년 10월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8남매 가운데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임마누엘 노벨 2세는 건축업자 겸 발명가였지만 연이은 사업 실패 때문에 1837년에 단신으로 고국을 등지고 말았다. 핀란드를 거쳐 러시아에 정착한 임마누엘은 니콜라이 1세 황제의 신임을 얻어 지뢰와 수뢰를 비롯한 각종 군수품을 제조하는 공장을 차렸다.
생활이 안정되자 스웨덴에 있던 나머지 가족도 1842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했다. 17세 때인 1850년부터 수년 간 알프레드는 부친의 지시에 따라 유럽과 미국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는 계기로 삼았다.
1854년에 크림 전쟁이 발발하자 임마누엘 노벨의 회사는 러시아군에 지뢰와 수뢰를 납품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전쟁 중인 1855년에 니콜라이 1세가 사망하자 후계자인 알렉산드르 2세가 군수품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또다시 파산하고 말았다.
임마누엘은 19년 간 살았던 러시아를 떠나 고국 스웨덴으로 돌아왔고, 이때부터 나이트로글리세린이라는 특이한 물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다. 1847년에 개발된 무색투명의 액체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진동이나 충격에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기존의 흑색화약보다 현저하게 강력한 폭발력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관건은 나이트로글리세린의 폭발력을 가급적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으로 안전성을 높인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알프레드는 30세 때인 1863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고, 곧이어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신형 뇌관과 액체 폭약을 개발해 연이어 특허를 얻었다. 1864년에 노벨가 소유의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알프레드의 막내 동생을 비롯한 5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곧이어 부친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알프레드는 공장의 운영을 도맡게 되었으며, 1864년 10월에 투자자를 모아 나이트로글리세린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그 지배인이 되었다. 회사는 곧바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듬해 1865년에는 함부르크에 지사를 세운 것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늘려 나갔다.
1876년부터 노벨은 나이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에 흡수시켜 만든 고체 폭약을 '노벨의 안전 화약'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그 상표명인 다이너마이트('힘'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신조어)는 훗날 이 물건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막대한 부에도 불구하고 노벨은 평생 독신이었다. 43세 때에 빈에서 알게 된 20세의 소피 헤스와 18년 간 내연 관계였지만, 그녀의 사치와 방종에 실망한 나머지 결국 인연을 끊고 말았다고 한다.
어쨌든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메달과 상금은 최고의 권위와 영예를 자랑한다. 일각에서는 노벨이 다이너마이트가 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재산을 기부하게 되었다고도 설명한다.
오늘날엔 세계 최고의 영예 가운데 하나인 노벨상이지만, 노벨의 유언장이 공개된 직후에만 해도 스웨덴 내부에서는 이 상의 제정을 놓고 격렬한 비난이 일어났다고 한다. 노벨의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한때 애인이었던 소피까지도 자신들의 정당한 유산을 엉뚱한 상에 빼앗기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법적 대응을 고려했다고 하니 말이다.
수상자 선정에서 국적이나 성별에 구애되지 말라는 유언의 당부 때문에 스웨덴 국민 사이에서는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몰지각한 처사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러한 논란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설립된 노벨 재단은 노벨의 유언을 실현하는 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3월 9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이끌어내 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하면 노벨 평화상을 탈 수 있지만 실패하면 다시 북한과 벼랑 끝 관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보도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덧붙여 북한의 김정은와 미국의 트럼프도 동시 수상자가 된다면 금상첨화라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주지하듯 필자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초등(국민)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김일성의 남침에 의한 '적화통일 야욕'이란 공포에 휩쓸려야 했다.
김일성의 사후 그의 아들인 김정일과, 손자인 김정은의 변함없는 대남협박 역시 넌더리가 나도록 들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지금의 해빙무드와 북한의 대미회담 제의와 같은 춘풍(春風)의 감미로움이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론 의아스럽고 또한 폭풍전야(暴風前夜)처럼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언제 또 손바닥 뒤집듯 내가 언제 그랬냐며 딴청을 피우고 그로 인해 한반도에 다시금 전운의 먹구름이 드리운다는 걸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때문이다. 노벨상을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방위원장, 그리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동시에 수상하게 된다면 이점이 적지 않다고 보는 시각은 분명하다.
상(賞)이라는 것은 그걸 받는다는 자체가 사람을 고무시킨다. 더욱이 그 상이 다른 상도 아니고 노벨상이라고 한다면 후일 사후(死後)에까지도 그 대상자를 영광의 자리에 등극시키는 단초까지 될 수 있다.
또한 수상이라는 것은 마음에 채무를 부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가 수년 전 수필가로 등단할 때의 일이다. 등단패를 수여하시던 모 문인협회 회장님의 덕담, 아니 고언(苦言)이 지금도 마음 깊숙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오늘 받은 등단패에는 무거운 화두가 담겨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글을 잘 써서 드린다기보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이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인생이란 5분 만에 뚝딱 끓여먹는 라면이 아니다.
인생에는 반드시 '눈물'이라는 양념이 필요하다. 그 눈물은 또한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남북분단의 세월이 70년을 넘어섰다. 그 사이 남과 북의 경제규모는 무려 약 40배의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제면에서만 보더라도 오늘날 북한의 경제력은 의학적 용어로 치자면 '요폐(urinary retention, 尿閉)' 상태의 '눈물바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방광에 오줌이 괴어 있지만 배뇨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심한 요의(尿意)를 느껴 배뇨하려고 노력해도 전혀 배뇨되지 않는 것을 '완전요폐'라고 한다. 그러니 이 증상이 발생한다면 해당 환자는 그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인생은 눈물이 필요하다지만 그 세월이 길면 길수록 고통은 배가되기 마련이다.
노벨상의 공동수상은 혹여 있을 수도 있을 일구이언(一口二言)의 확장까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 어차피 노벨상의 의의와 취지는 인류의 복지와 평화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되어 왔기에 하는 말이다.
끝으로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에게 새삼 경의를 표한다. 만약에 그가 다른 거부들처럼 사리사욕에만 몰입되었다면 현재의 빛나는 노벨상 역시 없었을 것이었기에.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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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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