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멀고 먼 안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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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멀고 먼 안전의식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8-03-21 06:43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권율정 원장님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공직 생활을 하면서 위원장, 국장, 청장 등으로 일반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는 '안전' 이란 문구나 표현을 쓴 일이 거의 없었고 현실적으로 쓸 일도 없었다. 그런 곳과 달리 이곳 광활한 현충원을 관장하다 보니 '안전' 을 입에 달고 산다 하여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시설 공사 계약을 할 때 법규상 문서 이외에 우리 현충원만의 '안전관리서약서'를 숙지하고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인간 존중에 기반을 두고 공사를 해야 하며,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공사 중은 물론이고 공사 전에도 음주행위를 금지하고, 공사장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며, 안전 관리 소홀이 반드시 사고로 이어지지 않지만 세상에 공짜 없다고 반드시 남는 결과는 부실공사로 연결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장인 본인부터 직원들과 더불어서 안전모인 헬멧을 착용하고 공사 감독을 하면서 안전모 착용 등 독려를 셀 수 없이 하고 있지만 어느 새 보면 안전모를 내팽개친 모습이 허다하다.



평소의 안전을 그렇게 강조한 본인으로서 거의 지칠 정도를 넘어 포기해야 하나 하는 절망감마저 든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은 아직도 갈 길이 너무도 멀고 멀다라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엔지니어들이 최고로 멋진 모습은 안전모를 쓰고 공사장을 누비는 모습인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안전모 등 안전장비에 소홀한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실질적으로 안전모는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안전장비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공사에 임하는 모습은 더 없이 믿음직하다. 똑같은 공사를 함에 있어서 안전모 등을 착용하고 공사를 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품질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1년 이상 근무도 했고 현재 집도 세종에 있어서 틈이 나면 주변 단지 공사장을 거닐어 보면 주인 없는 안전모가 뒹굴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본다. 엔지니어의 혼과 자부심이 온데 간데 없는 것 같고 안전과도 한참 거리가 먼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씁쓰름하다.

작년 2월 초 일본 도쿄에 나흘 정도 체류하면서 미나토구의 도쿄타워 부근 도로 공사현장과 히비야 공원 부근 빌딩 건축 현장을 유심히 본 일이 있다. 왕복 2차로의 도로 보수공사를 밤 10시 넘어서 하는데 안내판과 주변 안전시설은 물론이고 인부들 모두 완벽하게 안전장비를 갖추었다. 또 다른 공사 모습인 빌딩 건축 현장에서 오후 6시 정도에 업무를 마치고 나오는 6~7명의 인부들 모두 아직도 안전모 착용을 한 채로 나온 모습도 인상 깊었는데, 잠시 보니 두어 명 정도 안전모를 벗었을 뿐 나머지는 착용한 채로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었다. 생활 속에 안전이 체화된 그들의 모습에 부럽기 짝이 없었다.

선진화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분명한 인재에 의한 안전사고를 보면서 그 순간 안전불감증만 되뇌이다가 무슨 바람스치듯이 바로 망각의 세계로 도돌이표 하는 한 선진화의 길은 너무도 멀다.

'안전' 더 이상 말이나 구호성 캠페인 등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이 절대 필요하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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