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32. 일본의 침략을 근원적으로 막았더라면

  • 문화
  • 만약에

[만약에] 32. 일본의 침략을 근원적으로 막았더라면

SOFA 협정은 왜 개선이 어려울까?

  • 승인 2018-03-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외교부 - 외교부를 출입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외교부가 정말 우리나라 소속이 맞는가였다. 일반인들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외교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외교부 공무원들이 미국인보다 저 친미적이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만 모여 있어서 그런지 자신들이 얼마나 친미적인지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조직 논리에 갇혀 그 속에서 누가 더 친미적인지 경쟁을 하고 있었다. 모든 일을 미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외교부 공무원들의 습성이었다.

비록 우리나라에 이득이 된다고 해도 미국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먼저 피하려고 했다. 미국과 부딪혀봤자 손해만 본다는 생각이 뼛속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중략)

외교부 출입 당시인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일명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평등한 소파(SOFA,주한미군 지위 협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렇지만 당시 우리 외교부는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단순한 교통사고 정도로 치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것과 똑같은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 소파 개정이 이루어지겠는가. 우리가 기를 쓰고 물고 늘어져도 쉽지 않은 텐데 미리 선을 긋고 가장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 잘난 외교부 공무원들이다."

이상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창비 출간)의 P.227~230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이용마 기자의 외교부를 힐난하는 내용이 벼린 칼처럼 시퍼렇게 춤을 춘다.

SOFA 협정은 '한미주둔군 지위 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으로도 불린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 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한미행정 협정은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외국 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 질서에 따라야만 하지만, 주둔하는 나라에서 수행하는 특수한 임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쌍방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편의와 배려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해당 국가와 미군 간에 행정 협정(SOFA)의 체결로 보장된다. 이에 따라 맺어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 '한미행정 협정'이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회 비준 없이 맺은 약식 협정에 해당하는 행정 협정이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 비준을 거쳐 맺은 조약이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주둔군 지위 협정'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1948년 '과도기에 시행될 잠정적 군사 안녕에 관한 행정 협정', 즉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최초의 협정 이후 1980년대 들어 미군의 각종 범죄행위가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자 1991년 1차 개정, 2001년 2차 개정에 이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차 개정 이후에도 내용이 선언적이고 추상적인데다 여러 가지 전제조건 등으로 주한미군의 범죄에 대해 우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3월16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눈 통화의 주제는 통상 문제에 맞춰졌다고 한다.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철강 관세' 문제를 제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사실상 발을 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럼프의 확고한 '미국이익 극대화'의 도모 전략을 새삼 깨달았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짧은 생각이었을까? 따라서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하여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조치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제2의 SOFA 협정과도 같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SOFA 협정은 왜 개선이 어려운 걸까? 우선 이는 우리가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게 빚을 진 '빚쟁이'의 신세인 까닭이다. 대저 빚쟁이는 채권자에게 감히 큰소리를 낼 수 없다. 그럼 "당장에 빚부터 갚아!"라는 강공(强攻)의 부메랑을 자초하는 때문이다.

남한산성500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에 발생한 병자호란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대신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만 간다.

한데 이 역시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 빚을 지게 된 조선의 무능한 정권과 관리들이 자초한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명나라를 치기 위해 길을 빌린다는 명목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내세우며 조선을 무단 침략하면서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임진왜란의 발발 전 당시 병조판서였던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상소문을 통해 조선이 오래도록 전화(戰禍)를 겪지 않음에 따라 태만함이 날로 더하고 군대와 식량까지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찮은 오랑캐가 변경만 침범하여도 온 나라가 놀라 술렁이고 있거늘 더 큰 적이 침범해 오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어떻게 계책을 쓸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른바 '십만양병(十萬養兵)설을 주장했다.

당시 오늘날 국방부장관에 해당하는 지위에 있던 율곡의 이러한 인식은 그러나 당시 국왕 선조(宣祖)의 인식부족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그예 전쟁의 비극을 불러들이는 단초로 작용하기에 이른다. 즉 스스로 빚쟁이의 처지로 전락하고야 만 셈이다.

일본의 후일 재침략은 6.25한국전쟁의 발발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분단시킨 것도 모자라 미군과 연합군의 참전, 그리고 거기서 태동한 불평등한 SOFA 협정의 야기 등 각종의 난제를 양산시켰다.

이런 까닭으로 만약에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략을 근원적으로 막았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한반도의 분단과 북의 핵 공격 등의 침략 협박, 그리고 SOFA 협정의 불평등 따위 역시 강 건너 불구경으로 치부해도 되었을 것이었다. '손자병법의 아홉 가지 지형(九地)'이란 것이 있다.

먼저 산지(散地)는 고향에 가까워 병사들이 전의를 잃고 흩어지기 쉬운 곳이다. 경지(輕地)는 타국의 영토이지만 이 역시 고향이 가까운지라 병사의 투지가 약하다. 쟁지(爭地)는 적이든 아군이든 어느 쪽이 점령해도 유리한 지역이되, 적은 병력으로도 쟁취가 가능한 지역이다.

고로 아군 뿐 아니라 적군에서도 만만히 본다는 치명적 약점을 내재하고 있다. 교지(交地)는 교통이 사방으로 뚫려있어서 누가 누구를 막기 힘들다. 구지(衢地)는 땅이 세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땅으로 천하의 군대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중지(重地)는 적의 영토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 쉽게 돌아오기 힘든 지역이다. '비지(?地)'는 호수나 늪지대 등 통행이 불편해 속히 벗어나야 하는 곳이며, 위지(圍地)는 지형이 아군을 둘러싸고 있어 소수의 적도 공격할 수 있는 곳이다.

끝으로 '사지(死地)'는 나아갈 수도 물러설 곳도 없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인 까닭에 급히 싸우지 못하면 멸망할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다소 장황하게 이를 소개하는 건 국방의 개념에 있어서도 고리타분한(?) 손자병법의 대입(代入)은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때문이다.

이는 또한 SOFA 협정의 개선(개정)이 어려운 까닭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부러 첨언한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자 공약 돋보기] 22년 희망고문 '행정수도특별법', 악순환 끊는다
  2. [강미애 세종교육감 당선자 공약 돋보기] “입시가 강한 교육” 12년 체제 확 바꾼다
  3.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4. 신고 30초 만에 경찰 등장… 대전서 8천만 원 보이스피싱범 현행범 체포
  5. 경찰, 이장우 시장 한화생명볼파크 스카이박스 사유화 의혹 수사
  1. 세종시 공공형 '스크린 파크골프장', 종촌종합사회복지관서 첫 선
  2. 대한공업교육학회, '2026년 상반기 학술대회'
  3. [현장취재]2026년 저출생 대응 대전지역연대 정기회의
  4. 종사자 소진 예방과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 위한 전문 심리상담 지원
  5. 8월 16일, 내 결혼식을 미리 본다

헤드라인 뉴스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발전 공기업 5개사의 '통합 본사' 체제 전환과 입지 유치전이 전국 주요 지자체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2040 탈석탄 로드맵이 중장기 통합 수순으로 이어지면서다. 분산 구조가 경쟁에 따른 비효율과 사업장 안전 저해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는 판단도 담겨 있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충청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부발전(태안)과 중부발전(보령) 본사를 품고 있는 충남과 남동발전이 자리잡고 있는 경남 진주, 남부발전을 안고 있는 부산, 동서발전이 위치한 울산이 당장 경쟁 후보 지역으로 분류된다...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