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30년 전 영국에 유학 갔을 때 현지에서 겪은 가장 큰 충격 가운데 하나가 길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장애인들 또는 몸이 불편한 노약자들이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물론이고, 맹도견(guide dog)의 안내를 받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일상생활을 하는 시각장애인들, 아침에 골목길까지 들어와서 불편한 분들을 모셔갔다가 오후에 귀가시키는 특수차량 등은 당시 서울에서는 볼 수없는 광경이었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장애인들이 더 많나? 아니면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산업재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많이 발생한 것인가? 등등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차츰 영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알게 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영국국민인 이상 몸이 불편하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통계를 확인해보니 OECD국가의 장애인 비율은 국가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2016년 8월, 총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사님 한 분으로부터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 학교에 몇 년째 강의하러 나오시는데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당시 총장님께 건의를 드린 적이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라고 서두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이런 글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총장 취임사를 읽어보니까 학생을 최고로 섬기겠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건의를 드린다고 한다. 내용인즉, 교내 다른 건물들은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는데 인문사회관에만 엘리베이터가 없단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큰 학과가 사회복지과이고, 또 몸이 불편한 학생이 가장 많이 있는데 모든 강의가 1층에서 이루어지지도 않고 2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니 어려움이 많다며 몸이 불편한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꼭 설치해 주십사는 건의였다. 말미에 본인도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썼다. 그 주 교무회의에서 예산을 점검해보니 예비비 등은 거의 바닥이 났고 소요예산은 추경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관계부서에서는 유사한 건의가 몇 번 있었지만 재정 여건으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하며, 난색을 표한다.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꼭 이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총장의 약속이다. 취임식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분들을 잘 섬기겠다고 해 놓고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지 않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므로 제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 주셔야겠다고 했다. 둘째로는, 정작 더 중요한 이유지만 영국에 유학 가서 목격한 앞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법인에서도 이사장님과 사무국장님의 도움으로 예산을 확보했고, 드디어 인문사회관에도 근사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세우려고 할 때마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답답한 현실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우리의 이웃이고 더불어 살아가야할 이웃으로 인식할 때, 우리사회에서도 스티븐 호킹같은 대학자도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김상인 대덕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방원기 기자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https://dn.joongdo.co.kr/mnt/webdata/content/2025y/12m/15d/118_20251215010013024000545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