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35화. 타이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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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35화. 타이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구멍가게도 백화점 인수할 수 있었다

  • 승인 2018-04-06 11:1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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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오늘은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는 날이다. 따라서 주간근무를 마치는 즉시 천안으로 출발해야 한다. 대전에 거주하는 동창은 일곱 명이다. 모두 참석을 하면 좋겠지만 100% 참석은 사실상 어렵다.

다들 각자의 생활이 바쁜 까닭이다. 그렇긴 하지만 전임 회장은 진짜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더욱이 자신의 차까지 운행하면서 친구들을 동창회 모임장소까지 태워다준다. 뿐이던가, 고주망태가 되기 일쑤인 필자를 집 앞까지 모셔다(?) 주니 이렇게 고마운 친구가 어디에 또 있으랴.



지금은 차가 없어서 이처럼 동창 친구의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필자도 승용차가 있었다. 처음으로 차를 구입한 건 지난 1988년도이니 벌써 30년 전이다. 당시 우리 동네에서 차가 있는 사람은 필자가 유일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제법 돈을 번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현존하는 모든 차는 바퀴와 타이어의 힘에 의해 구동(驅動)되고 달려간다. 오늘날 우리네 생활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자동차다.



인류의 수많은 발명품들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는 자동차는 바퀴로 인해 진화해 왔다.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바퀴는 언제 어디서 발명됐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타이어는 또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아볼 필요성이 대두된다.

인류 최초의 바퀴는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원 전 5000년 경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통나무를 납작하게 잘라 만든 원판 형태의 바퀴는 통나무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잘라 둥근 형태로 만든 것이었다.

이는 나무의 물리적인 성질 때문에 가로로 자른 원판은 압력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기원전 3500년 경의 나무바퀴는 세 조각의 두꺼운 판자를 맞춰 연결대를 대고 구리 못을 박아 만든 형태로 진화했다.

메소포타미아 우르 왕조 시대에는 이 형태의 바퀴 두 개 가운데 구멍을 뚫은 후, 썰매 아래 고정시킨 축에 끼워 나무 쐐기를 박아 최초의 이륜 수레를 완성하기도 했다. 또한 최초의 고무타이어는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가 고무의 탄성을 증가시키는 '고무경화법'을 발명하면서 만들어졌다.

본래 천연고무는 탄력성 고분자로 이뤄져 있어 적당히 힘을 가해 잡아 늘리면 늘어나고 힘을 멈추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고온에 녹고 저온에서는 갈라지는 등 내구성이 약해 주위의 온도변화에도 쉽게 변형되는 특징이 있다.

굿이어는 어느 날 우연히 천연고무덩어리와 황을 혼합한 물질을 뜨거운 난로 위에 떨어뜨렸다가 다음날 이 고무덩어리가 굉장한 탄성을 갖고 내구성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엄청난 발견이었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게 1844년 특허권을 따고, 이를 실용화하려 했던 굿이어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큰 빚을 지고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옥에 갇힌 채 1860년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니 지독하게 운도 없는 사람이었지 싶다.

다행히도 그가 발명한 고무는 그의 아들에 의해 빛을 발하게 된다. 1903년 찰스 굿이어의 아들 찰스 굿이어 주니어는 자동차 바퀴 둘레에 아버지가 발명한 고무를 둘러 최초의 고무타이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타이어(Tire)라는 명칭 또한, 이때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1903년 당시까지 타이어는 고무로 된 바퀴라는 뜻의 '러버휠(Rubber Wheel)'로 불렸다. 굿이어 주니어는 자신이 개발한 고무타이어에 붙여줄 적절한 이름을 찾고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자동차 부품 중에서 가장 피곤한 부품이 바퀴인 것 같아요."라고 내뱉은 한 마디에 '피곤하다'는 뜻의 'Tired'에서 따온 타이어(Tir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1888년에 세계 최초로 공기압타이어를 발명한 사람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의사였던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에게는 몸이 허약한 아들이 있었다.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는데 당시의 자전거 바퀴는 무쇠로 만들거나 나무에 철을 입힌 것으로, 작은 돌멩이만 닿아도 자전거는 심하게 흔들리거나 쓰러지기 일쑤였다. 때문에 던롭의 아들은 자전거를 탈 때마다 두통을 호소하거나 무릎이 까지고 엉덩이에 멍이 들기도 다반사였다.

사랑하는 아들이 다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 그는 어느 날 아들이 바람 빠진 축구공을 가져와 공기를 넣어달라고 하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건 바로 고무바퀴에 공기를 넣는 것이었다.

던롭은 곧바로 고무호스에 두껍고 질긴 고무를 씌워 자전거 바퀴에 감고 호스에 공기를 주입했다. 이렇게 하자 고무호스 속 공기가 완충작용을 하면서 자전거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다.

더불어 지면과 바퀴의 마찰도 줄어들어 전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아들의 부상을 안타깝게 여긴 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성애가 공기주입 타이어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던롭이 발명한 공기타이어가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1895년 '파리-보르도 랠리'였다.

이곳에서 미쉐린 타이어의 창업주인 앙드레 미쉐린과 에드알드 미쉐린 형제는 던롭이 발명한 공기주입 타이어를 보게 됐고 이를 본떠 공기 튜브식 자동차 타이어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공기압 타이어를 장착한 최초의 양산 자동차인 '보아추레트'가 등장하면서 미쉐린의 공기 주입식 타이어는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공기압 타이어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발전된 공기압타이어지만, 최초의 자동차 공기압타이어는 미쉐린 형제에 의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미쉐린 타이어는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바퀴와 고무타이어, 공기압타이어 등의 유래를 알아보았다. "타이어가 신발보다 싸다"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얼마 전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의향을 발표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마침내 중국 더블스타로부터 자본유치를 합의했다. 이처럼 극적 반전을 이루기 전 대전에 본사를 둔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네 구멍가게가 백화점을 인수하겠다는 격"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월 27일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발표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부적합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6600억 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는 2016년 매출액이 3700억 원, 영업이익은 660억 원에 불과하기에 이처럼 차가운 평가가 나왔던 것일 게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참고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M&A 또는 법원 경매 등의 공개입찰 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였지만 이를 위하여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자금력과 영업력까지 탄탄한 서너 군데의 업체와 연합하여 컨소시엄(consortium)으로 진행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필자의 견해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중국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국민감정 상으로도 많이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는 '팩트'에 다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외환은행 인수 매각 과정에서 무려 4조 700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나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론스타에 대해서 아직도 안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금호타이어가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된다손 치면 이는 곧바로 막대한 국부유출이란 등식의 인식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미 해군으로 오랜 시간 복무한 월리엄 H. 맥레이븐 제독이 쓴 책이다.

여기서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설탕 쿠키가 되는 것을 겁내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십시오"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설탕 쿠키'는 모래 더미에 온 몸을 뒹굴고 난 뒤의 모습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그 모습이 꼴불견이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명절 남편은 '남' 편"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아무리 잘 나갔던 우리 기업이었더라도 막상 외국기업에 팔려나가면 '내편'에서 졸지에 남의 편, 즉 '남 편'이 될 수 있다. 그건 또한 또 다른 '설탕 쿠키'의 불편함일 수도 있다. 중국의 더블스타가 먹튀 논란을 잠재우며 금호타이어 노사와 함께 더 큰 발전을 도모하길 바란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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