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아! 천년송(千年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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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아! 천년송(千年松)

김상인 대덕대 총장

  • 승인 2018-05-02 08:05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상인 대덕대 총장
김상인 대덕대 총장
지난 주말에는 지인 부부와 함께 지리산 와운마을에 다녀왔다. 산을 좋아해서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인연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산행길은 또 다른 기쁨을 준다. 마고할머니 전설속에 자리잡은 지리산은 언제나 특별한 감동이다. 공직생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해직되고 찾은 산이 지리산이었다. 널따란 품안에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삼도를 담고 있는 지리산에 올 때마다 자연이 주는 푸근함과 생명의 기를 한껏 느낀다. 구름도 누워 쉬고 간다는 와운(臥雲)마을의 정취는 깊고 아름다웠다. 해발 800m, 너무 높지도 않고 그리 낮지도 않은 알맞은 곳에 위치한 와운마을을 지켜온 천년송 앞에 이르니 앞산을 굽어보는 자태에서 1000년 세월을 가늠해보기가 쉽지 않다. 5년 만에 다시 보는데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반겨주니 너무도 고마웠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아래에서 위로, 좌우로 돌아가며 천년송의 아름다움과 위엄있는 자태를 촬영했다.

지리산 정기와 신령스런 소나무 기운에 취해서 한참을 앉았다가 아쉬운 발걸음으로 하산했다. 할머니 소나무의 손길이 힘들고 거칠어진 심신을 어루만져주셨는지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번 지리산행은 최근 학교일로 답답해진 마음에 무언가 위안을 얻고, 재충전하고 싶은 심정에서 출발했다. 대학에서의 시간들을 더 진지하게 돌아보고, 둘러보고, 내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은 바람에서다. 낯선 도시에서 전혀 인연 없는 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해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총장인 내 책임은 이 대학의 어려움을 극복해서 더 나은 대학으로 만드는 것인데, 지금껏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 자문해 본다. 교직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상도 수차례 받았고, 전국의 대학들이 기를 쓰며 도전했던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추진대학으로 선정되는 기쁨도 있었다. 내홍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고, 교직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기를 높인 것에서 큰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룹별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들의 지지는 물론, 이사회로 대표되는 법인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보수체계개편 문제, 입으로는 대의를 앞세우면서도 개인이나 소속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서 고비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하고 트집을 잡는 소수 구성원들의 행태는 적지 않은 좌절과 열패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 순간 학교가 즐거운 직장이 아니라, 피하고 싶고 부담스러운 직장이 되는 걸 느끼면서 내가 감당해야 할 짐들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천년송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000년의 풍상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오늘까지 늠름하게 살아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헌걸찬 위용과 함께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지만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만이 아니라, 때로는 거친 바람과 폭설에 한파까지 몰아쳐 자리를 지키기에 버거운 날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긴 세월의 신고를 겪어내고 이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는 할머니 소나무를 보면서 용기와 새로운 도전의지를 얻어서 왔다. 대학의 명운을 좌우할 대학역량평가를 준비해오면서, 새삼 대학의 '존재이유'(raison d'etre)를 생각한다.

취임식에서 대학경영 철학으로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이 Client First(학생을 최고로 섬기는 대학)였다. 교수도, 직원도, 경영자도, 학생이 없다면 대학의 존재이유가 없다. "신성함은 올바른 행동에 있다. 선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천 이것이 더 중요하다." 영화 '하늘의 왕국'에 나오는 대사다. 명령하는 자가 누구일지라도 죽음 앞에 가서 내 뜻이 아니었다고, 상황이 도덕성을 따질 여건이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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