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45화. 자녀교육의 중차대함을 간과하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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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45화. 자녀교육의 중차대함을 간과하지 않았더라면

명예와 거울은 입김만으로도 흐려진다

  • 승인 2018-05-14 15:2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남도 아닌 자신의 친언니가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인해 개망신을 당했다. 그것도 국제적으로! 그랬다면 응당 그 사건을 반면교사 삼았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조현민 그녀는 '물벼락 갑질'로 다시금 세인들의 공분의 무대에 섰다.

설상가상 그의 어머니까지 뉴스의 중심으로 끌려나오는 형국으로 발전했다. "자식교육을 어찌 시켰길래?!"라는 당연한 질문과 타당한 울분의 과녁에 선 것이다. 더욱이 조현민의 국적은 미국이다.

미국인이 한국서 살면서 갑질을 일삼고 제 아버지 소유의 그룹 항공사의 전무까지 지냈다. 이번에도 자신의 딸이 '물벼락 갑질'에 더하여 평소 막말을 일삼은 것까지 마구 유포되자 대한항공 회장은 그 딸을 현직에서 배제시켰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다시 그녀를 복귀시킬 것임은 안 봐도 비디오다. '가족경영'의 특성은 어차피 여론이 조용하다 싶으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식구를 편애하는 게 짜여진 각본인 까닭이다.

대한항공은 '대한'이란 상호가 말해주듯 대한민국에선 내로라하는 재벌이다. 한 마디로 대단한 부자(富者)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허나 부자의 길은 험난하다. 또한 부자는 아무나 되는 장르가 아니다.

아무튼 부자를 의미하는 데 있어 '진정한 부자는 누굴까?' 라는 걸 논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재물보다 자식 복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는 시각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얼마 전 조사를 받고자 경찰에 출석했다.

쏟아지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그야말로 영혼 없는 앵무새 사과로 얼버무렸다. 이들 자매 외에도 그의 어머니까지 세인들의 공분의 중심에 섰다.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라 하겠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콩가루 집안이란 분란이 일어나거나 가족들이 모두 제멋대로여서 엉망진창이 된 집안을 뜻한다.

30대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자신의 아버지가 재벌인 까닭에 낙하산으로 전무까지 된 여자다. 그러하기에 누구보다 자중자애하면서 매사 경거망동을 삼갔어야 마땅했다. 그렇지만 공개된 음성파일 등을 들어볼 때 그녀는 자신의 부하 직원들조차 안중에 없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떵떵거리는 재벌의 딸인데 니들이 감히!"라는 뉘앙스가 팍팍 묻어났기 때문이다. 대저 뭣 좀 있는 집안에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여 집안 식구들의 단속부터 하고 본다.

그러지 아니 하면 단박 '못된 집안'으로 소문이 난다. 두 딸에 그 어머니까지 추태를 보이자 모 언론에선 대한항공의 현 위기를 일컬어 '육면초가'라고까지 평했다. 경찰에 이어 국토부와 관세청, 공정위 등 전방위 압박에 대한 비유가 그처럼 압권이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만 하더라도 고립무원(孤立無援)이거늘 그보다 더한 육면초가(六面楚歌)라니 참으로 가관이다. 필자는 모 언론의 기자와 논설위원까지를 병행하다 보니 인터뷰도 곧잘 하게 된다. 인터뷰이(interviewee)는 통상 부자이거나 사회지도층으로 국한된다. 이들은 또한 다음의 두 부류로 양분된다.

시종일관 겸손하거나 거드름을 피우거나. 따라서 전자의 경우엔 존경심이 불끈 솟는다. 반면 후자일 경우 생각 같아선 귀싸대기라도 갈기고만 싶다. 이런 게 일반 사람의 일반적 정서이자 감정이다.

언필칭 부자라고 한다면 성정까지 부자인 사람이 되어야 욕을 안 먹는다. 재작년의 딸에 이어 지난달엔 아들마저 결혼시켰다. 그래서 여간 시원한 게 아니다. 두 녀석이 결혼할 때 가난한 필자가 부담한 거라곤 하객들을 모시고 간 관광버스의 대절료 뿐이었다.

결혼비용 거의 모두를 아이들이 지출했다. 이를 굳이 밝히는 까닭은 분명하다. 그만큼 평소 자식교육을 잘 시켰노라는 걸 은연 중 자랑하기 위해서다.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흉을 봐도 괜찮다.

진짜 부자는 효자이며 예의까지 똑바른 자녀를 둔 사람이라는 게 필자의 철학인 때문이다. 예부터 우리의 조상님들께선 무엇보다 자녀교육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조선시대 전후기의 최고 학자로 일컬어지는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역시 자식과 떨어져 살았으면서도 무시로 편지를 통해 엄격한 가정교육을 시켰다.

퇴계 이황은 아들에게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며 학문에 정진할 것과 좋은 교우 관계를 맺으라고 권했다. 또한 손자에게는 인간의 도리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수양에 대한 훈계와 함께 선비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편지를 통해 가르쳤다.

대전에는 독특하게(?) '선비마을 아파트'가 있다. 그렇다면 선비란 무엇인가? 조선 왕조는 세계에 그 유래가 없는 장수 국가로서 500년 이상 지속된 나라였다. 그 장수의 주요인(主要因)에 '성리학적 명분 사회'가 우뚝하다.

패도(覇道), 즉 힘에 의한 폭력적 지배가 아니라, 왕도(王道), 예컨대 명분과 의리를 밝혀 국민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정치를 지향했다. 법치보다는 덕치를 우선하는 성리학적 통치 철학이 조선 왕조를 500년 이상이나 지속시킨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조선 왕조를 장수하게 한 덕목 중에서 더욱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최고 통치자인 왕도 '인간화 작업'에서는 제외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왕의 의무 사항에는 신하들로부터 교육받는 '제왕학'이 있었다.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왕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에 소홀한 왕은 반정(反正)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무소불위의 왕조차도 비켜 갈 수 없었던 조선 왕조의 인간화 작업이 탄생시킨 인간형, 그것이 바로 선비(士)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연 어떠한가? 재벌이 부를 독식하면서 양심과 인성마저 천민자본주의로 비천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자식교육마저 등한시하면서 '땅콩회항'과 '물벼락 갑질'로 세인들의 질타를 자초했다.

퇴계 이황에 이어 다산 정약용 또한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폐족이 된 두 아들에게 편지를 자주 보냈다. 그리곤 이른바 '생존교육'을 혹독하게 시켰다. 술은 나라를 망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것이니 금주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폐족은 일반인보다 100배의 공력을 기울여 학문에 정진해야만 비로소 사람 축에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아버지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후손들은 꼿꼿한 선비로서의 길을 정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를 애지중지(愛之重之)한다. 그렇지만 이 애지중지의 중심엔 당연히 예절이 포함되어야 옳다. 때문에 어른을 보면 인사할 줄 알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겐 구원을 베푸는 따위의 밥상머리교육이 새삼 강조되는 것이다.

봄(春)은 오는 듯 하다가도 금세 달아난다. 그토록 짧은 봄의 가속은 춘우낙화(春雨落花)가 촉매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재물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은 떵떵거리는 재벌일지 몰라도, 그래서 그걸 믿고 안하무인으로 흡사 황제와 그 가족인 양 행세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생의 본질이라는 것은 어차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한 번 성한 것은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진다. 스페인 속담에 '명예와 거울은 입김만으로도 흐려진다'는 것이 있다.

떵떵거리는 재벌의 지금 명예 역시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음은 '땅콩회항'과 '물벼락 갑질'로 이미 또렷하게 명징(明徵)되었다. 밖에 있는 돈만 봤지 정작 안에서 썩어가는 가족들의 인성은 못 본 탓이 지금 대한항공을 사면초가의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대한항공을 소유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왜 자녀교육의 중차대함을 간과했을까? 인성교육조차 받지 못한 '망나니 집구석'이라느니 '철저하게 실패한 자녀교육'이란 따위의 세간의 조소는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다.

노자는 "하늘의 그물은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놓치는 것이 없다"고 했거늘. 조롱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 오너 가족들에게서 자업자득의 저수지를 보는 느낌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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