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52. 덴마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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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52. 덴마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 승인 2018-06-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4월에 며느리를 맞았다. 봄꽃보다 고운 새아가는 똑똑한 아들이 고르고 고른 규수였다. 아들의 결혼 전 사돈어르신 댁과의 상견례가 있었다. 그렇게 결혼날짜를 잡고 났는데 인생은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쑤시고 아프던 치아가 결국 탈이 났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이가 그처럼 부실해진 건 거듭되는 고된 야근과 흡연, 그리고 쉬는 날의 폭음이 주인(主因)이었다. 참을 수 없어 몇 해 전에 들락거렸던 치과를 찾았다.



그리곤 얼추 석 달 이상이나 치료를 받았다.

"덕분에 혼례를 잘 치렀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술 한 잔 사겠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새삼 느낀 바 있지만 필자가 단골로 다녔던 치과는 의사 선생님이 매우 훌륭한 분이었다. 마치 2014년에 발간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출간)에 등장하는 표현처럼 그렇게.



- "덴마크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의사를 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의대생들도 처음부터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돈을 좀 번다 해도 세금이 50퍼센트 전후로 굉장히 높아요. (따라서) 관건은 일이 즐거운가에 있죠. 내 적성과 취향이 여기에 맞으니까, (또한) 환자를 도와주는 것이 즐거우니까 이 일을 하는 겁니다."-

굳이 이 표현까지 동원하는 건 다 까닭이 발동해서다. 치료 중에 하루는 달걀이 여섯 판이나 들어왔다. 궁금하여 물어보니 간호사 답변이 그만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왔다. "이 동네는 빈촌입니다. 그래서 간혹 치료비 대신에 이처럼 달걀이나 심지어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까지 갖고 오시는 환자분들도 많으세요……."

우리나라는 덴마크와 쿠바처럼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과 의료개선을 우선 지향하기보다는 어쩌면 오로지(!) 개인의 치부(致富)와 영달(榮達)만을 위해 의사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필자가 치료받은 치과의 의사선생님을 자연스레 존경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의 정서 발동이었던 것이다.

쉬는 날에는 저소득층과 독거노인들을 향한 의료봉사까지 활발하게 하신다는 의사 선생님께 진정 존경으로 술을 따랐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이 똬리를 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래 가지고 언제 돈을 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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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덴마크인들은 주치의를 만날 때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서로 편하게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이는 직업에 대한 귀천이나 특별 대우를 없애 양극화를 줄임으로써 격차 스트레스라는 사회적 중병까지를 예방, 치료코자 하는 목적에서다.

참으로 부러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하긴 그러니까 덴마크가 여전히 삶의 선택에 대한 만족도와 직업만족도에 있어서도 세계 1위에 랭크되는 것이겠지만. 주지하듯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생들 십중팔구는 의대나 법대를 간다.

따라서 이는 덴마크와 달리 10%만 주연이 되고 나머지 90%는 구경꾼이 되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실까지를 비판하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한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후속편이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인 덴마크를 2013년에 처음 찾은 저자는 큰 감동을 받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저술했다.

이 책이 큰 반향을 몰고 오면서 저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순회하면서 800여회의 강연을 했다. 덴마크의 속살을 더욱 천착하고자 14번이나 덴마크를 찾은 저자는 10만 명이 넘는 청중들과의 강연에서 결국 꿈틀거리는 사람들을 만나 울고 웃으며 깨달았다.

그 꿈틀거림을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번지게 하고 싶어 '꿈틀버스'와 '꿈틀비행기'에 이어 '꿈틀리 인생학교'까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서울 강남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소위 명문대를 가는 학군(學群)이 좋아서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학군의 선택은 더욱 중요해졌다.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잘 낳지 않는 즈음이다. 어렵사리 낳은 아이인 만큼 더 좋은 환경에서 잘 키우고 가르치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교육하기 좋다는 소위 강남학군으로의 쏠림 현상은 그 어떤 정부라도 제어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괴리가 꿈틀댄다. 이러한 '폐단'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에 나오는 '10퍼센트만 승자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교육 방법이 문제'임은 명료하다.

이 책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장면은 무수하다. 그중의 압권(?)은 P.137의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아파트에 이사 왔을 때 맞이해주는 사람이 관리실 경비원밖에 없다'는 구절이었다. 필자는 경비원이다.

허나 여전히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이자 '을(乙)'이다. 이 책의 울림이 더욱 명징(明澄)해지는 이유였다. 위에서 아들의 결혼을 언급했다. 자녀를 대학까지 가르치는 것도 모자라 결혼하면 살 집까지 장만해주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곤 빚쟁이로 허덕이는 이들을 보자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필자는 두 아이를 결혼시키면서 예단과 주례, 폐백의 폐지 외에도 거주할 공간, 즉 아파트의 장만까지를 녀석들에게 부담토록 했다.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이 18세부터 독립을 시작한다. 생활공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독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덴마크를 행복지수 1위의 나라로 끌어올린 동력이다. 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래서 바라는 바를 피력한다.

고3 학생 10명 가운데 3명만 대학을 가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나라, '열린 감옥'으로 범죄자마저 사회와 적극 소통을 도모하는 국가, 국가공무원 시험과 중고교 교사를 뽑기 위한 임용고사마저 아예 없는 사회의 착근, 직장인의 노조 가입과 조직률이 70%에 달하는 근무조건의 쇄신, 오후 3시면 수업을 마치고 일터에 가서 알바를 하는 학생들에 반해 학교 수업 외에도 학원 등지서 자정까지 고군분투하는 '헬조선' 고3 학생들의 근절 등의 문제는 덴마크처럼 초등학교 1학년 때의 해맑은 표정이 고3때까지 유지되는 '교육은 백년지계'의 꿈틀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한반도 5분의 1 크기로 인구도 560만 명에 불과한 덴마크도 해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가 있으랴. 문제는 정치와 사회적 합의와 협업의 도출이라고 본다. 중국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의 경제까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추월 현상은 중국정부의 자국 기업들을 향한 얼추 무한대의 엄청난 지원과 특혜 덕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들을 못 잡아먹어 혈안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처럼 오너 일가들이 경거망동과 갑질을 일삼는 건 논외가 되겠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 푼이라도 더 수출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지 않은가!

덴마크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업해도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생활고가 없다. 또한 덴마크에선 사회주택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덴마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반 주거라는 인식과 의미가 깔려 있다.

가족 단위 입주로 제한되는 일부 큰 규모의 사회주택을 제외하면 규모나 유형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정해진 입주 기간을 없애 주거 안정성을 높였는가 하면, 입주자가 원한다면 한번 들어간 사회주택에서 평생 살 수도 있다.

우리도 이런 정책을 벤치마킹한다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결혼 포기 현상까지 막을 수 있을 것임은 당연지사다. 농부시인 서정홍은 시 <못난이 철학 1>에서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도둑이나 사기꾼보다 수천수만 배 더 나쁜 게 있다면 가난한 이들과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살라 가르치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해서 편안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한테."

맞는 말이다.

이러한 교육적 토양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 1973년에 문을 연 열린 감옥, 즉 교도소를 만들 때도 덴마크의 해당주민들 반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긍정 마인드의 공유 덕분이었다. 교도소는 커녕 이담엔 모두 죽어서 가야 하는 화장장의 건립조차 집값이 떨어진다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결사반대하는 한국인들은 정말 반성해야 옳다. 만약에 영생불사(永生不死)하는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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