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56. 美 트럼프는 왜 배후의 중국을 배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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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56. 美 트럼프는 왜 배후의 중국을 배척했을까

트럼프가 간과한 것

  • 승인 2018-07-17 17:5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트럼프간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애먼 우리나라 경제에까지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즈음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이들 미중의 무역 전쟁은 곧바로 직격탄이 되는 때문이다.

설상가상 현 정부의 어떤 경제정책 기조는 재벌과 기업인을 마치 범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재벌 오너와 그 가족들의 갑질, 그리고 직원을 마치 하인 부리듯 한 따위는 분명 비난 받아 마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지 아니 한 대다수의 재벌과 기업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 푼의 달러라도 더 벌 작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가 "삼성이 지난해 60조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 중 20조 원만 풀어도 200만 명에게 1000만 원을 더 줄 수 있다"고 발언하여 논란을 불러왔다.

이 발언이 문제되자 그는 재벌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그리고 부와 빈곤의 양극화 문제를 말했다면서 자신의 발언을 맥락과 상관없이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언론 보도를 지적했다.

그렇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과 고용의 최대 수훈갑인 삼성을 그딴 식으로 비유했다는 건 너무 앞서나간 경거망동이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물경 20조 원을 풀어서 200만 명에게 1000만 원을 준다는 발상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감히 실천할 수 없는 신기루이자 사상누각의 허장성세(虛張聲勢)인 때문임은 구태여 사족일 것이다.

또한 만약에 그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처럼 200만 명에게 1000만 원씩을 준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그 대상은 누가 될 것인가를 따져보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가뜩이나 염천의 폭염까지 짜증을 촉발하는 터에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앞뒤 구분 없이 막말을 하고 보는 구습은 이제 정말 그만 두자!

공산주의 얘기가 나온 김에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 씨의 삶을 그린 책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등장시키고자 한다. 36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감방에서 보낸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이 구술하고 기록한 그의 일대기인 이 책은 출판사 '보리'에 의해 출판되었다.

허영철은 1920년 전북 부안군 보안면 성동에서 태어났다. 성동에 있는 사립학교에 입학해 2년 정도 학교 교육을 받았으나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게 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줄포 보통학교로 편입했지만 허영철은 형편이 어려워 진학하지 못하고 동네 서당을 다녔다.

그 후 열일곱 어린 나이로 노동자 생활을 시작해 국내 곳곳의 공사판은 물론, 일본의 공사판을 떠돌았다. 일제의 패망으로 해방되자 그는 남로당에 들어가 적극적인 공산당 활동을 벌이다 6.25전쟁 때 부안군 인민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연합군의 인천상륙 뒤 '서울방어전'에 투입됐다가 인민군과 함께 후퇴, 그해 3월에 중앙당학교에 입학하여 맑스·레닌주의와 정치, 경제, 철학 등과 관련한 소양 교육을 받았다. 졸업 후 청수면(이북)에서 임시 인민위원장을 지낸 뒤, 장풍군(이북) 인민위원회로 배치되어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맡아 활약했다.

남한과 북한에서 군당 인민위장과 부위원장 직을 수행하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였던 것이다. 1952년, 남한의 각 지구당 사업을 지원할 공작원을 훈련시키고 파견할 목적으로 설립된 금강학원에 들어갔고, 54년 남파됐으나 약 1년 뒤 체포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및 간첩 미수'의 죄목으로 무기징역을 구형받아 복역하고 1991년, 36년 만에 형집행정지로 출소했다.

그는 체포되어 무기형을 받을 때만 해도 돌 무렵의 아이가 중학교를 마칠 무렵이면 세상에 다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수감생활은 강산이 세 번 이상이나 변했을 만큼의 장장 36년이었다.

한데 그는 그처럼 기나긴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절망하지 않았다. 또한 단 한 번도 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작 6개월 남짓의 결혼생활을 한 뒤 40년간이나 남편과 생이별을 한 그의 부인(조경자)은 식구들을 데리고 먹고살기 위해서 뭐든 해야 했다.

이것저것 물건들을 들고 하루 60리 길을 걸어 다니며 행상을 했다. 이사만 서른 번 넘게 다녔고, 흘린 눈물만 다 모아도 몇 동이는 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풍상의 삶을 살았으되 자식농사엔 성공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딸은 경찰들이 자꾸 찾아오고 하니까 어느 날 사표를 던지고 내려왔다. 지금은 결혼해서 미국에 살며. 아들은 대학(전북대 정외과)을 졸업하고 나서도 5년을 놀았다.

신원이 조회에 걸리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 교직과목을 들어 두어서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허영철은 출소 후, 부안 진성아파트 경비로 1년쯤 근무하고, 1995년 3월1일부터 2001년 3월 31일까지는 김제 시영아파트로 옮겨 일했다.

2005년에 평양에 다녀온 그는 2010년에 사망했다. 이 책을 보면 그가 얼마나 골수 공산주의자인지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죽을 때까지도 공산주의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책에서도 거리낌 없이 설파했다.

P.222의 "민주주의의 기본이 백성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저쪽(북한)에서 그렇게 했거든요"가 바로 그 증거다. 이 책에서 더욱 공감과 함께 눈물샘까지를 자극하는 부분은 '허영철 서신 기록'이다.

- 수신: 아들 허진, 나는 아가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고 아가들 세대에서만은 현세대가 살고 있는 조국 분단의 민족적 불행과 불안하고 어두운 이 시대적 불행을 넘겨주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1988.3.5) -

또한 <좌익 재소자 사상 동향 카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그에 대한 관(官)의 관찰기가 돋보인다. - 1982.8.27 (허영철은) 공산주의 사상에 일생 동안 바쳐 왔기 때문에 그 사상을 버릴 수 없으나, 남북통일은 이룩되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나 미래에서도 통일은 이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함. -

그럼 허영철은 왜 그처럼 남북통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 보았을까? 우선 대전과 연관된 글부터 보자. P.146에 "밤새 걸어서 금산군 지역을 거쳐 다음날 정오쯤 대전에 도착했다. 대전은 폭격으로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띤 소장이 혼비백산한 곳이어서 미군이 보복으로 아예 불바다를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미국에 대한 그의 철저한 증오심은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51년 미국은 정전 담판을 진행하는 중에도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무차별로 폭격을 했다.(후략)" P.189에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중국에 대한 '찬사'는 거리낌이 없다. "일제시대 때 조선 인민군은 중국과 공동으로 반일 투쟁을 했다. 중국공산당이 정식 국가가 아닐 때에도 모택동 군대를 도와서 어려운 전투에 참여해 치열하게 함께 싸워줬다. 그리하여 중국이 일본에서 해방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로서는 도움받는 게 당연했고,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도와주는 게 당연했다."

여기서 잠시, '가쓰라-태프트밀약'을 살펴볼 필요가 존재한다. 이는 1905년 7월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서로의 지배를 인정한 협약이다. 1905년 7월 29일에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이자 임시외무대신이었던 가쓰라 다로와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후에 미국의 제 27대 대통령이 됨) 사이에 맺어진 비밀 협약이다.

이로 말미암아 일본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승인 아래 한반도의 식민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가쓰라와 태프트의 기밀회의에서는 러일전쟁 이후의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안건들이 논의되었고, 두 나라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사항에 합의하였다.

- "첫째, 미국이 필리핀을 통치하고, 일본은 필리핀을 침략할 의도를 갖지 않는다. 둘째, 극동의 평화 유지를 위해 미국·영국·일본은 동맹관계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지배적 지위를 인정한다." -

한 마디로 조선을 우습게 알았다는 '철저한 팩트'가 아닐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북미 협상 회의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지만 이는 트럼프가 당초의 생각과는 달리 김 위원장이 최대 현안인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는 등 협상의 지지부진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를 반전코자 하는 '모험'이지 싶다.

이는 또한 북한의 뒤에는 명실상부의 혈맹인 중국이 있었음을 간과한 그의 실수로까지 보인다. 즉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앞서 중국을 끈질기게 설득해서라도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까지를 먼저 도출해냈어야 순서에 맞았다는 주장이다.

모든 일의 성공적 마무리엔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전제돼야 한다. 자칫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듯 보이는 미북회담은 선중후북(先中後北)이 선행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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