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1. 톤즈는 이제 울지 않는다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1. 톤즈는 이제 울지 않는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톤즈
'울지마 톤즈'는 2010년 9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한국영화다. 2010년 2월,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Tonj)'. 남 수단의 자랑인 톤즈 브라스 밴드가 마을을 행진했다.

선두에 선 소년들은 한 남자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사진 속에서만 환하게 웃고 있는 한 남자 … 마을 사람들은 '톤즈의 아버지'였던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딩카족이었다.



남과 북으로 나뉜 수단의 오랜 내전 속에서 그들의 삶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가난과 질병으로 얼룩졌다. 목숨을 걸고 가족과 소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딩카족. 강인함과 용맹함의 종족이라 자부하던 그들 딩카족에게 있어 눈물은 가장 큰 수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들은 하지만 결국 울고 말았다. 모든 것이 메마른 땅 톤즈에서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 마지막 길을 떠난 사람, 그는 바로 마흔 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고(故) 이태석 신부였다.



톤즈에서 의사였고, 선생님이자 지휘자, 건축가이기도 했던 '쫄리 신부님' 이태석…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들을 사랑했던 헌신적인 그의 삶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남 수단은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나라이다.

정식 명칭은 남수단공화국(The Republic of South Sudan)이며 수도는 주바(Juba)이다.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내륙국으로 수단의 남쪽, 우간다·케냐·콩고의 북쪽, 에티오피아의 서쪽,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1899년 영국-이집트 공동통치가 시작되면서 행정적으로 수단을 북부와 남부로 분리한 후부터 현대의 남 수단이 등장하였다. 1956년 수단이 독립한 후에도 북부와 남부는 종교·인종·문화 갈등으로 두 차례에 걸친 내전(1955~1972년, 1983~2005년)을 치렀다.

2011년 7월 9일 수단에서 분리되어 독립국가가 되었고, 193번째 유엔 회원국으로 등록되었다. 행정구역은 10개의 주(州)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018년 12월 22일자 C일보에는 <쫄리 신부 약통 들고 다니던 아이 "내 꿈은 제2의 이태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를 살펴보면 이태석 신부의 권유로 한국행 9년 만에 국적이 남 수단인 청년 토마스 타반 아콧(33)씨가 2019년도 우리나라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의사자격 취득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01년 당시 서른아홉 살이었던 이태석 신부가 흙먼지 날리는 아프리카 남 수단 시골 마을 톤즈에서 외진 집을 돌며 주사를 놓을 때부터로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는 약통을 들고 이태석 신부의 뒤를 따라다니며 붕대를 감아주는 등의 보조 역할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랬던 소년이 어느새 성큼 자라서, 더욱이 자국(自國)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의사 면허를 땄으니 어찌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이 같은 경우는 분명 고인이 된 이태석 신부님 역시도 "가히 청출어람(靑出於藍)이로다!"며 감탄하셨으리라 믿는다. 모두들 아는 상식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대입수능에서부터 최고의 성적이 아니고선 어림도 없다.

아무튼 아콧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온 지 9년 만에 이태석 신부의 '후배'가 된 것에 감격하며 "앞으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엔 외과 전문의가 돼서 고향으로 돌아가 신부님의 사랑을 갚겠다"고 해서 더욱 뭉클했다.

아콧 씨의 나라인 수단은 '다르푸르 내전(Darfur conflict)'으로 20여 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250여 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또한 남·북으로 분리된 아픔을 보자면 마치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짠하다.

"귤 껍질 한 조각만 먹어도 동정호를 잊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비록 귤 껍질만한 작은 은혜를 입었어도 동정호 같은 크나큰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한지(楚漢誌)에 등장하는 한(韓) 나라 개국의 일등공신 한신(韓信)의 '일반천금(一飯千金)'에 비유될 만 하다.

참고로 동정호(洞庭湖)는 중국 후난성(湖南省) 북부에 있는 중국 제2의 담수호를 말한다. 이태석 신부님의 뜻에 따라 인제대학교와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가 아콧 씨의 학비를 줄곧 댔다는 것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의사가 되어 고국으로 귀국할 아콧 씨는 분명 이태석 신부님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일등 외교관'이 될 가능성까지 농후하여 흐뭇했다. 아콧 씨의 금의환향(錦衣還鄕) 영예에 톤즈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될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파멥신' 상장 폐지...뱅크그룹 '자금 유출' 논란 반박
  2. "중부권 산학연 역량 모은 혁신 벨트 구축 필요"…충남대 초광역 RISE 포럼 성료
  3. [사설] 지역이 '행정수도 설계자'를 기억하는 이유
  4. 2월 충청권 아파트 3000여 세대 집들이…지방 전체 물량의 42.9%
  5. [사설] 대전·충남 통합, 여야 협치로 풀어야
  1.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2. 대전교도소 수용거실서 중증 지적장애인 폭행 수형자들 '징역형'
  3. 대청호 수질개선 토지매수 작년 18만2319㎡…하천 50m 이내 82%
  4. 2025 대전시 꿈드림 활동자료집 '드림이쥬3'
  5. "충청의 거목 고이 잠드소서" 이해찬 前총리 별세 지역與 '애통'

헤드라인 뉴스


선거 코앞인데…대전·충남 통합시장 법적근거 하세월

선거 코앞인데…대전·충남 통합시장 법적근거 하세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 등록이 다음 주부터 시작되지만, 통합시장 선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일선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달리 통합시장 선출을 위한 제도적 준비는 하세월로 출마 예정자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현재로선 통합시장 선거에 깃발을 들고 싶어도 표밭갈이는 대전과 충남에서 각개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7일 대전·세종·충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은 다음달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를..

대전 주요 외식비 1년 새 6% 인상... 도시락 싸는 직장인 많아졌다
대전 주요 외식비 1년 새 6% 인상... 도시락 싸는 직장인 많아졌다

대전 주요 외식비가 1년 새 많게는 6% 넘게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김치찌개 백반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음식으로 등극했고, 삼겹살을 제외한 7개 품목 모두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이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시스템 참가격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대전 외식비는 삼겹살 1인분 1만 8333원이 전년대비 동일한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7개 품목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오름세를 보인 건 김밥으로, 2024년 12월 3000원에서 2025년..

故 이해찬 전 총리 대전시민분향소 지역정치권 추모행렬
故 이해찬 전 총리 대전시민분향소 지역정치권 추모행렬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서거에 대전 정치권이 정파를 넘어 애도의 뜻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 인사들이 잇따라 시민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김제선 중구청장과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출근 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오후 3시에는 박정현 대전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장철민·장종태 국회의원,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당원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