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18. 어떤 용기(勇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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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18. 어떤 용기(勇氣)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부모에게 있어 자녀의 결혼은 가장 중대한 스펙트럼을 점유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갈수록 혼인율이 저하되고 있다. 또한 이는 당연하게 출생률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자녀가 모두 결혼하였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두 아이를 결혼시키면서 필자는 평소 생각했던 바를 실천에 옮겼다. 그건 바로 예단, 주례, 폐백을 과감히 생략한 이른바 '3무(無) 결혼식'이었다.

'한 술 더 떠' 아들의 결혼식 때는 성혼선언문 낭독까지 필자가 했다. 당연히 경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가난한 필부의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결혼 후 사돈어르신(아들의 장인)과는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다음 달에도 천안에서 뵈었으면 하는 문자를 보냈다. 사돈어르신께서 사시는 수원과 필자의 거주지 대전의 딱 중간(中間)이 천안이다. 따라서 그동안 몇 번이나 천안역에서 만난 뒤 근처의 식당에서 음식과 술까지 나누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작년 가을엔 천안의 명소인 '천호지'를 함께 찾기도 했다. 허나 그 뒤론 다들 바쁜 연말연시에 이어, 필자의 저서 출간 작업 등이 이어지는 바람에 당최 짬을 낼 수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선 결례다 싶기에 그제 그 같은 문자를 보냈던 것이었다.

그러자 답신이 도착했는데 이번엔 아예 대전까지 오신다는 게 아닌가! '의표를 찌르는' 사돈어르신의 문자에 깜놀하여 아내와 상의에 들어갔다. "어디로 모실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그렇게 방문 날짜와 식당까지를 염두(念頭)에 설정하던 어제는 새아가(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요즘 잘 지내니?" 답신이 왔다.

"지난 설에도 못 가서(이 또한 우리부부가 명절처럼 바쁜 때는 오지 말라고 했다) 다음 달에 가려고 하는데 안녕하시지요?" 말이 난 김에 사돈어르신 내외께서 래전(來田)하신다는 전언(傳言)을 추가했다. "앗! 저희도 그날 가려고 했는데 그럼 다음에 갈까요?"

"아니다. 그날 다들 같이 오(시)면 더 좋지~ ^^" 야근을 마치고 귀가한 오늘 아침, 이와 연관된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했더니 안절부절못했다. "사돈댁(부부)만 오실 줄 알았기에 시내에서 식사 대접 후에 우리 집엔 안 모셔도 되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람?"

아내의 말은 누옥(陋屋)에서 어렵사리 살고 있는 우리의 형편을 보여선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며느리야 결혼 후 우리 집을 몇 번이나 다녀간 터여서 잘 안다지만 사돈어르신 부부께선 전무(全無)했으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상식이겠지만 곧잘 방문하는 며느리(사위)와 달리, 사돈댁에선 딸(아들)의 시댁(처가)을 방문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꺼린다. 이는 사돈이라는 관계는 여전히 어려운 대상이라는 견고한 선입견(先入見) 때문일 것이다.

아내의 이유 있는 걱정에 필자의 마음도 잠시 갈대처럼 흔들렸다. 그러나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우리가 뭐 죄 졌어?" 가난하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못 산다는 것이 결코 죄는 아니지 않은가!

사람이 무능하다 보니 입때껏 아파트 한 채조차 분양받지 못 했다. 따라서 근사한 아파트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 했음 역시 당연했다. 이 같은 가난의 연속성은 어려서부터 체득화된 어떤 한계이자 굴레였다.

학교(초등)에 다닐 적에도 친구를 집에 데려올 수 없었다. 너무나 가난했으므로 속된 말로 '쪽 팔려서'였다. 여전히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한 아내에게 쐐기를 박았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랬다고 이처럼 어렵게 살면서도 두 아이를 모두 훌륭하게 잘 길렀다고 오히려 칭찬을 하실 지도 모르는 일이니 우리 집까지 모시자고." 그제야 아내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밝아졌다.

이혼 소송 중 폭행 혐의로 남편 박 모씨에게 고소를 당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 영상이 언론에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이 중의 압권(?)은 다음과 같은 폭언이 아닐까 싶다.

"네까짓 거 없어도 애들 병원 데리고 가는 거 다 할 수 있어. 어? 세상에 너만 의사야? 네까짓 거 없어도 할 수 있어……. 어? 너 맨날 뺑뺑 놀잖아. 너 그 병원에서 뺑뺑 놀게 하려고 우리 아빠(가) 몇 천억씩 그 병원에 들이고 있고. 염치가 좀 있어봐라, 염치가……."

도대체 몇 천억씩이나 들였다는 그 병원의 실체는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이며, 또한 재벌이란 그래도 되는 것일까. 돈도 없고 빽도 없으며 여전히 경제적 사면초가(四面楚歌)인 가난한 경비원 작가가 바로 필자의 초상이다.

그럼에도 서슴지 않고 당당한 건 정직하고 의리를 지키며 살아온 불굴의 용기(勇氣) 덕분이다. 아내는 벌써부터 집안 청소에 돌입했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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