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98. 선진국의 모습은 이래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뉴스 스나이퍼 sniper] 98. 선진국의 모습은 이래야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0-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평소 활자중독(活字中毒) 환자다. 사전적 의미답게 '활자중독'은 활자로 인쇄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읽어야 마음이 놓이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매일 종이신문의 정기구독에서부터 야근 때는 책을 한 권 모두 읽는다. 이처럼 읽어대는 대상은 비단 책(신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신주에 붙어있는 구인광고는 물론이요,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광고 역시 예리한 내 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시내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에 붙는 광고까지 포박하기 일쑤다. 이처럼 심각한 활자중독 환자(?)이다 보니 평소 집에서 넘쳐나는 건 폐지(廢紙)인데 그야말로 산을 이룬다. 집으로도 각종의 간행물이 많이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외보와 정부기관지 등의 잡지가 "웬만한 관공서보다 많이 오네요."라는 담당 집배원 아저씨의 증언이 그 타당성을 담보한다. 오죽했으면 아내는 "돈을 그렇게 벌었으면 우린 지금쯤 최고가 아파트에서 떵떵거리며 살았을 것"이라며 참새처럼 입을 뾰족 내밀까.



아무튼 그렇게 읽은 종이류는 갈무리한 뒤 끈으로 묶어서 밖에 내놓는다. 한동안 전신주 밑에 두었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금세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중 인근의 할머니께서 폐지 수집을 하신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그로부턴 일부러 그 할머니를 찾아가 드리곤 한다. "매번 고마워유!" 어머니를 너무도 일찍 잃었다. 따라서 지금도 어머니의 모습은 꿈속에서조차 꿀 수 없다. 적막강산의 홀아버지가 된 선친께선 같은 동네의 할머니께 나의 양육을 부탁하셨다.

애면글면 혼자 사셨던 유모 할머니께서는 나를 친손자 그 이상으로 길러주셨다. 마실(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가셨다가도 꼭 먹을 것을 챙겨 나의 입에 물려주셨던 할머니...

뭘 잘못 먹은 탓에 배가 아플 적에도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어루만져주시면 마치 화타(華? = 중국 한나라 말기의 의사로 편작과 더불어 명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의 손처럼 신통방통 금세 낫던 그 시절이 먼 추억의 그림으로 우뚝하다.

지난 8월, 전북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80대 관리인과 고령자 투숙객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가 돋보였다. 투숙객들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우며 힘겹게 살아왔다고 했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작년에 폐지를 줍다가 교통사고로 타계하신 같은 동네 할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시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폐지 수집을 강행한 때문이었다.

올부터 우리 부부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다. 갈수록 독거노인이 늘고 노후빈곤은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폐지 수집 노인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한 즈음이다. 독거노인과 노후빈곤에 대한 뉴스를 하나 더 발췌한다. 9월 27일자 조선일보에서 보도했다.

= "[독거노인 늘고 노후빈곤 겹쳐… 고독사, 6년새 2배로]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여관에 투숙하던 52세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했다. 이후 조사에서 '이 남성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아사(餓死)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작년 1월에는 강원도의 한 주차장에서 66세 남성이 동사(凍死)했다. 당일 최저 기온은 영하 20도 밑이었다. 그 한 달 뒤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는 33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러줄 가족·친지도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중략)

연간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2년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60대 이상이 1457명으로 60%를 차지하지만, 50대 비율도 매년 20%가 넘는다. 지난해는 565명이었는데 전년(460명)보다 100명 이상 늘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3배쯤 많다.(중략)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독일에서는 지자체별로 노숙인 등 취약 계층을 개별 관리하면서 한파 등 위험 상황이 생기면 찾아서 보호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며 "이처럼 어느 누구도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게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했다." =

말로만 선진국이 돼선 안 된다. 선진국의 진정한 모습은 어느 누구도 외로운 죽음을 하지 않게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일관해야 옳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2.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3.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4. 정부 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기름 가득 채우세요"
  5.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1.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2.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3. '경기도 광역교통망 개선-철도망 중심’ 국회 토론회
  4.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5. 2025년 한국수어통역방송 품질 향상 종합 세미나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