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드라마에서 배우는 전문가 자질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드라마에서 배우는 전문가 자질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20-03-19 22:05
  • 신문게재 2020-03-20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곽상수 뉴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최근 방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스토브리그', '블랙 독'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장인정신과 소신이 돋보인다. 드라마의 재미를 넘어 과학자에게도 연구철학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의사로서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에서 사람을 살리는 본분을 다하는 소신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낭만닥터 김사부II). 야구시즌이 끝난 겨울철에 선수들의 객관적인 실적을 통계로 연봉협상, 선수트레이드를 소신껏 처리하는 야구감독(스토브리그), 학생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립 고등학교(기간제)교사의 교육철학도 멋있다(블랙 독). 주인공들은 전문인으로서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시종일관 정의감으로 소신껏 마땅히 해야 할 일(책무)을 다하고 있었다.

'전문가'는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사전에서 설명된다. 4차산업혁명시대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인공지능(AI)에도 대체되지 않은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래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오늘의 많은 전문가가 AI에 대체돼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100세 수명시대 AI에 대체 불가능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일생에 직업을 여러 번 바꿔야 할지 모른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일에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부자도 될 수 있다.

필자는 출연연에서 30년 근무하면서 지금처럼 좋은 여건에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연구 환경을 탓하는 분위기에 많아 아쉬움을 느낀다. 오늘을 사는 과학자는 돈도 얼굴도 있고 필요한 연구비와 시설도 충분하다. 문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많은 과학자는 연구철학을 가지고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과학자로서 방향성을 가지고 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맞는 연구를 더 잘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큰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같은 문화권에 있는 일본·중국에 비하면 축적기술이나 일관성 있는 연구정책은 배울 필요가 있다.

대전 현충원에는 다양한 분야 존경할 만한 분들이 안장돼 있다. 과학자로서는 우리나라 과학재상의 소임을 다한 최형섭 박사(1920~2004), 우리별1호의 주인공 최순달 박사(1931~2014), 원자력의 대부 한필순 박사(1933~2015)가 이곳에 잠들었다. 최형섭 박사 묘비에 새겨져 있는 연구자의 덕목(5가지)은 후학들이 가슴에 새겨 실천할 필요가 있다.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돼야 한다. 직위(보직)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연구자)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전쟁무기도 무역도 과학기술 기반이기에 현재는 과학기술중심 세계가 됐다. 세계는 무한의 과학경쟁시대다. 과학자든 일반인이든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남들과 차별화된 생각을 가지고 당당하게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과학자가 연구철학을 가지고 소신껏 일하고 행복한 사회의 중심이 되길 소망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전문가 집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정치와 진영논리가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에 의한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한 정책이 수립되길 간절히 바란다. 과학자들은 국민과 정부는 과학자 집단의 결정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연구철학을 가지고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23년이면 대덕연구단지 출범 50주년이 된다. 출연연구소의 설립목적과 미션에 맞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 대덕연구단지의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길 소망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