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탄진 새일서적 "건강한 책 팔며 32년" 이제는 대전 최장수 서점으로

  • 문화
  • 문화 일반

[인터뷰]신탄진 새일서적 "건강한 책 팔며 32년" 이제는 대전 최장수 서점으로

줄줄이 지역서점 폐점 소식에도 줄곧 자리 지켜와
임대주는 매일 아침 박카스2병 들고 찾아와 응원
수고스럽지만 직접 제목 적어와 책 사는 단골손님
지역 유일 서점이라는 의무감 마음 무겁게하기도

  • 승인 2020-04-05 20:00
  • 신문게재 2020-04-06 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KakaoTalk_20200405_090836796
벌써 32년째다. 새일서적의 이분희, 고석천 사장은 매일 아침 총판에서 신간과 학습교재를 구매한다. 하루에 20명 안팎의 손님을 받지만 서점을 쉬이 닫을 수 없다. 새일서적은 1990년 이사왔던 모습 그대로 정겨운 옛 서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책 선물이 일상이었던 시절, 성공한 인물의 자서전이 나왔다고 하면 쌓아놓고 팔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부흥기였던 1990년대를 지나면서 서점은 급격하게 몰락한다. 대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던 그 시절 서점들은 죄다 셔터를 내렸다. 이제는 하루에 10명에 불과한 손님을 기다리며 서점의 하루는 저문다.

업력 32년, 신탄진과 대덕구에서, 아니 이제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서점인 '새일서적(사장 이분희·고석천)'. 1988년 신탄진 굴다리 인근에서 문을 연 후 1990년 현재 자리로 이사를 오면서 줄곧 지역 서점으로서의 역할을 지켜왔다. 오는 30일 개점 32주년을 맞는다.



이분희 새일서적 사장은 "남편에게 한 달에 샘터 1권을 사달라는 것이 결혼 조건이었다"며 "남편이 월급을 타오면 네 가족이 서점에 가는 게 참 행복했다. 젊은 시절 작은 책방을 하고 싶은 꿈을 꿨었는데 내가 서점을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새일서적은 대덕구 신탄진동과 석봉동, 덕암동, 목상동, 평촌동, 청주 현도면과 청원군, 미호동, 심지어 세종시 전의면과 조치원 지역의 손님도 온다. 신탄진역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는 이제 유일한 서점이기 때문이다.



새일서적에는 아침마다 방문하는 고정손님이 있다. 박카스 2병을 들고 와 사장 내외에게 무심한 듯 건네는 사람은 바로 임대주다. 이 인연도 이젠 32년인데 임대주는 서점을 그만두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 오늘도 잘 견뎌보자는 위로와 응원을 박카스에 담아 전하고 있었다.

고석천 새일서적 사장은 "3년 전 너무 힘들어 서점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부터 임대주가 매일 아침 찾아온다. 건물주뿐이겠는가, 지역 단체장이나 관계자들을 만나면 신탄진에 서점 하나 없어서 되겠느냐고 얘기한다. 그동안은 생업이었지만 지금은 지역의 유일한 서점이라는 의무감도 아침마다 서점 문을 열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업력 32년의 베테랑 서점 주인 내외지만 요즘만큼 힘든 시절은 없다. 총판에서 구입하는 책은 모두 현금으로 사야 한다. 책이 팔려야 선구매한 책값을 유지할 수 있는데 도무지 책이 팔리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는 2시간 동안 서점을 방문한 사람은 책 대신 스티커를 사간 첫 손님, 박카스를 두고 간 임대주가 전부였다.

고석천 사장은 "대덕구나 지자체에서 공공도서관 납품을 지역서점에 배분해 맡겨주고, ‘책을 펴자’ 캠페인으로 도와주고 있지만, 손님이 손에 꼽히는 서점의 현실은 처참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이 등장하면서 향토서점은 버틸 수 없게 됐다. 학교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교과서나 기타 책을 일괄 구매할 때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업자만 서점으로 등록된 기타 업종이 이마저도 잠식해 향토서점은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역서점을 위한 가산점 제도, 도서 보유 50% 이상 서점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장 고마운 존재는 단골손님이다.

몇몇 단골손님은 수고스럽지만, 책 리스트를 적어와 직접 책을 주문하며, "오래 해달라고" 고마움을 표한다. 또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옛 손님들은 "새일서적이 아직도 있네요"라며 짙은 향수를 느끼고 돌아간다.

이분희 사장은 "우리는 평생 고전이나 건강한 책을 판매하려고 했어요.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는 자신을 위로하는 책들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석천 사장은 "지역 향토서점의 위기는 비단 우리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다.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는 건 결국 지역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대덕구의 책을 펴자는 지역민의 문화 수준을 높여줄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2. 오인철 충남도의원,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평가 의정정책대상 수상
  3. 위기브, ‘끊김 없는 고향사랑기부’ 위한 사전예약… "선의가 멈추지 않도록"
  4.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5.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1.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2.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3.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4.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5.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