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0-06-08 09:51
  • 신문게재 2020-06-09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찔레꽃을 보면 왠지 짠한 마음이 듭니다.

전설에 따르면 원나라로 공출된 찔레라는 처녀가 10년만에 고향을 찾아와 병들고 늙은 아버지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온 산천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고향 근처에서 죽고 말았답니다. 그때 찾아 헤매던 골짜기 산 개울마다 찔레의 넋은 흰꽃으로 피어났고 그 목소리와 착한 눈물은 향기가 되었다지요. 그래서인지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실루엣으로 남아 그 찔레꽃을 보다가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요. 울컥하는 안스런 생각에 문득 이해인 수녀의 「찔레꽃」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아프다 아프다 하고/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구 꺾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향기가 되었다고// 사람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기구하고도 절절한 사연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미스터트롯이나 아침마당의 예능프로를 봐도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를 보통사람으로 살아온 우리들이 다 헤아릴 수야 없지만 그렇다고 6월의 낙화로 강물에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요. 모두가 숨죽이며 내일이 아닌 것처럼 외면할수록 아픈 과거의 상처가 축복이 될리야 없지만 깊고 큰 상처의 향기는 오랫동안 남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시시비비를 차치(且置)하더라도 정부의 간섭 없이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영리시민사회단체인 NGO의 개념이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45년 UN헌장에 이 용어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하긴 2차세계대전 이전에도 반노예협회, 국제적십자사, 아동구호기금 등 세계적으로 700여 개의 NGO가 이미 활동하였으며 우리나라도 독립협회, 신민회, 흥사단, 신간회가 있었지요. 그러나 본격적인 NGO가 출현한 것은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1987년 6월 항쟁 이후입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이 낙천 낙선 운동 촛불시위 등 정치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NGO활동을 주도해 왔습니다. 지금은 만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NGO단체가 있으며 우리 대전만 해도 500여개 단체에 회원수만도 15만명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민 10명 중 1명이 비영리단체에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건전한 시민 활동의 튼튼한 뿌리가 정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반증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NGO들이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세하고 열악한 재정으로 자금 흐름이 불투명하고 조직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우려와 함께 선거철이 되면 NGO의 중심축을 흔드는 정치권의 추파가 커다란 유혹이 되어 NGO와 은밀한 커넥션으로 지나치게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NGO는 본질적으로 비정부 비영리적 비정치적 비종교적 조직으로 사회의 구석진 곳을 비추는 빛과 소금의 역할이 태생적 출발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 집단 또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나 사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NGO는 스스로 도덕적 중립과 투명성의 생명을 성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올바른 몸가짐을 하는 지신(持身)으로 예기(禮記)의 '구용(九容)'과 생각과 지혜를 수양하는 논어의 '구사(九思)'를 율곡선생께서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 기록하였지요. 이 구용구사 중 눈은 마음의 깃발이고 눈높이와 마음의 높이는 같으니 눈을 단정히 두라는 목용단(目容端)과 옳지 못한 것을 가질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견득사의(見得思義)의 정념실덕(正念實德)을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새겨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2.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3.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4.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5. 지역 최고의 인물 화가 홍상혁 화백 개인전
  1. 수능 서·논술형 도입에 학교도 평가 변화…대전은 교사 전문성 강화
  2.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3.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개막, 참여형 축제로 탈바꿈
  4. 5명 사망 사고 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473건 법 위반
  5. “학교에서 느낀 불편·아이디어를 정책으로"…대전교육청, 교육정책 공모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