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혹시…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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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혹시… 당근?"

  • 승인 2021-02-22 00:00
  • 신문게재 2021-02-22 18면
  • 안미현 기자안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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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곳에서 어정어정하며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다 황급히 사라지는 무리를 발견했다면, 그들은 '당근'중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말하는 당근은 요즘 떠오르는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의 약칭이다.

당근을 향한 사랑은 항상 뜨겁지만, 장기간의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왔을 때는 그 정도가 중증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익숙한 듯 생소했고, 생각보다 처음 들어보는 동네의 이름도 많았다.

집에서 나서 버스를 타고, 갈아타 가며 한참을 간 동네에서 색연필 세트를 사 오는 식의 일을 연거푸 반복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짧지만 대화도 하고, 크지 않은 돈을 쓰고 나면 물건이 생기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게 '연결'이 가치구나.

당근마켓은 내가 거주하는 동네에서 최장 10km의 거리의 지역만 반영돼 거래 가능 품목을 보여준다. 나는 항상 인증을 한 동네에서 최대한 멀리까지 설정해 두고 참 열심히도 다녔다. 특히나 서울이나 세종 등 타 지역으로 갈 일이 있으면 괜스레 당근마켓 앱을 켜고 이 동네 사람들은 뭘 파나 구경을 하곤 했다.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외하고도, '당근마켓'이라는 플랫폼이 여타 SNS처럼 사람들의 관음증을 해소해주고 있다고 느꼈다.

요즘은 쓸모가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는 자질구레한 주방용품을 구매하는 게 낙이다.

주방용품이란 게 조금만 써도 금방 지저분해지다 보니 모든 거래가 만족스러웠다 말하기는 힘들다.

일전에는 충격적인 대 실패를 겪었는데, 접시를 걸어두는 행거를 사러 가수원동까지 갔다가 찬바람에 40분을 서서 기다리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물건은 붉은색 보자기에 칭칭 감겨있었다. 도저히 대중교통으로는 옮기기 어려워 결국 집까지 택시를 탔는데, 밝은 곳에서 상태를 확인하니 이곳저곳 녹슬어있고 심지어 고정나사가 깨져 사용에 불편함이 있는 상황이었다. 온라인에서 실거래 가격을 찾아보니 더 허망했다. 2000원만 보태면 새것을 살 수 있었는데….

한 번도 거래 후 나쁜 점수를 주거나 혹평을 남긴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너무 속상하다는 말과 함께 낮은 점수를 보냈다. 그 기분 또한 좋지는 않았다. 온라인에서의 거래라 하더라도 같은 지역의 이웃이라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원인이다.

모든 것은 과유불급, 적당히 해야 했었는데. 조금 더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연결' 의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편집2국 안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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