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심상치 않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심상치 않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21-10-21 10:35
  • 신문게재 2021-10-2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요즘 기름을 넣으려고 하면 조금이라도 값이 싼 곳을 찾느라 여러 주유소를 지나치곤 한다. 1700원을 넘나드는 휘발유 가격 때문이다. 영국은 사정이 더 심해서 지난 9월 말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는 주유 대란을 겪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브렉시트 여파로 유류 트럭을 운전할 기사를 구하기 힘들어 그랬다지만, 단순한 트럭 기사 구인난을 넘어서는 유럽발 에너지 위기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크다. 그리고 그 위기는 중국을 넘어 당장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의 전력과 난방, 운송과 교통을 책임지는 석탄과 석유·가스 가격이 빠른 속도 상승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추세고 위드 코로나와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 석탄 가격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제 유가도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천연가스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LNG 수입 세계 3위인 우리나라도 비상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흔히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전기나 식료품 등 각종 상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돼 물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소비와 생산이 동반 허락하고 경기가 다시 침체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커진다.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번 에너지 위기를 바라보는 과거와는 다른 시각이다.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화석연료 에너지를 대체할 만큼 재생에너지 개발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첫걸음도 떼기도 전에 거대한 에너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실제로 현재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한 배경에는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북해의 바람이 잠잠한 탓에 풍력 발전량이 크게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심지어 탄소중립을 위해 2024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던 영국은 이달부터 노후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했다. 유럽연합 중 청정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역시 화력발전소를 지난 2주 동안 꾸준히 가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총발전량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면서도 탈원전을 선언했던 프랑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투자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 생산량은 급증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원천인 바람과 햇빛은 변덕스럽다. 게다가 가스나 석탄과 달리 효율적으로 전력을 저장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과 과도기 동안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화석연료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기후 위기는 전 인류에게 닥친 현실이자 완전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적인 과제다. 다만 무조건적이고 급진적인 탈(脫)화석연료 기치가 아닌 유연하고 선순환적인 에너지 정책을 통해서 다가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일본은 석유가스 자주 개발 비중을 2019년 34% 수준에서 2040년 60%까지 높이고 메탄하이드레이트를 포함한 자국 내 자원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순히 이웃나라의 선언적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에너지자원 빈곤 국가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3.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4.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5.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1.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5.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