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기자가 방문한 대전 서구 둔산동 전당포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5월 31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한 전당포. 유리문 입구에 벨을 누르라는 안내가 있었다. 방문 벨을 누르니 안에 있던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 전당포 안에는 고가 시계와 명품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선 중고 핸드폰과 명품을 팔기도 했다. 전당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며 취급 품목이 다양해진 것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전당포를 검색해보면 카메라, 노트북,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매입하는 '아이티 전당포'를 지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돈을 빌려도 신용기록이 남지 않는 장점 때문에 전당포를 찾는 청년들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대전에 있는 전당포 30여 곳 중 4곳은 상호명에 '아이티'를 넣었다. 프랜차이즈화된 기업형 전당포도 생겨났다.
일부 업체는 유아용품, 상품권, 양주 등 제품을 매입하고 소액 대출도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제품을 맡기면 해당 업체에서 감정을 통해 대출 기간과 금액을 정해주는 식이다. 신용불량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전당포는 법정 최고 이율인 연 20%를 적용해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100만 원을 빌리면 한 달 이자는 1만 6700원인 셈이다. 여기에 보관료, 감정 수수료 등 선수금도 내야 한다.
담보로 맡길 물건이 없어 전당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것이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다. 전당포 주 고객은 코로나19 이후 소비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대다수다.
둔산동에서 '아이티 전당포'를 운영하는 A씨는 "전당포를 찾는 청년들의 비율이 많은 건 아니지만, 실제로 돈을 빌리러 오는 2030 세대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청년들은 담보로 맡길 수 있는 물건이 없어 주 고객은 중장년층 자영업자이며, 주로 취급하는 상품은 시계나 금"이라고 했다.
청년들은 주로 명품을 담보물로 맡기고 있었다. 대전에서 프랜차이즈 전당포를 7년째 운영하는 B씨는 "손님 10명 중 2명은 청년들인데 주로 명품을 맡긴다"며 "이자는 법정 최고 금리인 20%이지만, 전당포에서 빌려주는 돈이 100만 원 정도로 소액이라서 이자도 적게 느껴져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지역 청년들의 부채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대전시 청년통계에 따르면 가계 부채가 있다고 답한 청년은 2020년 36.5%에서 2022년 45.4%로 늘어났다. 가계 부채 사유는 주택 임차 및 구입이 62.4%로 가장 높았다. 대전에 사는 20대 B씨는 "교과서 문학작품에서나 봤던 전당포가 요즘에도 성행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인터넷 신용 대출이 쉬워진 요즘에 전당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힘들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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