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오늘 아침 드신 분~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오늘 아침 드신 분~

  • 승인 2023-08-02 10:21
  • 신문게재 2023-08-03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밥
요란한 새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새들의 지저귐이 알람 역할을 한다. 기지개를 켜고 안경을 집어 쓴다. 자 이제 또 뛰어볼까? 주방에서 거실로, 베란다로, 안방으로, 건넌방으로, 욕실로. 나의 부산한 아침 풍경이다. 먼저 TV 뉴스를 틀고 냉장고를 열어 수제 요거트를 꺼내 오목한 접시에 가득 담는다. 그리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식전 물 한잔을 마신다. 어젯밤 불려놓은 현미와 검은 콩 등 잡곡에 일반미를 넣고 씻은 다음 압력밥솥에 안친다. 아차, 깜박했다. 옥수수를 씻어 스뎅 대접에 넣고 쌀 위에 얹어 다시 취사 버튼을 누른다. 이제 호박을 무쳐야 하는데. 냄비에 삼발이 찜기를 넣고 자른 애호박 네 덩이를 얹어 살짝 익힌다. 헉, 부추가 없어. 텃밭에 부추 두 포기 있다. 그걸 베어 와야겠다. 과도를 들고 부리나케 달려나간다. 응? 손에 칼을 든 내 모습이 누가 보면 화들짝 놀랄 것 같아 얼른 주머니에 넣는다.

엊그제 역시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와 당근을 채썰어 팬에 넣은 다음 올리브오일을 끼얹는다. 어느정도 익으면 한쪽으로 밀치고 계란 하나를 깨트려 넣는다. 계란을 수저로 휘저어 익힌 다음 토마토와 섞어 뒤적거린다. 향긋한 토종살구도 씻고 계란을 삶는다. 그 사이 익힌 애호박을 썰어 고춧가루, 마늘, 소금, 통깨와 쫑쫑 썬 부추를 넣고 버무린다. 얼마 전 김치 냉장고에서 꺼내 일반 냉장고로 옮긴 김장 김치를 썬다. 지금 먹기 딱 좋다. 이것으로 도시락 반찬 준비는 끝. 막간을 이용해 세수를 하고 헤어 롤로 머리를 만다. 밥솥에선 밥이 다 됐다고 꾀꼬리같은 목소리가 재촉한다. 주방으로 뛰어와 밥을 푼다. 도시락밥이다. 보라색 옥수수도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살구와 옥수수, 삶은 계란은 간식용으로 싸갈 것들이다. 이젠 아침을 먹어야 할 차례. TV 앞에서 토마토 계란 볶음을 먹으면서 조간신문을 대충 훑는다. 토마토 볶음을 싹싹 긁어 먹고 바나나와 호두를 얹은 요거트를 빠르게 먹는다. 탁상시계 초침은 더 빨리 가고 있다. 매일 아침 먹는 요거트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지중해식 아침밥인 걸?

이젠 화장을 할 차례. 바르고 두드리고 눈썹을 그리고 눈두덩과 입술을 칠하고. 가끔 남자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여자는 출근 절차가 복잡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화장은 절대 포기 못한다. 얼굴은 기미와 잡티가 도배하고 피부 탄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눈가의 주름도 계룡산 계곡만큼 깊어졌다. 김채원은 소설에서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고백했다.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마주한 중년여자의 숙명에 대해. 나는 화장을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내 몸이 서러울 뿐이다. 잠깐! 남자도 치마를 입으면 어떨까? 무더위엔 치마가 편하고 시원하다. 지난주 스키니진을 입었다가 떠죽는 줄 알았다. 인체공학적으로 볼 때 오히려 남자가 치마를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남성동지들! 사회통념을 시원하게 깨트려보시길.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의학계에서는 아침밥을 먹는 게 옳은가 그른가로 아직도 논쟁 중이다. 찬성파는 아침을 먹으면 점심, 저녁에 폭식을 안해 비만을 예방하면서 뇌를 활성화하고 신진대사를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파는 밥을 일찍 먹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돼 당뇨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거기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든다. 직장인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안 먹는 경우가 많다. 바쁘고 또 다이어트 차원이지 않을까. 재밌는 사실은 양쪽 다 공통적으로 비만예방을 든다는 것이다. 나는 아침을 꼭 먹는다. 단지 먹고 싶어서다. 전날 밤 미리 아침과 도시락 메뉴를 정해 놓는다. 그 순간 설렌다. 아침밥, 먹느냐 안 먹느냐. 당신은 어느 쪽인가.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강 세종보' 철거 VS 가동'...시민 여론 향배는 어디로
  2.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3. 신탄진역 '아가씨' 성상품화 거리 대응 시민들 31일 집결
  4. [썰] 전문학, 내년 지선서 감산 예외 '특례' 적용?
  5.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임 위원장에 이은권 선출
  1. 충남대, 제2회 'CNU 혁신포럼’…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책 대응 논의
  2. '수능약?' 전문의약품을 불안해소 오남용 여전…"호흡발작과 천식까지 부작용"
  3. [세상읽기] 변화의 계절, 대전형 라이즈의 내일을 상상하며
  4. "사업비 교부 늦어 과제 수행 지연…" 라이즈 수행 대학 예산불용 우려
  5. 한남대, 조원휘 대전시의장 초청 ‘공공리더십 특강’

헤드라인 뉴스


`빛 바랜 와이스의 완벽 투구`…한화, 한국시리즈 4차전 LG에 역전패

'빛 바랜 와이스의 완벽 투구'…한화, 한국시리즈 4차전 LG에 역전패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30일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KS, 7판 4선승제) 4차전을 4-7로 패배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이날 경기 결과로 시리즈 전적을 3승으로 만들며 우승까지 한 걸음만을 남겼다. 한화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LG를 맞아 4-7로 패배했다. 먼저 득점을 낸 건 한화다. 4회 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황영묵은 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고, 다음 순서로 나선 하주석이 적시타를 쳐내며 선취점을 만들었다. 한화..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상장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며 명실상부한 비수도권 상장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상장(IPO)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22년 48개이던 상장기업이 2025년 66개로 늘어나며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 인식 제고를 병행해 '상장 100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2025년 '대전기업상장지원센터 운영..

한화 김경문 감독 "김서현, 감독 못지 않은 스트레스 받았을 것"
한화 김경문 감독 "김서현, 감독 못지 않은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감독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친구다. 감독이 포옹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구원 투수로 활약을 펼친 김서현 선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심우준이 9번에 다시 들어왔다. 어제 큰 힘이 되는 안타를 친 만큼, 오늘도 기운을 이어주길 바란다"라며 전날 경기 MVP를 따낸 심우준 선수를 다시 기용하게 된 배경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