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수박 만세!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수박 만세!

  • 승인 2023-08-23 10:24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KakaoTalk_20230823_095951543
여름은 과일의 천국이다. 복숭아, 참외, 자두, 멜론, 수박, 포도. 여기에 수입산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도 빠질 수 없다. 더위에 지쳐 입맛이 없을 때 과일은 식욕을 돋우고 몸에 생기를 준다. 새콤달콤한 자두와 꿀같은 멜론, 달콤한 향이 일품인 황도와 물이 많은 수박(영어로 워터멜론이다)은 여름의 맛이다. 그 중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본 수박은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 여성 출연자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여행 중 길가에서 파는 수박을 먹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국의 수박도 맛있는데 당도가 훨씬 높아요. 기가 막힙니다." 저걸 먹어볼 수만 있다면. 고온건조한 중앙아시아에서 나오는 청포도, 수박 등 과일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수박이 없는 여름은 내겐 의미가 없다. 과일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수박은 내가 최고로 애정하는 과일이다. 일과 더위에 지쳐 혀를 빼물고 터덜터덜 퇴근하는 한여름, 저녁밥을 먹고 난 후의 후식은 필수다. 찬물로 샤워하고 먹는 달콤 아삭한 수박 한 대접. 밥수저로 수박 한 덩이를 입에 넣고 씹으면 입 안에 가득한 시원하고 달디 단 물은 무더위를 싹 가셔준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술을 좋아하는 후배는 샤워후의 캔 맥주 맛이 그렇다고 했다. 혀를 얼얼하게 하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라나? 요즘 나를 심쿵하게 하는 배우가 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눈빛을 가진 손석구다.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하고 기자는 기사를 잘 써야 하듯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 최고다. '범죄도시2'의 강해상 역할을 손석구 말고 누가 할 수 있을까. 손석구의 맥주 광고를 볼 때마다 후배 생각이 난다.

올 여름은 수박이 금값이다. 마트에 가면 입이 떡 벌어진다. 수박 한 통에 3만원 한다. 지난 주 아침 뉴스에선 5만원까지 올랐다며 카페에 수박주스가 자취를 감췄단다. 한달 전보다 무려 80% 오른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부담없이 먹었는데 지금은 엄두도 못낸다. 월급쟁이 서민의 지갑은 금수박을 사기엔 너무 얄팍하다. 다행히 동네 마트에선 종종 반으로 자른 수박을 판다. 사실 이것도 만만찮다. 올 여름은 한 대여섯 번 사 먹었나? 얼마 전엔 트럭에서 파는 수박을 한 통 샀는데 맹탕이었다.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그래도 다 먹어치웠다. 어느날 회사 아래 마트에 가보니 5㎏에 1만2천원 하길래 얼른 샀다. 단지 꼭지가 없어 좀 싸게 판다고 했다. 음, 일단 색도 진하고 묵직했다. 무엇보다 어느 지역에서 생산했다는 상표가 붙어 있었다. 아쉽게도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수박은 아니었다. 이게 다 그놈의 이상기후 때문이다.

올 여름은 극단적 이상기후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는 인류 전체가 직면했다. 지금 같으면 한겨울인 남반구가 20도가 넘는 이상고온을 보이고 북유럽은 난데없이 홍수를 겪었다. 알프스는 눈이 녹아내려 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한 달 전 집중폭우는 어마무시했다. 이상기후는 가장 먼저 먹거리에 영향을 준다. 가뭄, 폭염, 홍수, 태풍이 널뛰기를 하기 때문에 농산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엔 유독 충청권의 피해가 심각했다. 청양, 부여 들녘의 비닐하우스가 홍수로 물에 잠겨 썩어문드러진 수박, 멜론을 보는 우리도 안타까운데 농민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잘 익은 수박은 자를 때 안다. 칼을 대자마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쪼개진다. 진초록의 껍질 속에 빨간 속살의 대비. 아, 정말이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그림 소재는 수박이다. 제목은 '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란 뜻이다. 이 화가도 수박을 꽤나 좋아한 걸까? 수박 만세!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3.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4.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5.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1.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2.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3.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4.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보건의료 '빨간불'
  5. 충남대병원, 교육부 주관 경영평가서 A등급…국립대 중 유일 7년 연속

헤드라인 뉴스


삼전닉스 호남 투자 가시화…충청은 생색내기용 전락

삼전닉스 호남 투자 가시화…충청은 생색내기용 전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에 나설 것이 유력해지면서 충청권은 곁다리 투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청권의 경우 두 기업이 막대한 고용창출 등이 기대되는 대규모 생산 라인이 아닌 AI데이터센터 건립으로 기우는 모양새인데 이럴 경우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총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업체인 두 기업이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부응하려면 충청권에도 생색내기 용이 아닌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정치권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이 2030년 하반기로 지연된다고 대전시가 공식 인정했다. 당초 2028년 개통보다 2년여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주요 공정 리스크와 차량 시운전 계획 반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3일 대전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관련 브리핑을 갖고 "향후 통합공정 계획 수립을 통해 개통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면서 개통 지연을 공식화 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총연장 38.8㎞, 정거장 45곳, 차량기지 1곳 규모로, 2024년 12월 착공해 현재 본선 14개 전..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