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교사의 마음가짐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교사의 마음가짐

이진솔 엄사중학교 교사

  • 승인 2023-12-28 11:38
  • 신문게재 2023-12-29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논산계룡 교단만필_사진(엄사중 이진솔)
이진솔 교사
학교는 새 학기 준비의 필수과정으로 학급을 편성한다. 이 시기가 한해의 시작점으로, 고심하여 편성하는 학급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구성원의 좋은 시너지로 인해 생활하기에 수월한 반이 있고 반대로 악영향을 끼치는 조합의 반이 있다. 그래서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새로 맡게 되는 학급이 예측할 수 없는 복불복 그 자체이다.

올해 내가 맡게 된 반은 후자에 가까웠다. 열심히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학급 구성원 저마다의 개성이 유난히 뚜렷하여 융합이 어려웠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학생들이 유독 많았다.



"자기 자리 밑에 떨어진 쓰레기 좀 치워볼까요?", "선생님. 이거 제가 버린 거 아닌데요?"

학기 초에 자기가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본인이 왜 주워야 하는지 되물어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어디서부터 지도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이 컸다.



또한 학급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 무관심하여 학생들의 크고 작은 반응이 없다 보니 나 역시 의욕이 저하될 때가 많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던 생일 이벤트, 학급 규칙을 정하기 위한 회의도 우리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 없이 본인의 입장만 생각하고 서로의 잘못을 들춰내기 바쁜 학급의 모습에 속상한 나날들을 보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될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개인보다 학급에 관심을 갖고 조화로운 학급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이러한 고민의 끝에 나는, 나부터 학생 개개인을 깊이 존중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학생들을 먼저 존중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만 친구, 학급을 존중을 바라왔던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 쉬는 시간 등을 활용해 학생들을 찾아가 대꾸도 없는 아이들에게 계속 대화를 시도했으며, 학교에서 대화가 어려운 친구들은 충청남도 교육청의 으라차차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교 밖 공간에서 체육 활동을 하거나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점차 마음의 문을 열도록 유도해 갔다.

또한, 학급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도 같이 머리를 맞대며 의견을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다 같이 노력한 결과 방학을 한 달 남긴 시점이 되자 꽁꽁 얼어 녹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조금씩 녹아 가듯 우리 반의 분위기 역시 점차 풀리게 됐다.

학급을 위해 쉬는 시간에 스스로 청소하는 친구가 하나씩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당일의 과제를 정리해 단체 채팅방에 게시해 주는 친구들도 생겨났다. 또 어떤 날에는 학교에서 진행한 십자말풀이 대회에서 서로서로 도와가며 퀴즈를 풀어 최다참여자 반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서로 도우면 나에게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깨달음을 얻어간 그 날이 학생들에게 있어 매우 값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고민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과 반성을 했다.

학기 초 막막했던 모습과 달리, 이제는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학급 구성원이 됐다. 더 나아가 스스로 가진 것을 먼저 나누고 조건 없는 선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행복을 알게 됐다.

나아지는 것이 없어 보여 많이 지칠 때도 있었고,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며 열정이 식은 나의 상태를 합리화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교사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은 결국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값진 한 해였다.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임을 학생들이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내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일도 우리 반에 가서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해야겠다./이진솔 엄사중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3.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4.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5.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1.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2.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3.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5. 한밭새마을금고, 취약계층 위한 성금 1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