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취업과 진학의 두 날개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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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취업과 진학의 두 날개를 펼치다

선희복 세종여자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5-07-24 20:41
  • 신문게재 2025-07-25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세종여고 선희복 증명사진
선희복 세종여고 교사
몇달 전, 늦은 밤 수원에서 세종으로 돌아와야 했던 일이 있었다. 지인과의 만남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갑작스럽게 숙소를 구하기도 어려워 결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장거리 택시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올라탔지만, 기사님과 나눈 대화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택시 호출 플랫폼의 구조에 관한 것이었다. 기사님은 콜을 받을 때 손님의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없다고 했다. 즉,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호출을 수락해야 하며, 거절하면 페널티가 주어져 이후 콜 배정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사님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운전하신 상태였고, 장거리 운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중간중간 졸음을 겨우 이겨내시는 모습에, 나는 내심 조마조마했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 시스템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다.

우리는 지금 '플랫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택시 호출뿐 아니라, 음식 주문, 금융, 통신, 심지어 교육과 의료까지 플랫폼이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처럼 플랫폼이 일단 자리를 잡으면 다른 선택지는 점차 사라지고, 그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든 생산자든 점점 더 시스템에 종속되고,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은 줄어든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더해지며,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인간의 역할은 더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은 점점 더 거대해지지만, 개인은 더욱 작고 약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이 '창의력'에 있다고 믿는다. 택시에서 경험한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할 아이디어, 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을 나만의 역량, 모두 창의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창의력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개인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힘이다.

수년간 경영금융계열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해오며, 이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과거의 교육이 지식의 암기와 시험 점수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그 틀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생각과 개성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그래야 학생들이 단지 '취업'이나 '진학'을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수업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토론 수업과 협동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방향을 함께 찾아간다. 단순히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수업 속 경험들은 학생들에게 사고의 확장을 선물하고, 자기표현과 소통의 역량까지 함께 키워준다.

교육자는 언제나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거대하고 복잡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진학과 취업이라는 두 날개를 모두 단단히 키워 주는 교육, 그 중심에는 '창의적 인간'을 기르려는 교육자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바뀌지만,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플랫폼과 AI가 세상의 표준을 바꾸어 놓더라도, 우리 교실 안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선희복 세종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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