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지역 축제와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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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지역 축제와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화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5-08-25 10:34
  • 신문게재 2025-08-26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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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교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에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학회가 열리는 애버딘 대학은 1495년에 설립되어 벌써 53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조선시대 성종/연산군 승계 시점이니 스코틀랜드 고등교육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20만 명 규모의 조그만 도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에버딘 대학은 킹스 칼리지로 시작하였고, 오랜 역사와 함께 그 시설과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것처럼, 한때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영국 제국의 잔영을 볼 수 있고, 북해 유전의 개발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이 도시와 대학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최대 도시는 에든버러인데, 지난 2년 동안 대전 영시 축제를 개최하면서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벤치 마킹했다는 대전시의 주장으로 우리에게 조금 익숙해진 곳이다. 하지만 이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상황도 확인하지 않고 그 명성만 빌리려는 천박한 시도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란 말은 자주 사용되지만 영시 축제처럼 며칠간의 기간이나 장소가 한정된 하나의 페스티벌이나 이벤트는 전혀 아니다. 서로 다른 수많은 독립적 조직들이 4월부터 10월까지 에든버러의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 TV, 예술, 도서 등과 관련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클래식 음악, 오페라, 발레, 시각 예술 등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코미디 등 각종 공연 예술을 중심으로 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가 있다. 둘 다 1947년에 시작되었는데 프린지의 경우 2024년 300여 개의 공연장에서 5만여 차례의 공연이 이루어지면서 260만여 장의 유료 입장권이 팔려서 그 규모와 참여자가 엄청나게 크다. 대전 영시 축제와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서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한 편의 엉터리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애버딘 대학에서 열린 이번 학회는 한국, 중국, 일본 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몇 년 만에 한 번씩 모여 영어를 공통의 매개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학술 교류의 모임이다. 세계 각지에서 300여 명의 학자가 참석했는데, 예년과 달리 중국에서 정말 많은 숫자의 연구자들이 직접 참석했다. 중국고고학의 새로운 조사 성과도 놀랍지만 이런 국제 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중국 정부와 대학의 정책이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학계의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도약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상당한 숫자의 연구자, 교수, 대학원생들이 이번 학회에 참석해 한국 학계의 높은 위상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한국고고학과 관련된 주제의 3개의 세션과 발표된 30여 편의 논문은 일본의 경우보다 훨씬 많아서 일본 학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과 형식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발표에 참석한 해외 학자들은 세계적 수준의 발굴 기술과 분석 방법,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연구와 해석 결과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 고대 사회의 다양한 양상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문화유산이라는 구체적 자료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회에서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 인기를 끄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한국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소재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대전의 지역 축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는 모방이나 기존 축제의 천편일률적 답습이 아니라 대전의 다양한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대전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찾는 데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다./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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