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다시 뜨겁게, 반려 단어 '퇴직'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다시 뜨겁게, 반려 단어 '퇴직'

이지현 창기초 교감

  • 승인 2026-02-13 11:21
  • 신문게재 2026-02-13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213_태안_창기초 교감 이지현
태안 창기초 교감 이지현
친구의 명예퇴직 신청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의아함이었다. 주변에서 내 또래 교원의 명예퇴직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아직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고 퇴직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퇴직'은 머릿속에서 자고 깨고를 반복하며 반려 세포처럼 희망이자 걱정이고 현재이자 미래인 낱말이다.

교직원뿐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모두, 경력이 짧건 길건 직장 생활과 관련이 있건 없건 간에, 퇴직을 생각하거나 준비한 경험이 있을 테니까.

요즘 직장인의 공통 이슈인 재테크 투자 방법이나 워라벨 찾기, 관리직 승진을 꺼리는 이야기들까지 미래의 경제적 부와 함께 정년보다 이른 퇴직 고민은 학교에서도 익숙한 주제가 됐다.

젊은 시절 퇴직을 고민했던 것은 학교와 관련되기보다는 내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어딜 가든 이 정도 업무에 오해와 갈등 없는 곳이 있겠는가 생각하며 헤쳐 갔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감하며 보람을 느꼈고 주변으로부터 칭찬과 격려도 많이 받았지만 내 적성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대로 교직을 이어갈 것인가라는 고민은 계속됐다.

적성 찾기와 퇴직에 대한 내 고민이 10년째, 20년째 흘러가던 어느 순간 승진후보자에 가까워지면서 오랜 탐색에도 찾지 못한 내 적성이나 잘하는 것, 간절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근사치 답도 찾지 못한 채 그 고민은 옅어졌고 어느새 학교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나이 들었고 교감이라는 새로운 직위에서 일하고 있다.

며칠 전, 승진 후 우연히 만난 선배 선생님으로부터 '해볼 만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들었다. 불현듯 교사 시절, '할 만하니?'라는 외할머니의 격려가 떠올랐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며 공들여 가르쳐도 늦게 트이는 아이가 있어 헛심 빠지지 않을까, 속 썩이는 학생이 있어 속이 문드러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사랑이 담긴 안쓰러움이었다.

이제 교감이라는 일에 선생님으로부터 '해볼 만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니 나도 우리 선생님들에게 '할 만하세요?'라고 격려와 위로가 담긴 안부를 묻고 싶다.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퇴근 후 사적인 자리에서도 학생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가 되는 선생님들이지만 찾아오는 제자들이 고맙고 반가우면서도 다그쳤던 일, 잘해 주지 못한 일에 우선 미안하고 부끄러운 것은 모든 교사의 숙명인 듯하다.

돌이켜보면 어리석게도 교사 때는 내 교육 방식이 옳다는 과신과 욕심으로 학생을 대했고, 교감이 돼서는 허황되게도 좀 더 열정을 갖기를 바라며 선생님들을 대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데 이 글을 쓰며 기억을 꺼내어 되짚으니, 학생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 지나친 욕심을 부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상처를 낸 것이 아닌가 싶어 후회되는 일들이 제법 떠오른다. 신규 교사 때 함께 근무했던 선배 선생님들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임이 있다.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퇴임하신 지 20년 가까이 되시는데 지금도 가끔 그때 학생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 더 잘해 주었을 것을, 지금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퇴직 선배님께 퇴직 전, 후회의 무게가 가볍도록 현직에서 마무리할 일을 듣는다.

퇴직을 앞둔 교직원을 위한 여러 연수 안내를 보면 10년 전부터 퇴직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퇴직 후의 삶도 준비하고 남은 교직 생활의 아쉬움을 줄이기 위한 앞으로 남은 시간에 나는 얼마나 뜨거워질 수 있을까?

학생이 있기에 우리가 학교에 있는 것이니 아무래도 학생 편에 있어야겠는데 그러려면 동료들에게 계속 기대하고 욕심을 낼 수 있으니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헤아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나를 위한 퇴직 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2.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5.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1. 기계연 공기정화 자동차는 연비저감 1% 어떻게?…별도의 송풍장치 없어 가능
  2. 홍인숙 시인, 세 번재 시집 '너없는 이곳에 꽃은 여전하고' 출간
  3.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4. 출범 100일 앞둔 '조상호 세종시정부', 재정난 뚫고 도약 주목
  5. 2027 수능 앞두고 과목별 유불리 커져…9월 모평

헤드라인 뉴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및 지출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지방재정 축소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이 미래대응기금 내 지방 배분 비중 확대와 지방의 자율적 재정운용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여당에 공식 건의했다.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은 2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및 지방교부세 개편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해 지방재정 안정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수현 지사는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공지능(AI)·첨단산업 전환 등 대격변기에 추가 세수를 미래성장동력..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전국 최초의 내륙권 국립해양과학관이 29일 청주시 청원구에 문을 열면서, 새로운 명소 탄생을 노크하고 있다. 이날 중도일보 기자가 개관 현장을 가본 결과, 머릿 속으로 그린 것 이상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날 함께한 다수의 인사들과 방문객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고, 이후 가족들과 재방문을 예고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은 2011년부터 장기간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9년 본궤도에 올랐고, 그동안 총사업비 983억 원 투입으로 이날 개관했다. 시설은 연면적 1만 4980 ㎡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지사의 신고 재산은 28억 원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 대상은 6·3 지방선거 당선자 가운데 새롭게 재산등록 의무가 발생한 신규 선출직 공직자로, 초선 여부와 관계없이 재선 등으로 기존 재산등록 의무가 계속되는 당선자는 이번 수시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6·3 지방선거 신규 선출직 공직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은 5억 4539만 1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허 시장은 배우자 명의 대전 유성구 노은동 아파트 1채 4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