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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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 승인 2026-03-29 17:30
  • 수정 2026-04-23 14:11
  • 신문게재 2026-03-30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범정11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목숨을 잃고 6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전공업'이라는 사명(社名)이 무색하게, 전혀 안전하지 않은 현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먼저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현재 대전고용노동청과 경찰청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으로는 공장 내부에 축적된 절삭유 기름때와 집진설비 배관 내 슬러지·유분이 지목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근 건물에는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는 나트륨 101kg이 보관되어 있어 소방당국은 이를 이동시킨 후에야 본격적인 진화에 나설 수 있었다. 작은 방치가 어떻게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인명피해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불법증축이었다. 화재 건물 2층은 불법 개조를 통해 2.5층 구조의 복층 공간을 만들어 헬스장과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도면에도 없는 불법건축물이었다. 이 공간에는 대피시설도 없었고 측면을 제외한 창문조차 없었다. 화재 발생 시점이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다수의 근로자가 이 휴게공간에 머물고 있었고, 연기가 계단 등 주요 피난로를 차단하면서 신속한 대피가 불가능했다. 14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이 참사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증언에 따르면 이전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회사 안전관리자가 불법증축 문제를 수차례 문제제기했음에도 사측이 이를 묵살하자 결국 퇴사했다고 한다. 안전관리자의 경고를 회사가 받아들였더라면, 불법증축물을 사전에 철거했더라면, 이 대형참사는 분명 피할 수 있었다.

이번 참사는 산업현장의 안전예방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산업안전보건법과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사고성 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은 0.39로 OECD 평균 0.29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전지방노동청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사고성 사망자가 14건에 달했으며, 그중 떨어짐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에서 6건이 발생했다. 법이 있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참사의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2013년부터 의무화된 위험성평가가 그 핵심이다. 위험성평가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위험성 수준을 결정하여 이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쉽게 말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사(勞使)가 함께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실시할 경우 재래형 재해를 60% 이상 낮출 수 있다. 만약 안전공업에서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불법증축 공간의 대피 불가 위험은 이미 식별되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을 경영책임자의 법적 의무로 명시하고 있으며, 위험성평가 절차를 이행한 경우 이를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경영의 기본이다. 회사의 이익만을 좇다가 안전관리자의 경고를 묵살한 이번 사건의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엄중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참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그것을 막으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반복은 멈춘다.

이번 문평동 화재는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우리는 과연 위험을 알고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지금 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형식적인 점검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 보고서가 아닌 실행,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대한 진지한 경청이 필요하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면, 안전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현장의 예방조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달라져야 한다.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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