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중동전쟁과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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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중동전쟁과 사재기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3-30 11:23
  • 신문게재 2026-03-3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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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유와 납사(Naphtha) 공급 차질 우려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치솟는 데, 비싼 값을 주고도 원유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민들의 일상에도 불안감이 번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원유 대부분이 분쟁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의 실체를 냉정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혼란의 실체가 당장 물자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조만간 부족해질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인 공포가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납사는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다. 비닐, 플라스틱, 섬유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의 원료이기에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곧바로 경제와 생활 물가에 커다란 파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원료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편의점과 마트에는 봉투를 미리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1명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유소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발표하자마자, 가격 인상이 적용되기 전에 기름을 가득 채우려는 차들이 밤늦게까지 줄을 잇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같은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2020년 초 코로나19 초기 당시 마스크 사태와 2021년 말 요소수 대란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물론 다들 그렇겠지만, 지금 우리집에도 그 당시 값비싸게 사두었던 마스크들이 박스째로 쌓여있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두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주유소 사업자나 일반 소비자나 모두 위기에 대비하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행동이어서다. 문제는 이런 합리적인 행동들이 집단적으로 발생할 때다. 모두가 한꺼번에 시장으로 달려가면 멀쩡하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고,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치솟게 된다. 결국 사재기는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부추기게 된다.

사실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생각보다 탄탄하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24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고,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내유가도 일정 부분 안정시켰다. 원유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것도 아니고, 국내 원유 비축량도 단기간에 바닥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또, 만약 납사 수급 차질로 종량제 봉투 생산이 중단된다고 해도 해결책은 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일반 봉투 쓰레기 배출을 허용해주면 그만이다.

결국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서로의 신뢰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를 믿고, 함께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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