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가현이 실현한 고향납세와 사회연대경제의 결합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사가현이 실현한 고향납세와 사회연대경제의 결합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6-04-12 16:48
  • 신문게재 2026-04-13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환
고두환 대표
고향사랑기부제는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단순한 기부 제도를 넘어 지역문제 해결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4년 만에 소아과를 개설한 전남 영암, 유기견 분양센터를 통해 지역 명소를 만든 광주 동구 등 세금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시민의 기부로 가능해졌다.

그러나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작년에 243개 지자체가 모금한 금액은 1,515억 원 수준이다. 지금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사업의 설계와 집행을 담당하고, 기부자는 답례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에 머문다. 기부는 참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에 가깝다. 이 구조를 지자체 단독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243개 지역 각각의 문제를 세밀하게 설계하고 집행할 재정과 인력이 부족하다.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인기 품목과 일부 지자체만 수혜를 입고, 정작 자주 재정이 절실한 지역은 소외된다. 정부의 한계와 시장의 실패가 동시에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방향을 다시 봐야 한다. 기부는 참여로, 참여는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시민이 정책 형성 과정에 연결되고, 정책 집행에도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도 시장도 단독으로 풀지 못하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제3의 경로가 있다. 사회연대경제다.

현 정부는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공익과 실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 생태계를 정책 기조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는 이미 문제를 발견하고 실행할 주체들이 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 조직과 같은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다. 이들은 지역의 필요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다. 공익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 수익성이 아닌 공익성을 기준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와 기부자를 연결하고, 기부금의 쓰임을 투명하게 환류하며, 지역 변화의 성과를 기부자와 공유할 수 있다. 경제 논리로만 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이 비효율이 신뢰를 만들고 재기부를 이끌며 제도의 공익적 가치를 지탱한다.

하지만 현재 제도 안에서 이들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답례품 중심 구조에서는 공익적 활동이 드러나기 어렵다. 기부는 지자체 설계 사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구조로 확장되지 않는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사가현은 지정기부단체 제도를 운영한다. 지역의 사회적기업, 비영리 단체 및 주민자치회가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모금한다. 기부자는 답례품이 아니라 문제 해결 활동을 선택한다. 이 구조에서 지역 조직은 실행 주체가 되고, 기부자는 정책 참여자가 된다. 고향납세는 재정 수단을 넘어 시민참여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이 같은 전환이 필요하다. 지정기부를 제도의 핵심 축으로 확대하고,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로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는 답례품 선택자에서 지역 문제의 공동 해결자로 바뀐다. 세금 납부와 선거 외에 시민이 지역 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통로가 열린다. 이것은 위에서 내려주는 복지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참여하고 선택한 결과로 지역이 바뀌는 경험이다. 참여민주주의의 실험이자, 보편적 시민과 연대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정책 모델이 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미래는 참여 구조에 있다.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1조 원 시대를 맞더라도 기부자의 역할이 기부에 한정되고 답례품 경쟁으로 고착되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공공이 제도 신뢰를 만들고, 공익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회적 주체가 현장을 맡으며, 시민이 정책의 설계자로 참여하는 구조, 지역을 바꾸는 것은 돈이 아니라 구조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사회연대경제의 실험장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경문 감독, 한화와 작별… “최강한화 함성 영원히 못 잊어”
  2.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3. 대전 하나 전북을 18년만에 잡아내다! 득점 순간 대전 S석 표정(영상)
  4. 한화 허인서, 생애 첫 풀타임에 20홈런… 신인왕 정조준
  5. 지금은 '축제 시즌'… 국내 축제, 세계 무대로 날아오른다
  1. 가을 정취 물든 '국립수목원 3종 세트'… 어디로 가볼까
  2. 천안문화재단, 10월 한뼘 갤러리 공간지원사업 전시 개최
  3. 천안시, 가을철 진드기 매개 감염병 주의…예방수칙 준수 당부
  4. 아산시의회, '탄소중립특별위원회' 활동 돌입
  5. 아산시, 항공사진-드론영상으로 최신 공간정보 구축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티즌 김봉수, “A대표팀서 성장통 경험, 상위 스플릿·아챔...

대전시티즌 김봉수, “A대표팀서 성장통 경험, 상위 스플릿·아챔...

"대표팀은 늘 갈망하던 자리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부족함도 깊이 체감했습니다"대전하나시티즌의 핵심 미드필더 김봉수가 국가대표팀 소집을 마치고 돌아온 소회와 함께 소속팀의 상위 스플릿 진출을 향한 강한 집념을 내비쳤다.대전은 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치열한 혈투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 출전해 중원을 든든히 지킨 김봉수는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태며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경기 후 만난 김봉수는 "상위 스플릿 진출을 위해 정말 중요했던 경기였는데,..

지금은 `축제 시즌`… 국내 축제, 세계 무대로 날아오른다
지금은 '축제 시즌'… 국내 축제, 세계 무대로 날아오른다

바야흐로 축제의 시즌이다. 이번 연휴 기간만 해도 전국 어디를 가도 축제의 현장을 만나볼 수 있는 정도다. '담양 국가유산야행, 양평 부추축제, 몽탄 코스모스축제, 대전 아트페스티벌, 독일마을 맥주축제, 세종 한글축제, 공주·부여 백제문화제, 생거진천 문화축제, 군산 짬뽕페스티벌, 서산 해미읍성축제, 정선 탄광문화축제, 임실N치즈축제, 울산 공업축제, 나주 영산강축제,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횡성 한우축제, 수원 화성문화제, 인천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산청 한방약초축제, 서울 라이트 한강 빛섬축제, 파주페어 북앤컬처, 금산 세계 인..

김경문 감독, 한화와 작별… “최강한화 함성 영원히 못 잊어”
김경문 감독, 한화와 작별… “최강한화 함성 영원히 못 잊어”

지난해 한화를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우승을 향한 기대 속에 출발한 올 시즌이 정규리그 9위라는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김 감독과 한화의 동행도 막을 내리게 됐다. 김경문 한화이글스 감독은 1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며 사실상 감독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