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순종이 마중물이 되어 한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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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순종이 마중물이 되어 한 가족으로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6-05-11 10:25
  • 신문게재 2026-05-12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세상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같지만 삶의 방향과 결말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바로 아나니아입니다. 세 사람 모두 사도행전에 등장하지만 그들의 삶은 놀랄 만큼 다른 길로 흘러갑니다.

먼저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아나니아입니다. 그는 초대교회의 성도였습니다. 당시 교회에는 놀라운 나눔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성도들이 자신의 밭과 집을 팔아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공동체였습니다. 아나니아도 땅을 팔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헌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계산이 있었습니다. 헌신의 칭찬은 받고 싶었지만 모든 것을 드리기에는 아까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일부를 남기고 전부를 드린 것처럼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은 속일 수 없습니다. 베드로는 "사람에게 거짓말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로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그는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신앙의 공동체 안에 있어도 마음이 하나님께 정직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겉모습의 신앙은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아나니아는 사도행전 23장과 24장에 등장하는 대제사장 아나니아입니다. 그는 종교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권력을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복음을 전하던 바울을 핍박하고 진리를 막는 데 사용했습니다. 겉으로는 신앙 지도자였지만 실제로는 복음을 대적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의 아나니아가 등장합니다. 그는 다메섹에 살던 평범한 제자였습니다. 그의 이름도 아나니아였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환상 가운데 그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명령을 하십니다. 사울에게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아나니아의 마음이 얼어붙었을 것입니다. 사울은 교회를 핍박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잡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나니아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주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가 들었습니다." 두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가라. 그는 내가 택한 그릇이다." 두려움 속에서도 아나니아는 순종함으로 사울이 머물던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놀라운 말을 합니다. "형제 사울아." 얼마 전까지 교회를 무너뜨리던 사람을 '형제'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 순간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고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습니다. 훗날 그는 사도 바울이 되어 세계 선교의 길을 열게 됩니다. 바울이라는 위대한 사도의 이야기 뒤에는 한 사람의 순종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나니아입니다.

옛날 시골 펌프에는 '마중물'이 필요했습니다. 펌프 속에 물이 바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한 바가지의 물을 붓는 것입니다. 그러면 깊은 땅속의 물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작은 물 한 바가지가 큰물을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아나니아의 순종이 바로 그런 마중물이었습니다. 그의 작은 순종이 바울이라는 거대한 하나님의 역사를 끌어올렸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거창한 사람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평범한 사람의 작은 순종을 통해 놀라운 일을 이루십니다. 그리고 그 순종은 누군가의 인생을 다시 보게 만드는 마중물이 됩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조용히 우리를 부르고 계실지 모릅니다. "가라." 그 한마디 말씀 앞에서 머뭇거릴 때도 있습니다. 두려움도 있고 계산도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길은 언제나 순종에서 열립니다.

우리가 한 걸음 순종하면 하나님은 그 한 걸음을 사용하십니다. 우리가 한 사람을 품으면 하나님은 그 한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역사를 이루십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늘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름 없는 한 사람의 순종에서, 조용한 믿음의 발걸음에서,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따뜻한 한마디에서 말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첫 줄에 우리의 이름이 기록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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