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말, 마음을 담는 가장 깊은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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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말, 마음을 담는 가장 깊은 그릇

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 승인 2026-05-14 16:52
  • 신문게재 2026-05-15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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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자 생각과 뜻을 전하는 가장 일상적인 수단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깊이이며, 그가 걸어온 삶의 결을 드러내는 표지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따뜻한 격려 한마디는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만, 반대로 무심히 던진 한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앙금으로 남는다. 조직에서 리더의 말은 구성원을 살리기도, 꺾기도 하며, 부모의 말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거나 위축시킨다. 말은 흩어지는 듯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의 소양과 사유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말의 속도와 어조, 단어의 선택에는 그의 태도와 세계관이 배어 있다. 진심이 담긴 말, 포용적인 말, 듣는 이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말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언어는 점점 거칠어지고, 사회의 공기 또한 차가워졌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듣고 있는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 중간에 해석하고,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채 듣고 있지는 않은가. 그 결과 오해는 쌓이고 감정의 골은 깊어지며, 대화는 점점 독백에 가까워진다. 말은 오가지만 소통은 깊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말하지만 마음을 건네는 과정은 빠져 있다. 상대의 말 속에 담긴 의미와 감정의 결을 잘 읽어내지 못하니 공감은 사라지고 주장만 남는다. 특히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SNS 문화는 깊이 있는 경청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긴 글을 읽고 사유하는 습관이 멀어질수록 문해력은 약해지고, 우리는 말의 겉모양만 소비한 채 그 속뜻을 헤아리는 힘을 잃어간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말하고 싶다. 더 빨리 말하기보다 더 정확히 이해하고 말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태도, 즉각 반응하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와 숙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독서가 있다.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는 훈련이며, 내가 보지 못하고 가지 못한 길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이며 다른 삶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다. 그래서 그것은 경청의 연장이자 깊이 있는 말의 토양이 된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만큼 생각한다"는 말처럼, 언어의 깊이는 사고의 깊이로 이어진다. 말이 거칠어지면 생각도 거칠어지고 행동이 격해지며 사회의 품격도 낮아진다. 반대로 말이 따뜻해지면 관계가 살아나고 공동체는 다시 숨을 쉰다. 결국 말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속도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다. 진정한 소통은 거창한 수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이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품격과 사회의 온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생각이 삶 속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먼저 인사하기", "감사합니다 한마디 더 건네기", "온라인에서 선플 달기",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공감으로 답하기", "남의 말을 좋게 전하는 습관"과 같은 작은 실천이 그것이다. 하루 한 번의 따뜻한 말이 쌓이면 자신의 행복은 물론 사회와 도시의 공기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개인을 넘어 학교와 직장, 공공기관과 지역사회로 확산된다면, 우리 대전은 '사람의 온도가 따뜻한 도시', '말의 품격이 살아 있는 도시, 나아가 누구나 찾고싶고 살고싶은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겁고 차가워진 시대일수록 더 깊고 따듯하고 포용적인 말이 필요하다. 사람을 살리고 마음을 이어주는 말, 그 시작은 언제나 우리의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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