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신문] 보람찬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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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노인신문] 보람찬 일자리

  • 승인 2026-05-21 16:41
  • 신문게재 2026-05-22 10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강충구 명예기자
강충구 명예기자
대만에서 '미래의 노후'라는 주제로 웹 영화가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샀다고 한다. 영화 속 줄거리는 산속에서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네 명의 자식들은 모두 장성해서 교수가 됐거나 사업을 하고 있고 노인만 자식들이 모두 떠난 산골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손자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정성껏 음식들을 준비했는데 사정이 생겨 못 온다는 전화를 받는다. 준비된 음식을 어쩌나 걱정하는데 창밖의 하늘마저 우중충해지고 노인은 친구들을 불러 하께 식사할 생각으로 낡은 수첩을 뒤적거려 보지만 함께 식사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한다. 마침내 창밖에는 비가내리고 결국 노인은 식탁에 앉아 가득 차린 음식을 홀로 먹는다. 마지막 장면 위로 '인생 마지막10년을 함께할 친구가 있습니까?'라는 자막이 흐른다.

대만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우뤄휘안'의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를 읽으며 미래 나의 자화상(自畵像)은 어떤 모습이 될지 잠시 명상에 잠겼다.

초 고령화시대인 백세시대에 돌입한 이때 60대는 노인 후보생, 70대는 초노(初老), 80대는 중노인(中老人), 90대는 망백(望百)의 황혼(黃昏)길로 접어들고 이후부터는 누구나 순서 없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인생살이다.

젊은이들에게 눈치거리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나이 탓 하지 말고 의례 심을 버리고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서하고,지역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신노인상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내 나이 올해 90이지만 노인일자리'스쿨존 아동지킴이'를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나이에 무슨 일자리를 하느냐고 말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몸을 움직이고 무엇을 한다는 의지를 가질 때 건강을 지키는 장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내 전직(前職)이 선생이어서 인지 모르지만 횡단보도에서 귀여운 새싹들의 통행을 도와주면서 그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

어느 날 근무도중 핸드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학생에게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나는 들고 있던 안전 깃발로 학생을 감싸 위험을 피한 일이 있었다.함께 따라왔던 학부모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황당한 상항에 당황하며 감사하다는 말만 수없이 토해낸다.

어린 학생들은 신호가 바뀌지 않아도 어른들이 무단횡단하면 무조건 따라가고,핸드폰을 보거나,친구들과 장난을 치면서 통행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나의 작은 노력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에 보람을 느끼며 또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생 80살까지 살면 90점이고, 90살이면 100점이라는 통계를 보며 나는 90살을 살았으니 100점짜리 인생이라고 새삼 확인하면서 오늘도 내게 주어진'보람찬 일자리'를 숙명(宿命)처럼 느끼면서 오늘을 인생의 첫날처럼 그리고 마지막 날처럼 즐기며 황혼(黃昏)길 인생의 여정(旅程)을 걸어갈 것이다.
강충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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