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여는 열쇠, 후보자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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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여는 열쇠, 후보자 토론회

대전광역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이재현

  • 승인 2026-05-25 16:48
  • 신문게재 2026-05-26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이재현 위원
이재현 위원
과거 우리 선거사는 지연과 혈연, 특정 정당의 깃발만 쫓는 '묻지마 투표'의 그림자가 짙었다. 하지만 1997년 제15대 대선을 기점으로 후보자 토론회가 의무화되면서 우리 선거 문화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책보다는 후보 비방과 자극적인 언사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문 앞에서 우리는 과연 올바른 열쇠를 쥐고 있는가? 이에 후보자 토론회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여는 열쇠로서 지닌 가치와 정책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후보자 토론회는 후보자의 역량과 철학을 검증하는 현대판 경연(經筵)으로 '변별의 열쇠'다. 토론을 통해 정책을 완성하는 경연으로 유명한 세종대왕은 비판을 대하는 공직자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신은 비판을 논리로 정면 돌파해야 하는 토론회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1997년 첫 대선 토론회는 IMF 외환위기라는 난제 속에서 후보자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다. 조상들이 인재를 뽑을 때 중시한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기준처럼, 토론회는 후보자의 말(言)과 판단력(判)을 가늠하는 가장 객관적인 무대다.

둘째, 후보자 토론회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정책 선거의 문을 여는 '검증의 열쇠'다. 후보자의 공약이 표심용 '빌 공(空)' 자 공약인지 진실한 약속인지는 토론의 격돌 속에서 드러난다. 1960년 미국 케네디와 닉슨의 첫 TV 토론은 안방 중계를 통한 현대적 정책 검증의 효시다. 비록 이미지 정치의 서막을 열었으나, 오히려 그 이미지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정책적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는 실사구시적 교훈을 남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역 사회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나 미래 전략 산업 유치 등 산재한 현안은 치밀한 재원 계획이 필수적이다. 후보자들이 서로의 공약을 매섭게 파고드는 과정은 정책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완성해가는 치열한 담금질의 시간이다.

셋째, 후보자 토론회는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실현하는 '소통과 합의의 열쇠'다. 공론장(Public Sphere)을 강조한 위르겐 하버마스는 이성적 주체들이 토론하며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의사소통 행위를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보았다. 일찍이 서재필 박사는 독립신문을 통해 백성이 국정을 알고 참여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민권 의식을 강조하며 한국 역사상 첫 민중 토론회인 '만민공동회'를 이끌었다. 유권자가 토론회라는 열쇠로 정치를 이해할 때 갈등은 민주적으로 해결된다. 따라서 후보자가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민주적 숙의의 가치를 부정하는 오만한 태도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대개 포퓰리즘과 흑색선전에서 기인한다. 이를 바로잡는 해법은 사실에 근거해서 최선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토론회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검증하는 무대여야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꼼꼼히 가늠하는 것은, 주권자인 유권자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행사해야 할 가장 강력한 권리이자 책무다.

토론회를 향한 유권자의 세심한 시선은 후보자들이 정책을 치밀하게 준비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 토론회라는 열쇠로 우리 지역의 내일을 맡길 진정한 일꾼의 진면목을 확인해주길 소망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유권자가 쥔 열쇠의 정교함에서 결정되며, 오직 정책 중심의 투표만이 지역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가장 확실한 열쇠, 후보자 토론회는 유권자의 세심한 시선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전광역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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