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전시는 꿀잼도시가 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대전시는 꿀잼도시가 될 수 있을까?

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6-08-10 14:39
  • 신문게재 2026-08-11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6062901001876000078901
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
석 달 전, 대전에서의 1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아내의 고향 근처인 수원시 광교로 이사를 왔다. 1990년 결혼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광교는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차고 활력이 넘치는 신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반면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도시, 대전의 2016년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성장이 멈춘 듯 활력이 없어 보였다. 당시 대전은 인구가 2013년 15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었으며, 과학도시로서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끼리 자조적으로 말하던 '노잼도시'라는 용어가 대전의 이미지로 굳어질까 전전긍긍하던 분위기였다.

다행히 그 후 대전은 본래 바라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 갔다. 2026년 5월 말 기준 대전 지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75조 원으로 5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대전은 더 이상 노잼도시'가 아니었다. 최근 대전 지역의 연휴 기간 숙소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하는 등 대전 여행객 증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아시아 최고 가성비 여행지' 순위에서 대전은 합리적인 숙박비와 만족도로 아시아 전체 9위에 올랐다. 이러한 변화에는 누가 뭐래도 성심당과 빵지순례의 공이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전의 이러한 변화에는 성심당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과 관계 기관, 대전시 등 많은 사람의 노고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대전시의 '0시 축제'가 폐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 시작하는 민선 9기 대전시가 재정 부족을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어쨌든 많은 시민과 기관들이 대전시의 취지에 공감해 지원하고 참여하여 3년을 이어온 축제이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폐지된다면 다음부터는 대전시가 어떤 행사를 기획해도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광역이나 기초지자체 할 것 없이 지역마다 고만고만한 축제가 지나치게 많이 열려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전통을 바탕으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경제, 문화, 공동체를 연결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를 발굴·기획하고, 전통으로 만들어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고,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에 멋진 축제를 기획해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짧은 임기 동안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하게 되고, 지자체장이 바뀌면 매의 눈으로 살펴보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대전은 다른 광역시와는 달리 과학도시라는 정체성을 반영한 지역 고유의 축제(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세계과학문화포럼, 대한민국과학축제)를 30여 년 동안 개최해 온 전통이 있다. 이 밖에도 대전국제와인EXPO와 효문화뿌리축제도 15년을 넘게 이어왔다. 이왕에 '0시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면 단순히 이를 대신하는 비슷한 축제 기획은 지양했으면 한다. 차제에 시간을 갖고 시민과 각계각층의 대표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대전 지역의 고유성을 강화하고, 공동체 형성, 도시 브랜드 구축 차원에서 어떤 축제를 어떻게 개최하는 것이 좋은지 철학부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는 대표 축제를 없애고, 시는 구도심과 대덕특구를 연결하는 교통망과 주차장 확충 등 인프라 구축과 도시 환경 조성에 전념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각 커뮤니티가 발굴·운영하는 축제들을 평가하여 규모와 목적, 성과에 맞게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대전시가 전국의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가 되고, 대전 전역에서 일 년 내 축제가 열릴 수 있도록 사람에 투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심당 덕분에 노잼도시의 오명은 벗었지만, '대전에 가면 성심당도 있고, OOO도 있고, XXX도 있고…'가 줄줄 나오는 꿀잼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천시장기 파크 골프대회 개막식서 항의 소동… 시장 축사 중단
  2. 류수열 "대전국제와인 EXPO,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3. 천안시 노사민정협의회·한국노총 천안지역지부, 지역사회 나눔에 한 뜻
  4. 천안시 서북구,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인식개선 캠페인 나서
  5. 하이트진로㈜ 천안지점, 천안지역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1. 나눔명문기업 드림낚시, 충남·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식품 등 나눔
  2.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평생학습 작품 전시회 운영
  3. [공주다문화] 새우젓, 김장김치에 빠질 수 없는 감칠맛 최고봉
  4. [주말사건사고] 대전 아스콘 공장 화재, 합동감식 예정…태안·천안서도 잇따라 불
  5. <속보>계룡산성 출토 명문기와, 대전 상대동유적 제작 가능성

헤드라인 뉴스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와 행정의 중추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추진된 세종 행정수도 건설. 그러나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멈춰 섰고, 20여 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11일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가 예정되면서다. 시간은 많지 않다. 향후 예상되는 정치적 여건과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기관 이전 정책 등 상황에 비춰볼 때, 특별법 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골든타임'을 맞이한 상황이다. 특히 헌법이 정한 정기국회 시한이 불..

<속보>계룡산성 출토 명문기와, 대전 상대동유적 제작 가능성
<속보>계룡산성 출토 명문기와, 대전 상대동유적 제작 가능성

계룡산성에서 발견되는 기와가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대전 유성구 상대동 유적에서 제조돼 공급되었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김기민 부경문물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립공원공단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와 국립공주박물관이 함께 지난 4일 개최한 '계룡산 학술발표회'에서 계룡산성에서 출토된 기와와 수막새 등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계룡산성에서는 현재까지 글자가 적힌 103점의 명문기와가 수집되었고, 토기 외면에 포목이나 직물 등을 대고 두드려 문양을 낸 타날문양 기와가 대다수인데 타날문양의 종류는 46개 형식에 이른다. 수집된 기와 대부분 파..

[수능 D-10] 국어·수학 변별력 유지 전망, 막판 시간 관리 중요
[수능 D-10] 국어·수학 변별력 유지 전망, 막판 시간 관리 중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어와 수학이 올해도 변별력 있게 출제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취약 영역을 점검하고 실전 시간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7학년도 수능 D-10 전략'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국어와 수학 모두 변별력 있는 출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어는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2023학년도를 제외한 4년간 어렵게 출제됐다. 수학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5년 연속 변별력 있는 출제 흐름을 이어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북적’ 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북적’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