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성인 양성의 사명… 메리 워드의 가르침 따릅니다

참 여성인 양성의 사명… 메리 워드의 가르침 따릅니다

메리 워드 역사상 최초 현대식 교육과정학교 세워 박기주 초대교장 양심교육 '무감독시험' 실시

  • 승인 2012-05-16 14:18
  • 신문게재 2012-05-17 14면
  •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
[사학(私學) 그 뿌리를 찾아가다]5.동정성모학원

대전성모여고 전경.
대전성모여고 전경.

#여성교육, 세상을 흔들다.

동정성모학원(이사장 정홍주 바울라 수녀)의 모태는 예수수도회(Congregatio Jesu)다. 예수수도회는 1609년 영국인 메리 워드(Mary Ward, 1585~1645년)가 창설한 성 이냐시오의 영성을 따르는 교황 직속의 국제 수도회다. 메리 워드는 여성의 교육 기회가 거의 없었던 그 당시, 이로 인한 어려움을 자각하고 특히 로마를 비롯해 유럽 여러 곳에서 교육 역사상 최초로 현대식 교육과정의 학교를 세웠다. 어린이들과 젊은 여성들에게 흔들림 없는 신앙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사회인이 되도록 여성 교육에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여자 활동수도회를 창설했다.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평민의 자녀를 포함해 여성을 위한 근대식 학교교육을 시작한 선구자가 바로 메리 워드다. 그의 관심은 늘 가난한 이들에게 있었다.

#예수수도회, 한국에 첫발을 내딛다.

예수수도회의 학교교육 활동은 1609년 당시 프랑스령(현재 벨기에) 생토메(St. Omer)에서 시작됐다.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영국, 인도, 칠레,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교육에 힘을 쏟았다. 한국에서는 1964년 5명의 한국 수녀들과 2명의 독일 수녀들에 의해 처음 시작됐으며, 1965년 학교 건물이 완공됐다.

이후 1966년 3월 대전성모국민학교와 대전성모여자중학교를 개교했다. 초대 교장에는 박기주(안눈시아따, 1934~2011년) 수녀가 취임했다. 독일 예수수도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한 한국 진출의 첫 열매였다. 그 당시 '동정성모회'로 불렸던 예수수도회 사도직이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12월 제2대 박기주 이사장 수녀의 선종 후에는 제3대 정홍주 바울라 수녀가 이사장에 취임했다.

대전성모여중 제1회 졸업생이 배출된 1969년, 대전성모여고가 설립됐다. 예수수도회가 설립한 252번째 학교다.

하지만, 1개 학년 4학급, 학급당 40명의 규모로 시작한 대전성모여중은 1979년 10회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당시 문교부령으로 1개 학년 8학급의 규모로 학교를 확장해야 했지만, 학교 규모의 확장은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돌보는 전인교육에도 역행하기 때문이었다.

▲ 김정례 교장수녀가 교정에 있는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동정성모학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 김정례 교장수녀가 교정에 있는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동정성모학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무감독시험, 인성교육의 상징이 되다.

대전성모초교와 대전성모여고의 초대교장으로 취임했던 박기주 수녀(취임 당시 32세)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최연소 여성교장였다. 재임 18년 동안 그는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인성교육의 틀을 다지는데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양심교육의 상징은 무감독시험을 탄생시켰다. 박기주 교장은 정직을 배우고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교직원회의에서 무감독시험 구상을 발표했다. 교사 대부분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반대했다. 박 교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무감독시험에 대한 책임은 여러분이 져야 합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 무감독시험을 치를 것입니다. 여러분이 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 무감독시험은 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습니다.”

사흘 만에 학생들은 이렇게 답했다.

“영국의 이튼스쿨의 학생들이 할 수 있다면 저희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무감독시험을 원합니다.”

동정성모학원의 무감독시험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인성교육의 상징이 됐다.

성모여고 교장 김정례 수녀는 “서로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다.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여성 교육'이라는 메리 워드의 목표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교육실천이다. 양심교육을 통한 참다운 의미의 명예와 긍지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녀들의 헌신, 학교를 지탱하다.

동정성모학원은 수익용 재산이 없다. 수업료만 가지고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식으로 새로운 학교건물을 지을 때마다 예수수도회(이금희 관구장 수녀)는 교육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예수수도회 전체 230여명의 수녀들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각기 다른 사도직에서 활동하면서도 그들의 모든 지향은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 봉사하며 청소년을 위한 특별 봉헌의 삶을 살고 있다.

총 졸업생 5161명의 성모초(교장 양아가다 수녀)는 감사할 줄 알며 거짓 없고 자기를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어린이를 키우고 있다. 정의와 진리, 사랑을 위해 몸바칠 여성이라는 참된 여성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성모여고는 1만528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학생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덕성을 교육하고 있다.

#초ㆍ중ㆍ고 연계형 학교제도가 필요하다.

동정성모학원에 쏟아지는 학부모들의 요청 중의 하나가 바로 중학교를 설립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여건상 쉽지 않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나라에는 연계형 학교가 없다. 연계형 학교란, 말 그대로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이어지는 학교다. 초교 6년, 중 3년, 고교 3년 등 의도적으로 교육기간을 나누지 말자는 것이다.

외국에 있는 예수수도회 학교는 대부분 연계형 학교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전성장과정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김정례 교장수녀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초ㆍ중ㆍ고 연계형 학교들이 운영될 날을 고대한다. 그렇게 되면 12~15년간 한 학생의 개별적인 성장 속도에 맞게 전인교육을 하며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도록 교육을 할 수 있어 학교 부적응, 따돌림, 학교 폭력 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에 학력을 얹다.

학력과 인성을 분리해선 안 된다는 게 김정례 교장의 생각이다. 학력을 간과하면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란다.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대전성모여고의 변화는 여기서 시작됐다. 대전성모여고 2회 졸업생으로 1995년 성모초 교장에 이어 2009년 3월 성모여고 제6대 교장에 취임한 김정례 수녀는 제2의 도약기를 선포했다.

“바른 성품과 참된 지성이 조화를 이룬 현명한 실천인 육성”이라는 교육목표에 '성품과 역량', 두 가지에 중점을 두어 통합시키고자 한다. 물론, 동정성모학원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은 수도회 교육정신의 본질이며 오랜 역사 그 자체이므로 부족함이 없다. 김 수녀가 학력에 비중을 두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부터 수준별 교과교실제를 실행했다. 학생 수준에 맞게 가르치는 게 교육의 출발점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사랑을 꽃피우는 참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현대적인 디지털 도서관과 기숙형 생활관을 개관했다. 글로벌 리더반을 개설하고 국제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English Lounge'도 설치했다. 영어ㆍ수학 교과의 '+1' 체제 수준별 수업, 성모 삼품제, 교과목별 인증제,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창의 인성교육 등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무한 재능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설립된 동정성모학원은 멀게는 이미 1609년에, 가깝게는 1960년부터 계획되고 설계됐다. 가톨릭 재단으로, 청소년 교육을 통해 세상에 하느님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며 희망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법인 동정성모학원의 사명이다.

정홍주 이사장 수녀는 “새로운 시대의 요청을 따르되, 명문전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이어가며, 무엇보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쳐야 인성과 실력이 조화를 이루는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교사의 교육적 권리와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최대한 꽃피우고 봉사할 수 있는 참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교육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ㆍ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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