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도입 2년…노인은 왜 여전히 가난한가

기초연금 도입 2년…노인은 왜 여전히 가난한가

월 평균 소득 178만원대로 시행 전보다 18만원 올랐지만 근로·사업·재산소득은 제자리 빈곤율 47.4%OECD 평균 4배, 공적연금 강화 꾸준히 모색해야

  • 승인 2016-01-10 13:14
  • 신문게재 2016-01-11 11면
  • 문승현 기자문승현 기자
박모(69·여)씨는 월말이 되면 은행에 간다. 나라에서 부부에게 주는 기초연금 32만원이 나오는 날이다. 이 돈으로 자식들과 남편 앞으로 들어놓은 보험의 납입금과 전기·수도·가스 등 각종 공과금을 해결한다. 식비 등 먹고 사는 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통장에 32만원이 찍힌 그날 통장 잔고는 다시 0에 가까워진다. 평생 자영업을 하다 털썩 주저앉게 된 노부부의 유일한 수입원, 기초연금은 이렇게 맥없이 빠져나간다. 박씨는 “돈이 될 만한 일은 나이가 많아 안 되고 돈이 적은 공공일자리는 70~80대 노인들에 치여 구하지 못한다”며 “기초연금 30만원으로 공과금이라도 낼 수 있어 다행이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는 심정으로 식비 등 생활비를 줄여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으로 노인 월평균소득 늘었다고?=정부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70%를 대상으로 기존 기초노령연금 급여액보다 최대 2배 상향된 급여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한 건 2014년 7월.

그해 11월말 기준으로 430만여 노인들이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제도 시행 1년여가 지난 2015년 2분기 현재 노인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78만 3000원으로 시행 전 소득 16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을 크게 웃돌고 고령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고령사회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나 노인 대부분은 이렇다 할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채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전소득 증가로 노인소득도 늘어=8일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포럼 2015겨울호에 실린 '기초연금 시행 후 노인의 가계동향'(이은영 주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노인가구 소득은 기초연금이 도입되기 전인 2013년 3분기부터 2014년 2분기까지 160만원대를 맴돌았다.

그러다 2014년 3분기 174만 6000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0만원 넘게 올랐고 이어 2015년 1·2분기 연속으로 178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공적이전소득이 2013년 3분기 66만 4900만원에서 기초연금 지급 뒤인 2014년 3분기 74만 4500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소득이 2015년 2분기 77만5300원으로 꾸준히 느는 사이 근로·사업·재산소득은 제자리였다.

저소득층인 소득 1~2분위(하위 40%) 노인가구는 이전소득 증가율과 총소득 증가율 추이가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소득이 적을수록 기초연금 지급으로 가구소득 증가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고소득층인 소득 4~5분위계층(상위 40%)은 기초연금 도입 직후인 2014년 3분기와 그 전분기 이전소득 증감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고소득층은 이전소득 외에도 다른 소득이 많기 때문에 총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홀로노인 97만원, 노인부부 215만원=노인가구의 소득수준은 가구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15년 2분기 노인단독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96만 9000원이었고 이중 이전소득은 62만 7000원으로 총소득 대비 64.7%를 차지했다.

노인부부의 월평균 소득은 215만 2000원에 이전소득이 96만 7000원(44.9%)이었다.

가구주 노인 1명과 비노인 가족이 동거하는 가구의 경우 월평균소득은 190만원으로 이전소득은 66만5000원, 노인 부부와 비노인 가족 동거가구는 393만 6000원 소득 중 88만 5000원이 이전소득이었다.

이들 두 유형의 가구는 노인단독, 노인부부가구보다 총소득에서 근로소득 비중이 50%안팎으로 더 높았다.

▲소비지출도 회복 … 노인빈곤율 어찌하리오=노인가구의 소비지출은 2013년 3분기 104만 2000원에서 4분기 112만 8000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2014년 1분기 104만 200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기초연금 시행 직후인 3분기까지 이어지다 4분기 111만 5000원으로 늘었다.

소비지출 동향을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한 증감률로 살펴보면 2013년 3분기부터 2014년 4분기까지는 소비지출이 감소했고 2015년 1분기 들어 5.9%, 2분기 3.5% 각각 증가로 돌아섰다.

6분기 연속 감소세였던 소비지출이 2015년 1분기부터 증가한 것으로 미뤄 기초연금 지급에 따른 소득증가가 소비지출에 서서히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은영 연구원은 “기초연금제 시행 이후 노인가구 이전소득이 증가해 총소득이 늘었고 이것이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졌다”며 “기초연금 수급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과 소비 증가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14년 기준 47.4%로 OECD 평균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공적연금의 짧은 역사, 급격한 노인 증가, 노인의 노후준비 미흡 등으로 노인빈곤이 심화하는 추세인 만큼 공적연금을 꾸준히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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